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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Jun 12. 2024

눈치게임 시작!

아들 엄마는 오늘도 어김없이 버럭 엄마가 되었다.


사건은 방심에서 시작되었다. 이제는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것만 같은 코로나 시국 때 집에서 수업을 듣는 동안 아이가 온라인 수업은 안 듣고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몰래 보는 일이 있었다. 나중에는 내가 옆에서 책을 읽거나 일을 하며 지켜보고 있어도 조절을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러 상황이 심각해짐을 감지하곤 고치느라 애를 먹었다. 수업을 제대로 못 듣는 것은 당연했고, 당일 수업 과제들도 늘 엉망일 수밖에 없어 매일 소리치고 울고의 반복이었던 그 시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 이후로 집에 있는 노트북은 비번으로 잠가놨고, 허락하에 영어 영상 또는 인강을 들을 때에만 보여준다. 게임은 주말에 독서를 다 하면 1시간씩 허락하는 보상시스템으로 바꾸었다.

아들 2호는 유튜브 보는 걸 좋아하지만, 게임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일은 거의 없게 시스템을 만들었다. 유튜브는 평소에 tv로 보도록 가르쳤고, 다행히 남자아이라 그런지 카톡이나 전화가 와도 무관심이다. 게임 또한 오며 가며 내가 볼 수 있게 pc로 하거나 핸드폰으로 할 경우 거실에서 하도록 약속을 해 두었다.


완벽한 방어였다.


그래서 방심했다.


나름 모든 것을 다 방어했다고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에 특별한 제지를 하지 않은 것이다. 관리 목적으로 패밀리 링크를 설치하고도 따로 보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매일 매시간 아이랑 붙어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요즘따라 일찍 잔다고 할 때마다 아이가 때 이른 더위로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무엇을 먹여야 하나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다가 아이가 걷어찬 이불과 세게 돌아가는 선풍기를 꺼주려 본의 아니게 급습을 했다. 갑자기 2호가 이불속에서 후다닥 움직인다. 순간 장수풍뎅이가 또 탈출에서 움직이는 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아직 거짓말을 하기엔 어설픈 초4는 묻기도 전에 순순히 자백을 하기 시작을 한다.

"아니~ 잠이 안 와서 핸드폰을 봤는데 게임이 켜져 있더라고. 그래서 한번 해봤어."

아이의 스마트폰을 받아 나오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놀란 가슴과 더 놀란 아이의 모습에 화내야 하는 줄도 까먹었다. 안방으로 가서야 패밀리 링크를 확인하고서야 뒤늦게 온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어제오늘 즐겁고 신나게 게임과 유튜브를 즐긴 게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아드님,
이제부터 관리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바쁜 아침 시간에 화장실에 들어간 2호가 나오지 않길래 재촉을 했다. 원래 큰일 보는 속도가 오래 걸리는 아이가 아니라 순간 느낌이 싸했다. 에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혹여나 하고 패밀리링크를 확인해 본다.



지난밤에 사용금지 해놓은 유튜브를 보기 위해 이 녀석이 네이버로 우회해서 보고 있는 중임을 확인하는 순간, 내 머리 뚜껑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2호 너 당장 나와!! 넌 앞으로 전화 외엔 다 금지야."


열심히 고음을 냈더니 아침 9시부터 맥주가 땡긴다. 

하아...아들엄마하기 너무 힘들다.



교육의 목적은 비어 있는 마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을 만드는 것이다
- 말콤 포브스


+) 아이들 핸드폰 사용관리 어플이 궁금하시다면....

https://blog.naver.com/sunny-star/22347656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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