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서점알바 07화

도서관이냐 완간서점이냐

by 수경

1월의 토요일 오후였다. 출근하는데 대림청계상가 3층에 인파가 많아도 너무 많은 것이었다. 이 상가의 핫플인 커피가게의 웨이팅 손님이었다. 얼마나 맛나면 커피를 기다려서 마시나. 두어 번 마셔봤지만 내게는 그저 그랬다. 무엇보다 수년을 접해도 ‘접수’가 안 되는 것은 한겨울에도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다니는 젊은이들. (아우, 추워!) 나는 여름에도 첫 커피는 ‘핫’하게 마신다. 젊은이로 돌아가면 나도? 정신을 차리고 서점에도 인파의 영향이 있으리란 기대로 종종거리며 들어섰다. 앗! 관련자가 더 많다.


교대하고 손님도 없어 계산대 앞에서 책에 정신이 팔려있는데 연거푸 손님이 들어섰다. 서점을 둘러보던 손님 두 분이 앉아서 책을 읽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네, 편하게 읽으세요.” 그들은 책 두어 권을 꺼내서 자리에 앉았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듯하여 틀어둔 음악의 지점을 확인했다. 족히 1시간은 넘었다. 그새 서서 책을 보던 손님 세 분도 책을 사지 않고 나갔고, 문 닫을 시간도 다가왔다.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지면 신데렐라가 시간을 확인하듯 꼭 매출을 확인하게 된다. 별로다. 마지막 손님일 두 분에게 기대했다. 그들은 분명 책에 빠졌고, 그 책을 두고 가진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잠시 후 짐을 챙기고 책을 서가에 꽂더니 “잘 보고 갑니다.”며 나갔다. “또 오세요.”라고 했지만, 순간 머릿속이 복잡했다. 분명 내가 편하게 읽으시라고 했고, 심지어 또 오라고도 했다. 아, 여기 도서관인가, 서점인가. 서점 직원(진짜 직원도 아니다. 직원 기능을 수행할 뿐!)이 되면 서점을 향한 수많은 로망은 사라지고 판매만 남는 걸까.


집에 오는 길에 과하게 ‘직원모드’였던 내게서 벗어나 소설가의 김연수의 로망인 완간서점을 생각했다. “내가 꿈꾸는 서점 중 하나(맞다, 내가 꿈꾸는 서점은 한두 개가 아니다)는 ‘완간서점’이다. 이 서점에서는 누군가 완독한 책만 판매한다. 구매의 기준은 책을 읽은 흔적이 얼마나 많이 남았느냐다.”(김연수, “지저분하게 책 읽기를 권함”, 서울리뷰오브북스4, 221쪽) 김연수는 그 서점에 꼭 구비할 두 권의 책을 제시하는데, 백석이 안서 김억에게서 빌려와 읽은 김소월의 노트와 백서의 『사슴』필사본이다. 김연수의 백석 사랑이라니!


김연수는 자신의 여러 로망 중 하나인 완간서점을 위해 ‘지저분하게 책 읽기를 권’하고 있다. 오래된 책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남겨진 독자의 ‘흔적’에 집중하는 셈이다. “독서의 세계는 우정과 연대의 세계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대화한다. 책의 페이지 안에서. 소월에서 백석으로, 백석에서 동주로 연결되는 시의 생명력을 우리는 이렇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밑줄을 긋고 여백에 글을 휘갈기며 더더욱 지저분하게 책을 읽기를 바란다. 우리의 문명을 더욱 발전시켜 후대에까지 전하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같은 책, 222쪽)


당신은 어떻게 책을 읽는가? 도서관에서 빌려서? 구매해서? 전자책으로? 책은 도통?

책을 읽는다면 당신의 ‘마지네일리아’ 기법은 어떠한가? 마지네일리아(marginalia)? 방주(傍註)? 읽는 책에 메모하기, 표시하기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문구류까지 관심이 확장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당신이 가장 애호하는 필기류는 무엇인가?

당신의 흔적이 남겨진 책이 누구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는가? 흔적이 남은 누군가의 책을 소장하고 싶은가?

keyword
이전 06화그 책들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