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서점이 있네. 철학 서점이야.” ‘서점’에 들어올 것 같은 사람들은 ‘철학’에서 서둘러 가던 길을 간다. 철학 서점을 표방하고 있지만 철학책만 있는 게 아니라고 크게 말하고 싶을 때도 있다. 서점에 앉아 종종 생각한다. 철학책이 아닌 책이 있을까? 모든 지식은 존재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나? 이런 책도 사회학 서적이라고 할 수 있냐고 묻는 곳에서는 나는 다르게 말한다. 사회과학 아닌 책이 있나요, 우리는 모두 사회의 일원으로 사회를 배워야 하는데. 합리화란 참 쉽다.
책을 사러 와서 빈손으로 나가는 손님이 있다. 문 닫을 시간에 다급하게 들어온 운동복 차림의 손님이 급하게 <운전면허필기시험문제지>가 있는지 묻는다. 물론 없다. 서로 미안하다. 스마트폰 메모장에서 저자의 이름을 말하며 찾는 책들은 거의 없다. 제목을 말하면 대충 자기계발서임을 알 수 있지만, 저자를 말하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최근에 못 판 책은 k 배터리에 관련된 책이었다. 검색해 보니 상당히 잘 팔리는 책이었다!
자기계발서는 왜 이리 많이 나오고 많이 읽을까? 솔직히 오래된 의문이고 불만이다. 주말에 동네에 있는 대형서점에 갈 일이 있었다. 대형서점의 향기가 새롭다. 자기계발서적의 코너가 꽤 넓다. 자기계발 서재가 따로 있고, 매대도 4곳이나 설치되어 있었다. 자기계발 화제의 도서, 자기계발 스테디셀러, 자기계발 베스트셀러, 자기계발 신간. 모든 책은 나름대로 자기계발 서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많아도 너무 많다. 자기계발을 강권하는 시대는 어떤 시대일까.
올여름 내가 읽은, 내가 ‘분류한’, 나만의 자기계발서이다. 『도둑맞은 집중력』, 『문과남자의 과학공부』, 『랩랩』이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내게는 흠잡을 데 없는 책이었다. 부러워 줄을 뻔! 책을 저렇게 쓰여야 한다. 많이 팔리는 책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 내용과 형식이 좋다. 책의 형식은 책의 기획자나 편집자들이 참고하면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이런 형식의 책이 독자들의 흥미를 배가시키는 것 같았다. 다만, 산만함의 세상이 그럭저럭 좋은 사람은 절대 읽지 마시라! 그대로 사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터이니.
『문과남자의 과학공부』는 나의 자기계발을 위해서라 아니라 저자의 자기계발을 보려고 샀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어떻게 진화/퇴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꽤 흥미롭다. 작가가 설명하는 ‘다윈주의’는 나도 한 번쯤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아호! 독서가 끝난 후 작가가 극찬하는 책과 정리된 잘 된 책을 다섯 권 구입했다.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단 한 권도 펼치지 못했다. (어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자기계발의 독서법일 터인데 실패한 셈이다.
『랩랩』은 요리책이다. 요리책도 가끔 사서 본다. 요리책은 연예인이나 명품 화보집 같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화사해진다고 할까. 다만, 실천이 힘들다. 요리책의 요리는 딱 그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재료나 그릇, 조리도구 등 모든 것이 구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리책 보다가 조리도구도 사고 처음 들어보는 소스를 사기도 한다. 공부한 요리가 내 앞에 요리로 재현되는 것은 생각보다 험난한 일이다. 이 요리책은 쌈요리를 다루고 있는데, 그대로 재현하지 않아도 효용성이 크다.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