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주일 많이 힘들었지? 내가 곁에 있었다면 네가 좋아하는 콩나물 국밥 사주면서 그동안의 속이야기 다 들어줬을 텐데 안타깝고 속상하고 그렇더라. 자식 일이 참 마음대로 안되지, 맞아 맞아. 왜 나라고 모르겠어. 조금 전 나도 딸아이 훈육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참이었어. 입에서 나오는 말은 가식적일 필요는 없지만 긍정적이고 칭찬의 말을 하라고, 너의 부정적인 생각을 남생각 안 하고 그대로 다 말하는 건 결코 솔직한 게 아니라고 타이르면서 말이야. 상대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려면 그냥 입을 다무는 게 낫다고도 해줬어. 아직 아이니까 미숙하니까 이런 건 부모가, 엄마인 내가 잡아줄 수밖에 없잖니. 아이 말로는 본인은 나쁜 의도로 말한 게 절대 아니고 그게 기분상하게 하는 말인 줄도 몰랐대. 거짓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대외적인 예절이 있는 거고 초등생이 생각하는 예의라는 기준은 또 다를 수 있는 거잖아. 그래서 너무 꼰대 같지 않게 가르치면서도 아이입장도 고려해 가며 지도를 하려니 참 어렵더라. 아이가 올바르고 예의 바르게 자라도록 하는 일은 왜 한 번의 가르침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걸까? 다듬고 다듬어 보기 좋은 작품이 될 때까지 아이를 가르치려다 새치가 나오는 내 머리가 눈밭처럼 하얗게 변할 지경이야. 그래도 참 착하고 바른 아이인데 요즘 예의범절에 관해 지적 아닌 지적을 하느라 나도 마음이 좋지 않고 아이도 귀찮고 힘들 거야. 그래도 어떡하겠어. 거쳐 나가야 할 일이면 열심을 다해야지 뭐.
에구, 갑자기 아이들 이야기하다가 말이 길어졌네. 이렇게 브런치가 있으니 너에게 글로도 구시렁댈 수 있고 참 좋구나. 말로 하는 재미도 있지만 글로 전하는 일이 더 디테일하게 전할 수 있어 후련한 맛은 있네. 브런치가 없었다면 너랑 이렇게 편지글을 나누는 기회가 과연 왔을까 싶어. 지금이 편지로 마음을 자주 전하는 시대는 아니잖니. 아마도 전화와 카톡은 하더라도 편지는 안 썼을 것 같아. 저런 저런. 상상하니 아찔하다. 좀 슬프기도 해. 우리 어릴 땐 마음 전할 때 카드나 편지를 많이 썼는데 어느 날 이메일이 생기면서 그 횟수가 현저히 줄었던 것 같아. 그러다 카톡이 생기면서 편지가 뭐야, 카드 쓰는 것도 자주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잖아. 긴 글에 꾹꾹 눌러 담던 마음이 주는 감동이 따로 있는데 말이야. 지금의브런치글쓰기도 펜을 꼭 잡고 다음 내용이 생각이 안 날 때면 볼에 두드리던 감성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에 못지않은 다정함과 정성을 담았다는 건 네가 꼭 기억해 주면 참 좋겠다.
브런치글을 쓰면서, 특히 너와 함께 브런치북을 쓰면서 느낀 점은 이제 글 쓰는 일이 덜 부담스럽다는 거야. 누군가에게 편지글을 써보는 형식은 시도해보지 않았는데, 아니 고찰을 꼭 넣어야 하는 교훈적인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도 조금 있었는데 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주 편해지는 거 있지. 글을 꼭 누군가에게 깨달음을 주어야만 그것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힘준 어깨를 툭 떨어뜨리고 써나가는 글도 진실하고 순수한 값어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때로는 참깨에서 참기름을 어렵사리 짜내듯 내 안의 가장 값진 진액만 모아 모아 글을 쓰려니 힘겨울 때도 있었어. 하지만 자연스러운 글은 더 자유롭고 술술 풀어나갈 수 있음을 깨닫고는 형식에 크게 연연하지 않기로 했지. 날 가두는 틀을 조금씩 깨고 나가는 것 또한 글쓰기의 기쁨인 걸 알게 되었어. 친구야, 너와 브런치글을 쓸 수 있어 안심이고 든든해. 우리 앞으로는 크나큰 날개를 달고 높이높이 훨훨 날아다니자. 부딪치고 잡히지 않는, 거침없이 원하는 만큼 하늘을 날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