상품마음학특강 김장김치
차디찬 겨울이 되면
많은 동물이 활동량을 줄이기도 하고
심지어 겨우내 잠만 자는
동면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활동력이 왕성한 사람은
동면 대신 먹거리를 준비합니다.
혹독하고 긴 시간을 견뎌 내면서
오랫동안 즐겨 먹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김장 김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나만의 계절이 따로 있었습니다.
가을 끝자락과 겨울 초입 사이에
김장철이라는 존재감 드높은 때가 있었습니다.
날로 변해가는 식습관과 사회문화적 변화는
나를 그저 구시대의 추억 정도로
남을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나는,
사람의 추억 속에서 동면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 다시 깨어날지 알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져들 것 같아 두렵기만 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가 김치다. 김치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한낱 채소에 불과한 배추를 유산균이 풍부한 발효음식으로 만들었다. 김치는 다양한 재료로 확대되면서 풍요한 먹거리로 입지를 넓혔다. 대형마트에서도 김치 상품을 모아 놓을 만큼 년 중 선호된다. 배추김치, 포기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 백김치, 갓김치, 깍두기, 파김치, 나박김치, 오이소박이, 묵은김치, 동치미, 볶음김치 등 종류와 이름이 다양하다. 재료의 이름을 따기도 하고 오랜 기간 묵히거나 가공을 하기도 한다.
지방에 따라 젓갈을 넣기도 하고 어류를 넣기도 한다. 고춧가루의 양이나 맵기도 다르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 맛은 셀 수 없이 늘어났다. 만들어진 김치를 비닐에 포장하기도 하고 플라스틱병이나 유리병 또는 파우치 형태나 캔의 형태로 담기도 한다. 필요한 사람이 필요로 하는 용도에 따라 필요한 만큼 구매할 수 있다.
발효시키지 않고 풋풋한 상태로 배추를 버무리기도 한다. 이걸 겉저리라 한다. 겉저리는 말 그대로 겉만 살짝 소금으로 저리는 걸 말한다. 뻣뻣한 채소를 부드럽게 만든다. 겉저리는 채소 본래의 맛과 향 식감을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이다. 겉저리는 나물을 무친 것과 비슷하다. 김치가 나물과 다른 점은 발효의 여부다. 김치는 숙성이 되면서 발효가 되지만 나물은 발효가 되면 부패한다.
가을에 수확하는 배추로 만드는 김치는 이듬해 봄에 나물을 캐기 전까지 중요한 반찬 역할을 한다. 가을 배추는 여름 배추에 비해 잎이 두텁고 결구가 단단하다. 일교차가 큰 곳일수록 재배 기간이 길어질수록 육질이 좋아지고 고소한 맛이 증가한다. 장기간 보관에 알맞다. 김치를 만들 때는 지저분한 겉잎과 뿌리와 이물질을 제거한다. 소금물이 잘 스며들도록 이등분하거나 사등분한다. 소금물에 저렸다가 깨끗한 물로 여러 차례 씻은 후 물기를 뺀다. 고춧가루, 썰은 무, 파, 양파, 찹쌀 풀, 액젓, 소금, 설탕, 마늘 등으로 배추에 넣을 속을 만든다. 절인 배추에 속을 잘 버무려 넣고 김치통에 차곡 차곡 넣는다. 냉장실에 보관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숙성되면서 맛있는 김치로 익어간다.
김장할 때면 많은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배추를 다듬고 자르고 소금에 저리는 과정이 쉽지 않다. 배추를 버무리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은 노동력이 들어간다. 겨우내 먹을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확보하는 일이다. 뿌듯한 감정이 힘든 일을 감수하게 한다. 김장담기의 고된 노동을 달래기 위해 마지막에 이벤트가 준비된다. 수육이다. 김장을 하면서 남은 것으로 겉저리를 무쳐 따뜻한 수육과 함께 먹는다. 세상의 어느 것보다 맛있는 요리가 된다. 그 특별함이란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행복을 준다.
이제 그런 맛을 보기 어렵게 됐다. 김장담기의 수고스러움을 감당할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농촌에서도 품앗이할 사람이 줄어 들었다. 나이 들어 가면서 김장담기는 극한의 노동으로 바뀌었다. 식생활 문화도 바뀌었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김치도 영향을 준다. 김치가 필요하면 언제든 마트에 가면 된다. 김치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김치로 인해 김장 시즌이 사라지고 있다. 생활의 편리함은 늘었지만 추억은 줄어 들었다.
