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루아는 땅이 가진 고유의 맛 #나의 테루아
테루아, 포도 산지라는 설명만으로는...
와인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등장하는 친근한 표현 가운데 하나인 ‘테루아(terroir)’는 프랑스어로 ‘경작지, 토지’입니다. ‘포도주용 포도 산지’라는 뜻도 있네요. 그런데 와인을 일컬어 ‘포도의 즙을 발효시켜 만든 서양 술’이라고 한다면 사전적 정의로 결코 잘못된 설명은 아니지만 와인의 의미를 담기에는 부족하다 못해 적절하지 않다는 마음마저 일어납니다. 테루아 역시 그렇습니다.
와인에서 말하는 테루아는 그 토양이 가진 고유의 맛입니다. 그렇기에 한 지역의 테루아는 기후, 날씨, 풍광 등 포도의 풍미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품고 있어요.
저는 채용전문면접관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공기업이나 금융권 직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외부면접관으로 위촉되는 일입니다. 테루아에 대한 개념을 다시 잡다 보니 마치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알고 싶은 것과 비슷하더군요.
“와인도 마찬가지다. 집안 대대로 이어온 유서 깊은 포도밭의 가장 좋은 생육환경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졌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와인도 있고, 비록 유명 포도밭은 아닐지라도 첫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뚜렷한 캐릭터를 보여주어 시음하는 사람 모두의 흠모를 받는 와인도 있으며, 장인의 손길에 의해 재배와 양조 과정이 모두 완벽히 관리되었음을 강조한 와인도 있다. 이 모두가 테루아에 대한 설명에 부합한다.”
(출처) wine21.com
와인의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테루아의 어떤 면이 강조되는지가 달라지는 게, 기업의 인재상과 업무의 특성에 따라 지원자의 어떤 모습을 비중 있게 보는가와 상당히 비슷하네요.
지원자가 역량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질문을 개발하고 답변을 분석하는데 익숙한 제가 오늘은 그 궁금증을 저 자신에게로 향해봅니다. 저는 어떤 테루아를 가진 사람일까요.
요즘은 채용의 공정성을 위해 지원자의 성별, 학교, 가족관계, 거주지와 같은 개인 신상 정보를 배제하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디너 코스에 페어링 할 와인을 고를 때 라벨을 가린 채 오로지 테이스팅만으로 선택하는 거죠. 그렇다면 블라인드 평가가 저에게 유리한지 아닌지도 헤아려야겠습니다. 테루아에 의존해 왔는지 아니면 지금의 제 모습만으로도 경쟁력 있는 사람인지, 생각이 많아지는 저녁입니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되새겨봐야겠어요.
스물 네 살에 처음 만나 오랜 시간 제 인생의 배경음악이었던 이 곡과 함께라면 좋을 듯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KCTY_kwN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