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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앤글 Jan 24. 2024

우리 집엔 내 공간이 없다

"얘들아~책을 봤으면 제 자리에 꽂아 놔야지. 이게 다 뭐니~"

"왜요~ 엄마 책도 다 누워 있잖아요~"

책을 읽고 정리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잔소리 좀 했더니 바로 둘째의 반격이 날아온다.

"아니, 엄마는 책장이 없잖아"

집안에 책장이 몇 개인데 내 책 꽂을 공간이 없다. 이건 내가 억울해야 할 상황 아닌가? 집안 가득 자기들이 읽을 책을 책꽂이에 가득 채워 줬건만 정리까지 엄마 몫으로 남겨두는 금쪽같은 내 새끼들이다.

"여보, 나도 책장 사줘~"

오늘도 대답 없는 남편을 향한 나의 외침은 좁은 집구석을 맴돌다가 이내 나의 통장 잔고에 꽂히고야 말았다.


현재 내 책을 꽂을 책꽂이가 없다. 그렇다면 하나 사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서 있을 곳 없이 누워 있는 책들을 바라보자니 고고하게 세워 주지 못하고 눕혀놔서 미안하기 짝이 없다. 제목을 보려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보니 어깨에 담이 오는 느낌은 기분 탓일까.

믿을 건 쿠팡, 만만 한 건 쿠팡, 나의 쇼핑 동반자 쿠팡에 소형책장을 검색해 본다. 집을 쓰윽하고 스캔해 봐도 나의 소중한 책들을 품어줄 책장을 놓을 자리가 마땅치가 않다. 어허 어찌하여 내 책장 하나 놓을 자리가 없단 말인가. 검색본능을 살려 세로책장, 원형책장등 다양한 책장을 검색하여 원하는 책장을 발견했지만... 음 비싸다. 힘든 워킹맘으로 사는 중에도 왜 나를 위한 투자가 매번 이렇게 어려울까.


지금 이 글도 주방 아일랜드 식탁 구석에서 쓰고 있다. 아들 딸 모두 책상이 있는데 왜 나는 책상이 없는 것일까? 내 신세가 누워 있는 책들 못지않게 처량하기 그지없다. 내 책상이 있다면 이쁜 머그컵에 아메리카노 한잔 담아 마시며 우하하게 글을 쓰고 싶은데, 왜 나는 주방 한편에서 의자에 무릎 하나 세워 두고 불쌍하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누가 보면 베스트셀러 작품을 쓰는 작품 꽤나 쓴 작가의 모습이나 현실은 연재브런치북 글을 쓰기 위해 고심을 하는 두 아이의 엄마일 뿐이다.


처음 이 집에 이사를 올 때만 해도 남편과 나 그리고 세 살짜리 첫째 아이 단출한 세 식구였다. 넓지는 않았지만 여유공간도 있을 만큼 나름 괜찮은 사이즈였는데 둘째가 태어나고 살림살이는 식은 라면처럼 속절없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철 지난 옷을 버리고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버려도 들어오는 살림살이가 더 많아서인지 우리 집은 여유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는 나의 삶은 언제 가능해질까






40평대 넓은 아파트에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 쬐는 거실 한편 나의 작업실을 만들고 싶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하얀 책상 위에 하얀색 그램 노트북을 올려놓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작고 귀여운 블루투스를 세팅할 것이다. 현재 읽고 있는 책 몇 권을 꽂을 수 있는 아담한 책장을 놓고, 그 옆에는 내가 읽은 책들을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는 원목 재질의 따뜻한 책장을 놓을 것이다.

모두가 잠든 시간 나의 책상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오늘의 책을 읽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는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베스트셀러 버금가는 인기글이 술술 써질 것만 같은 나의 공간.

상상 속의 그 공간을 나는 언제쯤 가질 수 있을까?


"여보~ 돈 좀 더 벌어와 봐봐 봐~ 우리 집에 내 공간이 없어. 나 책도 읽고 글도 잘 쓸 책장과 책상이 필요하단 말이야~" 글 쓰는 나의 존재를 모르는 남편에게 도달하지 않을 야호를 외쳐본다.

흠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 내 공간뿐만 아니라 남편의 공간도 없다. 돈은 남편과 내가 벌고 있는데 이 집의 주인은 아들 딸인가? 앗, 이 집의 주인은 은행이었지...


주인님의 노비생활 청산의 길은 로또뿐인 것인가. 오늘도 이렇게 소박하게 시작한 나만의 공간에 대한 희망은 커다란 돈 문제로 끝맺음이 나려 한다. 


행복한 글쓰기에 돈 문제가 웬 말인가. 누워 있을지언정 나의 읽기 욕구를 채워주는 소중한 책들과 글을 쓸 수 있는 14인치 그램 노트북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아일랜드 식탁이 있음에 감사하자. 이렇게 공간에 대한 생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나는 행복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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