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랑 나의 슬비 6

퉁퉁 부은 슬비의 손을 보자 너무 불쌍해서 눈물을 쏟았다

by 슬비아빠

22.07.05(화) 06:00

오늘은 두 번째 면역치료를 시작한다. 1주일에 한번 4주가 1사이클이다. 첫 번째 면역치료에서 효과를 봤으니 더 좋아지리라 생각한다.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니 약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슬비를 낫게 하기 위한 약들이 슬비의 몸을 상하게 하고 있으니 너무 답답하다. 두 번째 면역치료로 슬비가 호전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우리 슬비가 아직은 잘 해내고 있는데, 폐에 물이 차는 것, 복수가 차는 것, 폐렴이 생긴 것이 너무 걱정이 된다. 저 어리고 여린 우리 슬비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우리 슬비는 잘 버텨내리라 믿는다. 제발 그래야 한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툴툴 털고 일어나기엔 너무 먼 곳까지 온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고 있다. 엄마와 아빠는 우리 슬비 자체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기에 우리 곁으로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밤새 우리 슬비가 무탈했는지를 보러 가기 위해 오늘도 새벽부터 분주하다. 제발 아무 일 없었기를 기원한다. 우리 슬비가 없는 세상은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나 가치가 없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살아갈 자신은 없다. 그렇기에 아빠를 좋아했던 우리 슬비는 일어날 것이다.

오늘은 집중치료실 유리틈사이로 우리 똥강아지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 하긴 전에도 발가락 한두 개만 보였을 뿐이었다. 너무도 궁금하지만 의료진을 방해할 수는 없다. 새벽기도를 드리는 부모의 심정으로 매일 새벽 병실 앞에 도착해 발을 동동 구르며 슬비의 무탈을 빈다. 밤새 아무 일 없었기를, 밤새 병마와 잘 싸웠기를, 밤새 조금이라도 호전되었기를 빌고 또 빈다. 집중치료실 앞을 서성이다 슬비와 가장 가까운 벽면에 손을 대고 기도를 했었는데 오늘은 한 인턴선생님이 기분 나쁜 말투로 “아저씨 그쪽으로 가면 안돼요.”라고 한다. 인턴 숙소가 있는 쪽 복도일 뿐인데, 아직 젊고 의사인 그가 부모의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이제 슬비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슬비를 위해 기도할 수가 없게 됐다. 벽하나 사이를 두고 벽에 손을 대고 슬비를 위해 기도하는 것도 안된다니, 더더욱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진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도해야겠다.

내 삶의 모든 시곗바늘이 멈췄다. 시곗바늘이 언제 다시 돌아갈지 알 수는 없다. 우리 슬비의 아픔도 나의 시곗바늘처럼 멈췄으면 좋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슬비 삶의 시곗바늘만 멈춰있다. 언젠가는 다시 힘차게 돌아갈 것이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의 행복의 시계가 다시금 활기차게 돌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오늘따라 주치의 선생님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 너무너무 불안해 안절부절못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어제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고 불행이라면 약을 많이 써서 혈소판 수치가 수혈을 해야 될 상황까지 낮아졌다는 것이다. 우리 강아지는 어제도 병마와 힘든 싸움을 잘 이겨내고 있었다. 우리 슬비는 너무너무 잘 이겨내고 있는데 아빠는 걱정만 늘어놓고 있으니 이렇게 한심 할 수가 없구나.

