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긴장하고 항상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주말 동안 주치의는 없고 전공의와 전문의가 계속 곁에 있으니 병실 앞만 지키지 말고 좀 쉬라고 하신다. 그렇지 않아도 방을 구했다고 말씀드렸다. 월요일부터는 출근을 해야 한다. 집사람 혼자 슬비 곁에 두고 가려니 또 다른 걱정이 생긴다. 그래서 방을 구한 것이지만... 그나마 방이라도 구했으니 씻고 자는 것은 해결이 되어 다행이다.
슬비와 집사람을 두고 출근을 하려니 혼자 겁이 나고 무서울까 걱정이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텐데... 사무실 자리를 비우는 것은 한 달 정도는 가능하지만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청구서들은 보험으로 충분하지만 장기간 지속될 경우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4층 내과 집중치료실을 오늘 처음 개방했다고 한다. 울 똥강아지는 중환자실에 첫 테이프를 끊은 거였다. 그런 건 1등 할 필요가 없는데... 우리는 슬비에게 1등을 원해본 적이 없다. 공부를 강요하지도 않았다. 학원이나 학습지도 시켜본 적이 없었다. 다만 초등학교 때 엄마가 직접 서점에서 문제집을 골라 범위를 내주고 문제풀이를 시켰다. 문제풀이가 끝나지 않으면 식사시간도 거를 정도였지만 한 시간이면 끝낼 공부를 서너 시간 동안 질질 끌었기에 그런 것이다. 책상에 앉아있는 습관은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다그치거나 강요는 하지 않았다.
슬그머니 아빠를 찾아와 놀자고 하고 엄마에게 공부시간 줄여 달라 말하라고 애교를 부리곤 했다. 아빠는 엄마의 생각을 존중하기에 우리 슬비도 엄마의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타일렀다. 그렇게 조그마한 슬비가 고등학생이 되어 아빠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큰 딸이 되어버렸다. 지금에서야 되돌아보니 우리 슬비는 만으로 16세다. 아직 17년도 살지 못했다. 엄마와 아빠에게 그렇게나 많은 추억을 선물했는데 겨우 17년이라니... 물론 앞으로 얼마든지 많은 시간을 함께하겠지만 우리 슬비와의 소중한 시간이 잠시지만 이렇게 멈추어 버렸다는 게 너무도 분통 터진다.
하루빨리 원인을 찾아 제대로 된 치료를 해야 한다. 면회를 하지 못하고 더 나빠지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는 건지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 것 같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한 것이었다. 나빠질 게 없는 상황에서 더 나빠질게 무에 있나? 슬비는 혼자서 외롭게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안심이라니... 이래서 내 몸이 편해지면 안 된다. 슬비는 절벽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듯 무섭고 위험한 길을 혼자 헤매고 있는데 안심이라니!! 나 자신에게 실망을 하기에도 사치다. 항상 긴장하고 항상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할 때 흐트러져선 곤란하다.
4층으로 옮기고 나서는 슬비의 상태를 듣는 게 더 힘들어졌다. 오늘 첫 입주라 아무것도 갖추어진 게 없다. 복도에 그 흔한 의자하나 없어 바닥에 퍼질러 앉아있다. 그러고도 의사나 간호사들의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아까는 그동안 수고해 주신 3층 와과 집중치료실에 커피를 사다 드렸는데 한사코 거절을 하셨다. 결국 슬비가 새로 입주한 내과 집중치료실에 다 가져다 드렸다. 받지 않으시는 걸 억지로 드렸는데, 면회를 말씀하신다. 그런 것을 원해서 드린 게 아니라 나도 면회를 거절을 했다. 지나가다 우리 슬비에게 눈길 한 번 더 주십사 해서 드린 거다.
