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서점알바 23화

모닝빵처럼 팔리는 책

by 수경

봄이다. 꽃이 만발이라 꽃나무 아래에는 상춘객이 모인다. 서점이 있는 3층 상가에도 젊은이들이 봄을 알린다. 엘리베이터로 3층에 내리면 모자가게, 카페, 카페 겸 분식, 카페, 찻집, 카페, 갤러리, 수제 맥주, 음향기기, 술집, 카페, 술집, 도넛 가게, 카페, 카페, 유명한 과자가게, 가장 유명한 카페, 유명한 분식집, 꽃집, 박킹가게, 우리 서점, 박킹가게 …. 핫플 카페를 정점으로 인파가 확 준다. 꽃집은 사람이 없어도 화사하다. 서점 옆의 박킹가게는 6시면 ‘칼퇴’하신다. 조금 부럽다, 여유로운 사장님이! 우리 서점만 봄이 아닌 것 같다. 마감하면서 매출액을 살펴도 그렇고 손님도 줄어든 것 같고, 들어온 손님마저도 책을 데려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봄은 책의 계절은 아닌가. (그렇다?!)


서점에서 손님을 기다리면서 나는 종종 모닝빵을, 아니 푸코를 생각한다. 모닝빵처럼 푸코의 『말과 사물』을 사가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모닝빵 같은 푸코”. 1966년 여름, 푸코의 책이 한참 잘 팔릴 때 한 잡지의 기사 제목이다. 『말과 사물』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극히 제한된 독자를 겨냥한 매우 까다로운 책이었기에 놀라운 결과였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나온 초판 3,500부가 단숨에 매진되었다. 6월부터 재쇄에 들어가 5천 부를 더 찍었다. 그리고 7월에 새로 3천 부를 찍었고, 9월에 다시 3,500부, 11월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추세는 다음 해에도 계속되어 1967년 3월에 3천 부, 11월에 5천 부를 찍었다. 1968년 4월에는 6천 부, 6월에도 6천 부였다. 철학서가 그런 부수에 달한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다. 1989년 이 책의 총 발행 부수는 100만 부가 넘었다(디디에 에리봉(2012). 『미셸 푸코, 1926~1984』. 그린비. 2부 5장 참조).

『말과 사물』은 소설도 아니고 읽기도 ‘결코’ 녹록지 않다. ‘무한’ 인내심과 ‘격한’ 애정이 필요한 책이다. <모래시계>나 <대장금> 같은 책이 있지 않나. 거의 모든 국민이 본 책. <잃어버린 너>(김윤희), <태백산백>(조정래), <홀로서기>(서정윤), <사람의 아들>(이문열), <여명의 눈동자>(김성종),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김진명), <토지>(박경리), <상실의 시대>(하루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쿤데라)…. 중고교시절에도 대학 때에도 그런 류의 책들이 있었다. 언제부터 사라졌을까. 매체 환경이 바뀐 탓일 것이다. 통속소설이라도 대박 난 책이 있어야 다른 책들도 덩달아 팔리지 않을까.


최근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이 입고되었다. 기대를 좀 하다가 그만두었다. 소설가 한강이 맨부커상을 수상했을 때 <채식주의자>로 대화를 시도했다 낭패를 본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 사람이 있었지만, 그 소설을 읽은 사람이 없었던 것! 책이 계속 생산되는 걸 보면 분명 내 주변 사람만 책을 안 읽고, 우리 서점에만 손님이 덜 오는 것이겠지?


모닝빵처럼 팔리는 책을 내 생전에 만날 수 있을까. 책방에서 알바하는 동안 그런 책을 만날 수 있을까? 푸코가 들어간 새 책이 나왔다. 『모빌리티와 푸코』. 모빌리티? 천재와 천재들의 만남인가? 궁금해서 사고야 말았다. 김영민 교수가 어느 책, 아마도 첫 에세이에서 말했다. “푸코 책은요, 읽으면 머리가 좋아져요.” 갓 구운 말랑한 모닝빵, 생각만으로도 향기로운데 머리도 좋아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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