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세르게이, 그 이름만으로도 전 세계의 요인들 사이에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일명 ‘그림자’로 불렸고, 그 이유는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임무를 완수하기 때문이다. 그의 특기는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요인 암살, 납치, 고문은 그의 전문 분야였고, 이를 통해 적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세르게이는 KGB 요원 시절, 냉혹한 작전에서 무수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잔혹한 명성을 쌓았다. 그의 경험은 그를 러시아 특수부대의 교관으로 이끌었고, 그곳에서 그는 신참 요원들에게 첩보와 전술을 가르쳤다. 세르게이는 어느덧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그의 전투력과 효율성은 현역 요원들 못지않았다.
많은 이들이 그를 노령이라며 무시할 때도 있었지만, 그는 그들 모두를 가볍게 제압하며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세르게이의 냉혹한 결단력과 타고난 전술적 능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림자처럼 나타나 임무를 완수한 뒤,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세르게이는 책상 위에 놓인 두꺼운 파일을 천천히 열었다. 그 파일은 그림자 정부가 특별히 준비한 것이었으며, 그의 다음 목표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었다. 첫 장을 넘기자, 익숙한 이름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강현, 희중, 이은미, 전기영.
그들의 이름 옆에는 신상 정보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나이, 직업, 주소, 가족 관계까지. 그들은 지금까지 그림자 정부의 계획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존재들이었다.
세르게이는 서류를 넘기며 한 명 한 명의 사진을 확인했다. 강현의 결연한 얼굴, 전기영의 차가운 표정, 이은미의 침착한 미소, 그리고 마지막으로 희중의 날카로운 눈빛 그의 눈에 박혔다.
세르게이는 파일을 넘기다 멈춰 섰다. 이름이 눈에 띄었다. 희중.
'이 남자...'
파일 속 정보를 천천히 훑어보며 그의 시선이 멈춘 것은 희중의 이력이었다.
[국군정보사령부, 일명 HID]
세계적으로 베일에 싸인 부대, 그 이름을 아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그러나 세르게이는 알고 있었다. KGB 시절에 수차례 마주했던 HID의 그늘. 극비 작전에서 그들과 교차했을 때마다, 그들은 마치 유령처럼 스며들었다가 사라졌다.
'HID라… 이건 예상 밖이군.'
희중의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 눈빛, 다부진 턱, 표정 하나 흐트러짐 없이 단단하게 박혀 있는 인물. 이 남자가 상대라면, 그저 흔한 타깃과는 차원이 달랐다. 세르게이는 알았다. 희중은 단순히 전투력이 아닌, 기밀 작전에서 살아남는 법을 아는 자였다.
'그렇다면 이건 단순한 방어 임무가 아니겠지. 이번엔 진짜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희중은 아마도 자신이 목표가 된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는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상대할 사람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야. 그는 생존의 기술을 완벽히 익힌 사람이지.'
그러나 세르게이는 미소를 지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는 수많은 고비를 넘겼고, 그런 자들과 싸우며 승리를 거두었다. 그가 하는 일은 언제나 같았다. 조용히 접근해, 완벽히 끝내는 것. 그는 이 임무에서도 마찬가지로 승리할 것이다.
'내가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쥐새끼들에게 팀이라... 자존심이 상하지만 할 수 없지.'
그는 파일을 덮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싸움이 치열해질 것을 예감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임무를 완수할 것이다.
'이제 나도 은퇴할 때가 다가오고 있군.'
그의 손길은 매끄러웠고, 표정은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세르게이는 오래전부터 이런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단순했다. 그들을 찾아내고, 임무를 완수하는 것. 세르게이는 비록 전성기에 비해 손색은 있지만 , 오랜만에 그가 이끌던 팀을 호출했다.
한편, 대한민국 서울 외곽의 조용한 독채. 그곳은 희중이 마련한 안전가옥이었다.
희중은 조용히 자신의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는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던 옛 동료들에 연락해 자신의 힘이 되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들은 과거 국군정보사령부(HID) 내에서도 가장 정예인 특수작전부대에서 활동하던 요원들이었다. 모두 한때 희중과 함께 첩보 작전에서 다양한 실전을 통해 경험을 쌓은 정예들이었다.
그가 다시 이들을 불러 모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강현과 이은미 일행을 보호하고, 이은미 원장의 연구 결과를 세상에 폭로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희중은 깊은숨을 내쉬며 강현을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들을 지키고 진실을 폭로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거야."
강현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
"희중 씨, 옛 동료들이 정말 믿을 만한 사람들이겠죠?"
"그들은 언제나 믿을 만했어요. 우리는 모든 작전에서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죠. 지금은 더욱..."
그들은 이은미 원장의 연구 결과를 전 세계에 폭로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림자 정부는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의 보호는 필수적이었다. 희중의 옛 동료들은 최정예 요원들이었기에, 그들과 함께라면 어둠 속에서도 충분히 그들을 지켜낼 수 있었다.
하지만, 희중은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특수작전부대는 각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요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꼭 필요한 한 명과는 아직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바로 최민호.
최민호는 그들의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천재 해커였다. 그가 없으면 그림자 정부의 방어벽을 뚫고 해독제를 찾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는 단순한 컴퓨터 해커가 아니었다. 그의 기술은 정보 보안에서 암호 해독, 그리고 디지털 첩보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이버 전쟁의 영역을 섭렵한 달인이었다.
희중은 그가 없이는 이 작전이 불완전하다고 생각했다. 최민호의 손길 하나로, 그들은 정부 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었고, 심지어 그림자 정부의 데이터베이스까지도 해킹할 수 있었다.
특수작전부대답게, 그들은 단지 전투에 능한 것이 아니라, 해킹, 폭발물 처리, 잠입 작전 등 모든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이었지만 그림자 정부와의 싸움에는 반드시 최민호가 필요했다.
그들의 임무는 분명하고 위험했다. 그림자 정부의 감시와 추격을 피하면서도, 이은미 원장의 연구 결과를 안전하게 전 세계로 폭로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팀원들은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총동원해야 했다.
희중은 모두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최민호다. 그가 없으면 이 작전은 절반밖에 성공할 수 없어."
강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최민호라면 해커라고 하지 않았나요? 왜 그가 필요한 거죠?"
희중은 답답한 듯 숨을 내쉬었다.
"그는 단순한 해커가 아닙니다. 최민호는 정보 보안부터 암호 해독, 심지어 디지털 첩보 활동까지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사이버 전쟁의 달인이죠. 그의 손길 하나면 그림자 정부의 방어 시스템도 뚫을 수 있어요."
이은미가 진지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그럼 우리가 해독제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군요."
희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림자 정부는 단순한 보안 시스템을 사용하는 게 아닐 겁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는 일반 해커들로는 손도 못 댈 정도로 복잡할 겁니다. 오직 최민호만이 그걸 해킹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죠."
강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지금 그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게 문제군요."
희중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그를 찾지 못하면, 이 작전은 실패할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