우리 슬비는 어렸을 적 아빠를 무척 좋아했다. 때로는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아빠랑 노는 게 훨씬 재밌다고 할 정도였다. 집에서도 항상 붙어 있었다. 하도 붙어있으니 집사람이 덥지도 않냐고 화를 낼 정도였다. 그런 나의 똥강아지가 어른이 되어감에 항상 아쉬워했다. 카톡으로 슬비가 어렸을 적 사진을 두어 장씩 보내주며 내 아가야 돌려달라고 농담도 자주 했다. 슬비는 또 보내달라고 보채기도 했다. 우리 슬비가 너무너무 보고 싶다. 우리 슬비랑 마라탕을 먹으며 학교생활 이야기를 너무너무 듣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오후에 포항 학부모 총무님께 당분간 슬비가 버스를 타지 못하고 휴학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씀을 드렸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직시하고 극복해야 한다. 호사다마라고 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함께 온다고 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리리라.
7월 2일
05:00 한 달짜리 원룸을 구해 잠자리를 청했지만 슬비 걱정에 뜬눈으로 지새우다시피 했다. 뭐 당연한 거겠지만... 어제는 슬비의 투병수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은 1년마다 내가 올린 글을 다시 알려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른 많은 분들께서 슬비를 위해 기도를 해주시길 바랐다. 슬비가 툴툴 털고 일어나면 수기를 모아 책으로 만들어 선물할 생각이다. 관심을 받기보다 슬비를 위한 글이다. 많은 분들께서 걱정을 해주시고 기도를 해주셨다. 감사드린다. 늦은 밤까지 안부 전화가 왔다. 전화가 올 때마다 집중치료실에서 온 전화일까 봐 너무너무 놀랜다. 힘든 밤이었다. 걱정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지만 밤에는 전화를 지양해 주십사 부탁을 드린다. 전화벨소리가 너무 두렵고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전화를 놓칠까 겁이 나 손에 꼭 쥐고 잔다. 요즘 무서운 게 참 많아졌다.
오늘도 우리 슬비는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서 응원을 해야 한다. 어서 준비하고 나가야겠다. 어제처럼 잠시 자리를 비워 선생님 상담도 놓치고 슬비 얼굴 볼 기회도 놓칠 수는 없다. 지금은 면회도 겁이 난다. 상급종합병원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코로나나 다른 바이러스가 옷에 묻지는 않았을까? 슬비에게 옮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옷에 묻은 건 어쩔 수 없지만 수시로 수도 없이 손을 씻고 있다. 진작에 잘하지...
오늘부터 주말이라 의사, 교수님들이 많이 안 계셔서 조금 걱정이긴 하다. 그래도 슬비 주치의와 전공의 선생님들께서 주말 내내 계신다고 하니 다행이다. 오늘은 슬비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가 있을까? 6시가 안 되어 병원에 도착했지만 아직 슬비의 침상이 어느 쪽인지도 모른다. 3층에 있을 때는 보호자대기실 바로 옆이라 바깥쪽에서 벽에다 손을 대고 엄마 아빠의 마음을 전해보려 슬비에게 인사하고 격려를 해주었다.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이지만 무엇인들 어려울까?
어제는 슬비의 기말고사가 끝이 났다. 기말고사가 무슨 의미가 있냐지만 기말고사가 끝나면 방학이다. 얼마 전 슬비가 '아빠 고민이 있어'라고 했다. 고민을 물으니 방학 동안 방과 후 학습을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묻는다. 나는 대답했다.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방학 동안 아빠랑 놀자고... 그랬더니 부족한 부분을 공부해야 하는데 어쩌나 고민이라길래 방학 동안 집에서도 일찍 일어나서 공부할 자신이 있으면 집에 오고 자신이 없으면 기숙사에서 열흘 더 공부하라고 했다. 공부로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열흘 투자해서 끌어올릴 수 있으면 투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1학년 방학 때는 내내 잠만 잤으니 이번에는 방과 후 학습 기간만 빼고 잠을 자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했다. 며칠 후 물었더니 방과 후 학습 신청을 했다고 했다.
대부분의 결정과 판단은 슬비가 직접 하도록 조언하고 결정하기 전 후일의 결과를 먼저 생각해 보고 결정하라고 했고 슬비의 결정을 존중했다. 공부하겠다면 대견해하고 놀겠다면 아빠도 끼워달라고 했다. 스스로 신청한 방과 후 학습을 결국은 못 듣게 됐다. 슬비의 입원기간이 길어질수록 슬비의 소식을 듣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더 나빠지지는 않고 있다는 뜻이겠지만 더 좋아지지도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굳건히 믿고 있다. 집중치료실 유리틈사이로 실내가 조금 보이기에 수시로 들여다보고 있지만 우리 슬비가 어느 병상에 누워있는지 알 길은 없다. 의사, 간호사들이 뭔가 분주해 보이기라도 한다면 가슴이 철렁해지고 팔다리가 후들거린다. 너무도 몹쓸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나로서는 우리 슬비가 아니길 빌 수밖에 없다.
