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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Dec 06. 2024

앞이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글을 쓰면 돼

이번주는 어떤 하루였니, 친구야?

나는 요즘 매일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게 정신없구나. 사실 여기서 특별히 하는 일도 없어. 자고 먹고 좋은 곳 구경하고 놀기만 하는데 아직도 시차 적응 중인지 낮에는 꾸벅꾸벅 병든 닭처럼 졸고 있어. 그런데 신기한 게 뭔지 아니? 밤이 되면 또 졸리다는 거야. 사실 내가 잠이 좀 많긴 해. 금세 피로해지는 체력이기도 하지만 20대 시절에도 13시간 이상도 잘 수 있는 잠꾸러기였거든. 루는 잠이 없는 부지런쟁이인데 벨라는 잠이 많은 게으름뱅이... 까지는 아니고 그냥 잠순이 정도라고 해둘게. 우리는 닮은 점도 많지만 잠이 있고 없는 부분에서는 다른 점도 있구나. 이제 겨우 1개 찾은 건가, 헤헤.


어느 날부터 유튜브나 OTT를 보느라 휴대폰을 오래 본 날에는 어김없이 필사를 하려고 펜을 잡았을 때 글씨가 아른아른거려서 예쁘게 쓰기가 어려워지더라. 독서를 할 때도 마찬가지야. 휴대폰의 블루라이트 기능을 켜놓았지만 별 소용이 없는 것 같아. 눈이 침침한 것보다 글씨를 보면 시리고 번지는 느낌이 들어서 초점이 맞지 않아 참 답답해. 특히나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작년 가을부터 이런 증세가 급격히 심해진 것 같아. 그냥 책만 읽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거든. 휴대폰으로 브런치에 글 쓰고 인스타그램에 피드 올리고 동기들 단체톡을 확인하는 일들이 많아지다 보니 확실히 휴대폰 사용시간이 많이 늘긴 하더라. 그래서 눈의 피로도가 올라간 것 같고. 올해 초 병원에 가니까 노안이 조금 있지만 그보다도 난시가 생겼다 하더라고. 그래서 글씨가 번지게 보이는 거였어. 근시, 난시에 노안까지 오니 이제는 정말 나이 듦을 받아들여야 하나 봐. 그런데 그 사실이 조금 서글프기도 . 계속 글 쓰는 사람으로 고 싶다고 말은 했지만 읽는 것, 쓰는 것이 불편해지니 속상하더라. 안 좋아진 눈의 상태가 오랫동안 독서하고 글 쓰고 싶은 내 의지를 약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지 말아야 할 텐데 점점 더 악화될 일만 남았으니 어쩌나. 시력을 위해서 눈을 덜 써야 할 텐데 내가 주로 하는 일들은 눈을 더 피로하게 만드니 이를 어떡한담.


얼마 전 우리 만났을 때 휴대폰을 멀찌감치 바라보며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네 말을 듣고 마음이 했어. 아직 우리 그럴 나이 아닌데, 꽤 나쁘지 않은 건강상태인그게 다 착각이었나 싶더라. 마음만 이팔청춘이지 진실은 세월을 역행할 수 없는 건데 읽고 쓰는 일을 열심히 하려는 게 지나친 욕심인싶어. 본격적으로 눈을 쓰려하니 더더욱 잘 보이지 않는 청개구리 같은 눈이 야속하더라.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눈상태만 안 좋아지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잘 돌아가던 팔도 삐그덕거리고 손가락이나 무릎 관절도 쑤실 때가 있고 미용실 원장님이 놀라시곤 하던 풍성한 머리칼도 반은 사라지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던 머릿결도 헤어 에센스를 매번 바르지만 그래도 푸석푸석해. 납작하던 배는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고 작지만 동양적 매력이 있던 눈은 늘어진 눈꺼풀로 인해 졸려 보이기까지 하더라. 이렇게 나는 많이 변했어. 젊고 건강하고 반짝이던 그녀는 나이 들고 약하고 한풀 꺾인 할미꽃이 되어가려 해.


하루에 2만 보 걷는 건 일도 아닌 일상다반사이고 12시에 자도 새벽 5시면 눈이 떠지는 친구.

걸어서 정말 하늘까지도 걸어갈 것 같은,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은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자가용을 타고, 걸어 다니는 에너자이저 친구.

손이 쉬는 걸 못 견뎌해 나 같으면 누워서 쉴 타이밍에도 뜨개질을 하며 작품을 만들어 내는 친구.

누군가가 속상해하고 아파하면 지나치지 않고 위로하고 따스한 말로 힘을 주며 내 일같이 챙겨주는 친구.

아이들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며 투덜대지만 이 아이들 다 키우면 적적해서 어떻게 하냐며 벌써부터 쓸쓸해하는 친구.


이런 멋진 네가 곁에 있기에 같이 걸어주기에 나는 눈 좀 잘 안 보인다고 해서 겁내지 않을래. 글은 눈으로 쓰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글을 쓰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막막할 때도 있겠지만 같이 읽고 쓰는 친구가 있는데, 내 마음을 찰떡같이 이해하고 알아주는데 두려울게 뭐가 있겠어. 네가 힘들 때 내가 있고 내가 어려움이 있을 때 네가 있을 텐데 말이야. 마음이 닿은 글은 풍성하고 다채롭고 다정할 거야. 그렇기에 슬퍼하지 말고 용기 내는 우리, 의지하는 우리, 힘이 되는 우리로 함께 하자. 신체는 흐르게 두고 마음은 이대로 머물러 아름답게 피워내자. 우리의 글로써 승화해 보자.



되도록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신의 몸은 변한다.
하지만 당신은 변하지 않는다.

-웬델 필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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