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루함은 허용할 수 없다 # 몰입과 집중을 위하여
말하는 내용의 핵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강조하기> 이어갑니다. '강조하기의 중요성'과 '어느 부분을 강조해야 하는지'를 알아봤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어떻게 하면 과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하게 강조할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크게 말하면 잘 들립니다
강조하는 방법 중 가장 쉬운 건, 크게 말하는 겁니다. 소리가 커지면 안 들으려 해도 들릴 수밖에 없으니 상대방의 귀에 잘 들어가겠죠. 가르칠 때는 이 방법이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계속 말하던 톤보다 소리가 커지면서 지루함을 느끼던 청자에게 환기가 되는 효과가 있어요.
청중의 이목을 집중하는 데는 침묵 만한 게 없습니다
학창 시절, 자율 학습 시간이나 다소 만만한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웅성거릴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선생님께서 조용히 하라고 화를 내시거나 한 사람을 대표로 혼을 내시면 강제적으로 조용해지곤 했죠. 그런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입을 다무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을 멈추신 겁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감지한 아이들이 하나둘 입을 다물면서 조용해졌죠. 실망스럽다는 듯 무표정으로 학생들을 바라보시던 선생님의 감정 없는 시선이 호통치는 것보다 더 무서웠어요. 평소 순해 보이시던 선생님의 반전이었습니다. 모두가 조용해지고 보이지 않는 공포를 느낄 무렵 선생님은 다시 수업을 이어가셨습니다. 아이들은 잔뜩 긴장해서 초집중하며 남은 수업을 마쳤습니다.
누군가가 앞에서 발표를 합니다. 버벅거리고 못합니다. 내용도 재미없습니다. 청중들은 이내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집니다. 그러다가 발표자가 실수를 합니다. 슬라이드가 안 넘어갈 수도 있고, 외워온 다음 멘트가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고, 무대공포증에 블랙아웃이 되어 영혼이 이탈했을 수도 있습니다. 발표장에 울려야 할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이상함을 감지한 청중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잡담을 멈추고, 들여다보던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들어 일제히 발표자를 향하게 됩니다. 공간을 가득 채워야 하는 발표자의 목소리를 대신한 침묵은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더불어 발표자가 지금 큰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도 모두가 알게 되죠. 발표자는 혹시 실수를 하더라도 말을 멈추면 안 됩니다. 뭐라도 말을 하고 있어야 얼렁뚱땅 지나갈 수 있어요.
작게 말해도 잘 들립니다
정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뭔가가 예측과 달라지면 사람은 순간 궁금해지고 몰입하게 됩니다. 계속 말하던 톤보다 볼륨을 확 낮춰서 속삭이듯 말하면 잘 안 들리니까 순간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열심히 듣게 됩니다. 크게 말해서 강조하는 것과 반대되는 전략인데 상당히 효과가 있습니다. 이 방법은 비즈니스 현장보다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강연에 쓰면 좋습니다.
그렇다면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업무상 발표에는 '크게 말하기', '작게 말하기'가 아닌 어떤 방법이 잘 통할까요?
밀당은 스피치에서도 효과적입니다
예측한 대로 계속 가는 건 안정적이지만 지루해집니다. 그런데 그 패턴을 빗나가면 계속 신경을 써야 하기에 긴장감을 내려놓고 딴짓을 할 여유가 없어요. 신호등이 많은 시내 운전과 고속도로 주행할 때의 차이와도 비슷합니다. 이렇게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게 하는 요소를 부여하면 오랜 시간 계속되는 말에 탄력을 줄 수 있습니다.
1) 강조하고자 하는 단어 앞에서 잠시 멈춥니다.
시속 80km으로 주행하다가 브레이크를 밟으며 갑자기 속도를 늦춥니다. 뒷좌석에서 졸던 사람이 말할 거예요.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서울은 수은주가 V 36도까지 치솟으며 올여름 들어 가장 V 더운 날씨가 찾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V 표시한 곳에서 잠시 멈추는 겁니다. 너무 길게 멈추면 끊기는 느낌이 들고 답답할 수 있으니 호흡을 유지하면서 살짝 쉬어주는 정도로 합니다.
2) 강조하는 단어를 천천 말합니다.
브레이크를 밟은 다음에는 잠시 서행을 합니다. 중요한 단어니까 휙 지나가지 않도록 천천히 잘 들리게 말하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건 문장 전체를 읽는 속도는 일정하게 가면서 중요한 단어만 천천히 읽고 다시 속도를 회복해야 한다는 겁니다. 고속도로 주행하다가 감시 카메라 구간이 나오면 서행하다가 다시 밟잖아요. 중요한 구간이니까 서행하다가 다시 신나게 속도를 회복하는 것과 같습니다.
위의 예시에서는 '36도'와 '더운'을 강조하기로 해봅니다.
'삼십육도'에서 '삼'을 대충 발음하면 '사십육도'로 들려서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수 있으니 삼을 길게 정확하게 발음해 주시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늦춰집니다. 빨리 말하면서 정확함까지 잡는 건 쉽지 않아요. 만약 '26'도라면 '이십육도'가 자칫 '십육도'로 들릴 수 있으니 '이'를 명확하게 발음하셔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발음하면 됩니다.
그리고 '더운'을 발음할 때는 '추운'도 아닌 '미지근한'도 아닌 '더운'이라는 뉘앙스를 살려서 전달해 주세요. 말의 속도를 기계적으로 0.7배속으로 하는 게 아니라 살짝 미는 듯한 느낌으로 탄력은 그대로 유지하세요.
'36도', '26도'라는 표현이 나왔으니 숫자 읽는 팁도 알려드려야겠군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