우리 똥강아지가 어렸을 적 아빠랑 눈만 마주치면 물어보던 말이 있었다.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라고 물으면 슬비는 아빠 똥강아지~하고 대답하곤 했다. 지금도 고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와 눈이 마주치면 포옹을 한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그러고 싶냐며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내곤 했다. 우리 슬비가 어릴 때는 온몸이 부서져라 있는 힘을 다해 아빠를 꼭 안아주곤 했었다. 아빠 생일날에도 다른 선물은 필요 없고 한번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사랑스럽고 애교스러운 슬비와의 시간들 하나하나 나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슬비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사진들로도 많이 남아있다. 우리 똥강아지가 깨어나면 울지 않고 웃으며 안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점심 무렵 오매불망 기다리던 교수님께서 오셨다. 혈소판 수치가 너무 떨어져 수혈은 해야 한다. 2차 면역치료 하고 있고 초반 항경련제가 독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서 줄이고 있다고 하셨다. 처음 쓴 약을 줄이면 뒤에 쓴 약을 올려야 한다고 한다. 경련이 빨리 잡혀야 한다. 혈압 100 정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니 이번 주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켜보는 것 밖에는 없다. 우리 슬비가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계속 기도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오전 6시쯤 병원으로 와서 20~21시쯤 숙소로 향한다. 대략 15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고 있고 15시간 중 대부분을 4층 집중치료실 앞에서 혹시 모를 호출이나 의료진의 워딩을 기다린다. 하루 두세 번의 짧은 워딩을 듣기 위해 집중치료실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것이다.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다만 담당 교수님이나 주치의 선생님께서 언제 오실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오시면 어쩌나, 슬비 상태를 전해 듣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 식사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점심, 저녁 무렵 선생님을 만나 뵙고 슬비의 상태를 전해 들으면 비로소 식사시간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글을 저장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선택했다. 그런데 사진을 함께 올리면 자동으로 인스타그램에 공유가 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잘 안 해서 소홀했다. 슬비가 아프다고 소문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난감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더 많은 분들께서 슬비를 위해 기도해 주시길 바랄 뿐이다.

나는 아이들을 싫어했다. 귀찮고 시끄럽고 성가셔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기를 가지지 않으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사람이 우리도 아기를 갖을까?라고 해서 우리 슬비가 태어난 것이다. 우리 슬비가 태어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정말이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모유에서 분유로 넘어가던 날, 분유 먹다 토하던 날, 처음으로 이유식을 먹던 날 등 아직도 생생하다. 기저귀 갈아주는 것도, 벽 잡고 일어서던 날, 혼자서 두세 걸음 걷던 날, 아빠랑 단둘이 목욕탕 가던 날 등 모든 기억들이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런 우리의 슬비가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현실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우리 슬비의 상태가 너무너무 궁금한데 의사나 간호사 선생님들의 왕래가 없어 알 길이 없다. 수혈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하고는 있는지, 각종 검사결과는 어떤지, 지금 슬비의 상태는 어떤지가 너무도 궁금하다. 담당 선생님들도 지나가면서 귀띔이라도 해주시지 이젠 그냥 못 본 척 지나가기 일쑤다. 환자 보호자이자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시길 바라본다.

17:50 집중치료실에서 전화가 왔다. 조금 전 서명을 했는데 전화가 왔다는 것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담당 교수님이 보자고 하신단다. 급하게 올라오니 교수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오늘 오후 3시쯤부터 뇌압이 올라가서 지금 동공이 조금 열려있다고 급하게 CT를 찍는다고 하신다. 혹시나 출혈이 있는지 아니면 뇌가 부으면서 숨골을 누르고 있는지 등 확인이 필요하단다. 만약 출혈이 있으면 위험하다고 했다. 팔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릿속이 텅 비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CT를 찍으러 가는 길에 슬비를 보자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집사람은 발을 동동 구르며 울고 있었고 나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때 퉁퉁 부은 슬비의 손을 보자 너무 불쌍해서 눈물을 쏟았다.

CT를 찍자마자 나는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었고 주치의가 찍으면서 봤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올라가서 자세히 보고 이야기해 주신다고 했다. 얼마간 기다리니 교수님께서 부르신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다고 하신다. CT를 찍고 돌아오는 길에 동공도 돌아왔다고 하셨고 지금은 나빠지기 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셨다. 당분간 매일 CT를 찍으면서 지켜보겠다고 하셨다. 정말 너무너무 무서웠다. 우리 슬비의 얼굴을 보는데 눈물도 나지 않을 만큼 두렵고 무서웠다. 우리 슬비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진정된 마음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자면 우리 슬비는 병마와의 큰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이제 우리 슬비는 조금씩 조금씩 이겨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글을 적는 것도 지금이 아니면 기억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힘을 짜내어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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