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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빈 Sep 23. 2024

달빛이 포근하게 비추는 리버뷰

#포도밭 명당 #관리도 중요해

운명으로 타고난 태루아


테루아는 자연으로 이루어진 요소들을 담고 있어요. 모든 것이 갖춰져 있기도 하고 때로 부족함이 있기도 합니다. 주어진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완벽한 조건에서는 운이 좋다고 기뻐하고, 부족할 때는 실망해야 할까요.  


가진 복은 더 크게, 없던 운도 들어오도록  


좋으면 좋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살 수도 있지요. 그런데 좋은 환경만 믿고 관리에 소홀하면 그 행운을 다 받을 수가 없습니다. 부여받은 최상의 조건을 유감없이 활용해서 더 탁월한 포도를 재배하고 완전한 수확을 얻어야지요. 


부족한 점은 채워가면 됩니다. 날씨와 일조량은 부여되는 조건이지만 우리 밭에는 면적 당 몇 그루가 적절한지, 한 그루에 달리는 포도송이 수는 얼마로 둘지, 포도 잎의 위치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고민하면서 온도를 조절하고 햇빛을 얼마나 받게 할지를 조절할 수 있어요. 평지에 형성된 넓은 포도밭이라면 기계의 도움으로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면 사람이 직접 해야 하니 그만큼 비용이 올라갑니다. 노력하고 정성을 다하면 없던 복도 생깁니다. 작은 운도 크게 만들 수 있어요. 주인의 정성 가득한 손길이 닿은 포도는 건강하게 잘 자라서 수고의 가치를 돌려줄 거예요. 


가장 좋은 포도밭은 리버뷰, 사람도 좋아하는 한강뷰


그렇다면 가장 좋게 타고난 이른바 명당 포도밭은 어디일까요? 바로 강이 보이는 곳입니다. 보르도 지방의 메독 지역은 지롱드강 하류에 넓게 자리 잡고 있는데요, 특히 중간부터 상류 지역에 이르는 오메독 지역에서는 최고의 포도가 재배되고 최고급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강을 내려다보며 태양빛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곳이 포도에게 명당이라니, 그래서 우리도 리버뷰, 한강뷰 하나 봅니다.


풍수지리에서는 산의 기운을 받으면 학운이 좋고, 물가에 살면 재물운이 좋습니다. 제 사주는 물가의 이름이 있는 곳에 살면 좋다고 합니다. 여의도, 마포, 광나루 이런 곳이죠. 오랫동안 북한산 기운을 받으며 살았는데 무리해서라도 한강뷰로 가면 재물운이 좋아지는 건지, 아니면 많은 돈을 벌게 되어 재물운이 넘치는 한강뷰에 입성하게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울적할 때 우이동 도선사에 다녀오면 마음이 홀가분하고 편안해지니 저의 리버뷰 입성은 요원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와인과 포도에 대해 알면 알아갈수록 인간의 삶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도 포도도 지구상의 다른 모든 생명들도 하나의 작은 우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한강뷰 펜트하우스에서 바라본 도심의 야경은 어떤 모습일까요. 밤하늘에 달 하나, 강물에 비친 달 하나, 와인 잔에도 하나 담길는지요.


조성진의 건반에 비친 은은한 달빛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랑랑, 오케스트라의 연주로도 들어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hsLh1iQ_qo

Debussy, Clair de Lune / 조성진



https://www.youtube.com/watch?v=j0tK9F_6g2w

Debussy, Clair de Lune / Lang Lang



https://www.youtube.com/watch?v=54VJiKCOEVY

Debussy, Clair de Lune / Eugene Ormandy / Philadelphia O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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