상품과 어우러져 있는 추억은 상품의 가치와 소비를 지지해 준다. 상품을 소비할 때마다 경험이 떠오른다. 회상되는 경험이 소비를 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김치라는 상품을 소비하던 소비층이 점점 줄고 있다. 소비층이 바뀌면 소비되던 상품도 사라질까? 기존의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상품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소비층의 변화는 중요한 요소다. 상품이 계속 생존할 것인지 사라질 것인지가 가름된다. 상품에 형성된 이미지로 인해 상품이 소비되고 있다면 소비층이 사라지면서 상품도 사라진다. 상품이 본래의 기능적 효용에 의해 소비되고 있다면 소비층이 바뀌어도 생존할 확률이 높다.
트랜디한 상품은 생명이 짧다. 잠시 유행하는 상품은 상품의 기능적 가치가 아닌 상품에 형성된 이미지로 소비되기 때문이다. 탕후루가 좋은 사례다. 광풍이 분 듯 거리마다 탕후루가 넘쳐 났다. 유혹적인 과일의 색깔에 달콤한 맛은 충동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달콤함이 상품이 제공하는 핵심적 가치라면 이를 대체할 상품은 너무나 많다. 조각 케익과 쵸콜릿 에그타르와 마카롱 등 헤아릴 수 없다. 빠르게 확산되고 빠르게 소멸되는 상품이 많다. 빠르게 소멸되면 기억해야 할 추억의 기억 역시 짧아지기 때문에 쉽게 잊혀진다. 상품에 형성된 이미지는 변화되기 쉽다. 소비자의 욕구가 바뀌어도 사라진다. 일시적 욕구의 필요에 의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단명한 상품의 특징이다.
상품의 기능적 효용에 의해 소비되는 상품은 다르다. 쌀이 대표적인 기능적 상품이다. 오랜 시간 상품으로 기능해 왔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변치 않을 것이다. 유행을 타지 않는다. 대체할 상품이 많지 않다. 기능적인 면에서 매우 유익하다. 쌀밥은 아무리 반복해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는 생명 보존에 유익하다. 맛이 있는 음식일수록 또는 맛이 강한 음식일수록 쉽게 질린다. 반복해서 먹기 어렵다는 의미다. 쌀은 맛이 약하다. 거의 맛을 의식하지 못한다. 거부감이 생기지 않고 반복해서 이용할 수 있는 이유다 이것이 쌀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기능적 효용 가치다.
김치도 비슷한 의미로 인간의 생명 유지에 기여한다. 겨울이 되면 땅 위의 모든 것이 얼어 붙는다. 식물의 생명 활동이 정지되면 먹거리를 구할 수 없다. 김치는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운 겨울에 제 기능을 발휘한다. 김치는 김치찌개, 김치볶음, 김치만두, 김치부침개 등 많은 요리의 재료로 이용된다. 섬유질과 유산균 등 신체에 필요한 영양과 에너지의 공급원이 된다. 김치는 기능적 효용을 제공하는 상품에 속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이용되어 왔다. 시대가 바뀌어도 소비층이 바뀌어도 계속해서 살아 남을 것이다. 생명이 긴 상품은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시대와 소비자의 욕구에 맞추어 김치의 공급 방식도 바뀌었다. 소비자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치를 직접 담길 희망하는 소비자를 위해서 절임배추 형태로 공급한다. 지역마다의 특색 있는 김치를 개발하여 제공하기도 한다. 주문을 받은 후 만들어 판매하는 형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대형의 제조사에서는 전국망을 통해 표준화된 김치를 공급하고 있다. 소비자는 선택만 하면 된다. 누가 공급하는 김치를 선택할지 정하기만 하면 된다. 소량씩 구매하고 이용한다면 장기간 김치를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도 줄어 든다. 김장을 담던 추억은 사라질지 모르나 상품으로서는 살아 남게 될 것이다. 김치가 본질적 기능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김치가 새롭게 바뀌는 소비층에 새로운 문화를 입고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떡을 먹을 기회가 많았다. 경사나 애사가 있으면 반드시 라고 할 만큼 떡을 해서 나누어 먹었다. 설날에 먹는 떡국떡도 그렇고 추석에 먹는 송편도 그랬다. 바람떡이나 시루떡 쑥개떡 절편 인절미 등 많은 떡이 있었다. 떡은 곡류로 만들기 때문에 건강에 유익한 먹거리다. 그러다가 한동안 떡이 사라졌었다. 사라졌던 떡이 시대적 트랜드를 타고 다시 나타났다. 낱개 포장은 새련된 모습이다. 다양한 재료로 맛을 내어 인기가 높다. 개당 가격도 저렴해서 이용에 부담이 없다. 예전에는 낱개 포장 상품은 상상해 보지 못했던 일이다. 이러한 변화가 젊은이에게도 받아 들여졌다.
김치도 새로운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형태를 갖출 것이다. 사회문화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의 욕구 변화에 따라 상품도 상응하여 변화하고 있다. 상품과 사람의 욕구는 상호작용하고 있다. 상품마음학에서는 상품과 욕구의 메커니즘을 계속해서 연구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