집중치료실 앞을 서성인 지 두 시간여... 4층 내과 집중치료실은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다. 보호자대기실은커녕 의자하나 없기에 더욱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것 같다. 슬비와 함께 투병 중이신 분의 배우자분께서도 안동에서 오셨다고 하신다. 루게릭병에 걸리셨는데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루게릭병에 걸리셨다고 한다. 우리도 슬비가 화이자를 2차 접종 후 부작용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화이자 접종 후 자가면역 뇌염 진단이 꽤 많은 사례가 있다. 물론 밝혀낼 수는 없겠지. 루게릭병에 걸려 중환자실에 계시다 일반병실로 옮긴 후 심정지가 왔다고 하셨다. 10분 정도 심정지가 와 뇌손상이 심해 인지능력이 많이 떨어지셨다고 하셨다. 슬비가 경대병원으로 온 첫날 중환자실에 들어가자마자 누가 입원했냐고 물으시며 남편분께서 일주일 만에 깨어나셨다고 나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그날은 너무 괴롭고 힘들고 무서워 못 들은 체 했었다. 도저히 축하해 줄 의욕이 없었다. 평소 같으면 정말 축하드린다. 정말 다행이라고 말씀을 드렸을 텐데, 슬비가 이 글을 읽으면 또 잔소리를 늘어놓겠지...
그래서 이튿날 힘내시라고 베지밀 한 병을 드렸다. 사실 이것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일주일 내내 자리를 지키는 우리를 보시고 안쓰러우셨는지 베지밀을 주셨기에 놔뒀다가 드린 거였다. 다음날 청소하시는 분들 나눠드시라고 음료수를 한 박스 사다 드렸다. 코로나로 면회가 금지되었지만 집중치료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슬그머니 보시고 슬비 상태를 전해주시기도 했다. 어딜 가나 사회생활은 잘해야 하는 게 통용이 되는 듯하다. 우리 슬비가 이런 사회생활을 잘 배워야 할 텐데 무남독녀 금지옥엽이라 걱정스럽긴 하다.
루게릭병도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보험이 없으시다고 하셨다. 2주 중간 정산에 600만 원 정도가 나왔다고 걱정이 많으셨다. 나도 내가 보험을 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보험을 가입하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보험 해약을 하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로 몇 년간 어려워 슬비에게 종신보험을 넣어주진 못했다. 그래도 실손, 수술, 입원 등 기본적인 보장은 되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돈 이야기는 슬비가 몰라도 되니 여기까지 하겠다. 너무 답답한 나머지 물티슈 등 용품을 핑계로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했다. 혹시 슬비에게 필요한 거 없냐고 물어보면서 슬비의 상태를 물어보니 새벽에 경련(경기)이 있었고 항경련제 증량하니 지금까지는 잘 자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슬비의 병상 위치를 물어보니 유리틈 사이로 보이는 내가 예상했던 자리였다. 다른 병상보다 의료장치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너무 슬픈 일이다.
하루빨리 경련이 잡혀야 CT, MRI 등을 찍을 수 있는데 걱정이다. 왜 경련이 자꾸 생기는 걸까? 하늘도 무심하다. 또다시 걱정이 쌓여가고 있다. 다음 주엔 원인을 찾아야 할 텐데... 걱정으로 가슴이 답답해 숨쉬기가 힘든데 우리 똥강아지는 오죽할까? 오후가 되어도 주치의나 간호사 선생님을 만날 길이 없어 보이는구나, 그래도 우리 슬비가 아프다고 하니 곳곳에서 온정의 마음을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린단다. 더 좋은 병원을 알아봐 주시겠다거나, 아는 의사분들을 통해 담당 선생님께서 더 신경을 쓰게 해 주겠다거나, 병원비를 보태주시거나 등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남을 돕는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을 텐데 너무 고마우신 분들이야. 이건 우리 슬비도 꼭 알아야 해. 나중에 아빠가 다 갚아야 할 것들이야.
