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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에세이] 공항 도착 출구 앞에서

서로에게 보내는 배려와 사랑

by 감성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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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김포공항을 방문했다. 여행을 다녀오는 와이프를 마중 하기위해 국내선 도착 출구에 서 있다. 평일 저녁 8시 반이지만 나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많이 도착 출구 앞에 있다. 출구 앞에 마련된 빈의자에 걸터 앉아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여다본다. 특별히 볼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블로그 방문자를 확인하고, 인스타도 방문한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완전히 온라인화되어 있는 나의 모습이다.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바라본다. 딱히 무엇을 찾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행동을 가볍게 스캔하듯이 시선을 이쪽 사람에서 저쪽으로 빠르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바라본다.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인원의 거의 50%는 되는듯하다. 젊은 사람뿐만 아니라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온라인의 세계에 접속해 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로부터 지금의 변화는 예측할 수 없었다. 'IT 트렌드 2024'에서 이야기 하듯 메타버스와 생성형 AI가 만들어낼 세상은 이와는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어떤 모습일까? 달라진 세상을 만들어가는 많은 분들의 수고가 합쳐지고 있으니 확연히 달라질 세상을 기대해 본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동안 출구문이 개방되며 일련의 사람들이 빠져나온다. 여행용 가방을 든 사람, 가볍게 출장을 다녀온듯한 사람. 그들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던 이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반가운 이들과 조우한다. 그렇게 쫓던 나의 시선이 한곳에 머무른다. 정장을 입으신 어르신과 부인인듯한 분이 출구에서 나오자 젊은 남자가 냉큼 달려가 가방과 짐을 받아든다. 아마도 아들인 것 같다. 그리고 다가서는 젊은이의 부인과 4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보인다. 두 분 어르신의 눈이 자그마한 여자아아에게 멈춰있다. 말 그대로 꿀이 떨어지는 눈으로 너무도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계신다. 이어서 신사분은 손을 내밀어 꼬마 아이의 볼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무슨 말인가를 전한다. 아마도 잘 지냈는지를 물어보는 인사말이었을 것이다. 볼을 만지는 손이 떨어지기가 아쉬운듯 보이지만 꼬마 아이는 수줍은 듯 낯선 듯 엄마의 등 뒤로 돌아가 숨는듯한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오랜만에 마주한 것이리라. 숙녀분은 젊은 여자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잠시의 시간을 보낸 뒤 함께 공항을 빠져나가는 뒷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아주 잠시 잠깐의 멈춤과 서로에 대한 인사가 있었지만 그 사이에서 보이는 수많은 감정 나눔이 아무 관계가 없는 나에게조차 전해진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주는 전달력일 것이다.


이어지는 인파 속에서 50대 중반의 남자분이 출구를 빠져나오는 여자분의 손에서 가방을 받아들고 표정 변화 없이 간단한 말을 건넨후 먼저 걸어 나간다. 그 뒤를 여자분은 조용히 따라 움직인다. 나와 같이 아내를 마중 나오신 듯 한데 무뚝뚝하게 보이지만 아내에 대한 배려의 몸짓이 보인다. 가방을 받아들고 표정의 변화는 없지만 아내가 따라올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가끔 고개를 살짝 돌려 아내의 위치를 보는 그런 몸짓에서 둘이 서로 배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출구에서 나오는 딸을 반기는 어머니, 기다리는 사람은 없지만 나이 드신 어르신을 수행하며 짐을 들고나오는 남자분을 보며 너무도 당연한 상황일수 있지만 자연스레 새어 나오는 미소는 막을 수가 없다.


휴대폰에 집중하고 주변에 관심이 없는 시대라 한다. 본인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세대라 한다. 하지만 지금 국내선 도착 출구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나고 있다. 누구인지 모를 사람으로부터 선한 영향력을 전달받는다. 이러한 배려와 사랑이 모든 곳에 넘쳐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인간관계로부터 상처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될텐데. 자연스러움이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본다.


뒤쪽에서 나오고 있는 아내와 아내의 친구들이 보인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레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아내를 맞이하러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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