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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붙박이별 Jun 03. 2024

나쁜 남자

그녀는 곧 퇴근한다는 그를 기다리며 그의 집에 있었다.

그의 컴퓨터 안에 있는 함께 찍은 사진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그녀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처음 보는 파일이 있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파일을 열어보았다.


키스하는 남녀.

-이런 건 언제 찍었지?


웃으며 파일을 닫으려던 그녀는 손을 멈추었다.

영상 안의 주인공은 그와 그녀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아니었다.


그와 다른 여자.

키스하는 그와 다른 여자의 영상.


그녀는 손이 떨려왔다. 구도로 보았을 때 그 영상은 그가 직접 찍은 것이었다.

그에게 물어봐야 했다.

핸드폰을 집으려는데 벨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상대방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난 후, 그녀의 이름을 확인했다.

-네. 맞아요. 누구신가요?

-저기... 전화로 죄송하지만 부탁드릴 게 있어요.

저는 유방암 말기 환자예요.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해요. 얼마나 살지 모르는데, 제가 죽을 때까지만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안 될까요?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그녀가 영상 속의 그녀라는 걸.

이미 그는 그 사람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아, 알겠다. 끝이라는 걸.


그런데,  만약 그 여자 혼자 그러는 거라면,  그는 원치 않는다면... 하는 희망을 잠깐 품었으나, 그녀의 전화번호를 이미 알고 전화를 한 것이나, 컴퓨터에서 본 영상을 떠올리니 본질이 보였다.


그에게 확인이 필요할까..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대답했다.

-네, 그러세요. 이왕이면 죽지 말고 꼭 오래 사세요. 그리고 그 남자 쭉 가지세요. 건강해지시길 바라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그의 컴퓨터에 있는 사진을 지우고, 그의 집에 있는 그녀의 짐을 챙겨서 그의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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