그나저나 우리 똥강아지 이제 조금씩이라도 엄마 아빠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지 않겠어? 오늘내일은 아주 조금이라도 차도가 있길 바랄게. 힘내 똥똥!!
조금 전 병원앱으로 검사결과를 보는데 암모니아 수치가 엄청 높게 나왔다. 간이나 신장의 해독에 문제가 생긴 건가?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빌어본다. 내가 뭘 알겠냐만 암모니아가 쌓이면 뇌 쪽에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아직 조금씩 경기를 하는데 나쁜 영향을 주진 않을까 노심초사다. 너무 걱정이 돼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했다. 혹시 주치의 선생님께서 오셔서 슬비를 봐주시는지 물었다. 주말이라 주치의 선생님은 오늘은 더 이상 나와 보지는 않으신다고 한다. 또 내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면담 신청을 해놨으니 연락이 올 것이다. 물론 검사결과를 주치의 선생님께서 보시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강아지가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면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음에 또 눈물이 난다. 남들과 다를 바 없이 멀리서 힘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음에 가슴이 미어진다. 살면서 이렇게 무기력했던 적이 있었을까? 살면서 이렇게 무서웠던 적이 있었을까? 살면서 이렇게 간절했던 적이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 기억 속엔 없는 것 같다. 내 새끼는 저리 누워 온몸을 던져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데 나는 대기실 의자에 편히 앉아있는 이런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일을 직접 겪고 있음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 무엇도 우리 슬비의 외로운 싸움을 대신할 수 없음에 분통이 터진다. 가슴이 미어진다. 눈물밖에 흘릴 수 없음에 스스로가 너무너무 한심스럽다.
우리 슬비가 너무 걱정되어 집중치료실 유리틈사이로 병상 쪽을 수도 없이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임에도 얼굴조차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저 어린것이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니 또 눈물이 흐른다. 내가 눈물을 흘리는 만큼 슬비가 좋아진다면 통곡이라도 하련만 참고 참았던 눈물을 흘릴 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오늘밤은 너무도 두렵고 긴 밤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유리문 사이로 보이는 슬비의 병상은 평온해 보이지만 우리 슬비는 병마와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으리라.
집중치료실 앞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마침 담당 교수님께서 오셨다. 들어가서 슬비 상태 확인 후 면회를 시켜주신다고 하셨다. 기다리는 몇 분간이 억겁의 시간만큼 더디게 지나간다. 경기는 많이 잡혀있기는 하지만 아직 약을 조금씩 올리고 있고 약을 많이 쓰다 보니 혈소판수치가 많이 떨어져 수혈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검사결과 수두바이러스에서 양성이긴 한데 약 반응과 진행상황이나 경과가 너무 심하므로 다른 것을 의심하고 있다고 하셨고 혈압은 100 정도 겨우 유지 중이라 위험한 상황은 아니며, 어제는 폐에 물이 찼는데 거의 제거했다고 하신다. 스테로이드 투여 완료했고 면역치료 4주 지속예정으로 최소 한 달은 중환자실에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기억이 잘 안 나긴 하는데 자가면역 쪽으로 양성 반응이 있다고 하셨다.
의료진에게서 들은 것을 대충 정리를 해보았지만 나아지고 있지는 않아 보였다. 잘 버티고 있어 보였으나 슬비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의 정신이 무너지는 듯했다. 저번처럼 오열하진 않았다. 하지만 억장이 무너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슬비 엄마가 슬비 듣고 있다고 말을 해주라고 해서 겨우 몇 마디하고 나왔다.
병원을 옮길 경우를 대비해 투병일지를 작성 중인데 최대한 자세히 적어야 해서 정신을 차려야 했다. 하지만 슬비를 보고 나자 도저히 침착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힘들지만 우리 슬비만 할까? 힘들다는 말은 생각으로 족하다. 아직은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 나는 힘든 것이 아니라 두려운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