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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붙박이별 Jun 10. 2024

나쁜 남자 2

그녀는 오랜만에  그를 만났다. 여느 때처럼 얘기를 나누고, 쇼핑도 같이하고, 술을 마셨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헤어지려는데 그가 말했다.



-매번 네가 여기로 와 주는데, 계속 모텔에서 재우긴 좀 그런데...

혹시 너 괜찮으면 우리 집에서 잘래?


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제 여사친이 아닌 여자 친구가 되는 걸까?


그녀는 조금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그녀는 그와 키스를 했고 그의 집에서 그에게 안겨 잠을 청했다.

떨리고 따스한 밤이었다.


다음날 아침 그는 잠깐 볼일이 있다며 집에서 좀 더 쉬며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녀는 그의 웃음에 설레어하며 포근한 침대에 몸을 뉘었다.


몇 분 후 현관문 비밀 번호 눌리는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뭘 놓고 갔나? 하고 올려다보니 웬 여자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구... 세요?

-그러는 그쪽은 누군데요? 난  이 집 사는 남자 여자 친구인데요.

날카로운 목소리로 여자가 말했다..


-아, 네, 저는.. 그냥 친구예요. 제가 지방에서 와서 재워준 거예요.


그녀는 더듬거리며 변명을 했다.

그러면서도 이게 무슨 상황일까,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했다.


-죄송해요. 제가 지방에서 놀러 와서 그냥 재워준 거예요. 오해는 마세요...


바보같이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정말 바보같이...


그 여자는 그녀가 뭐라든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에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는 듯했다.

계속 그녀의 앞에 서 있다가  왜 이래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황하셨으면 미안해요. 하지만 전 여자 친구 있단 소리를 못 들어서요. 저는 가볼게요. 남자 친구랑 얘기하세요.


그녀는 급하게 가방을 챙겨서 나왔다.

그에게 문자를 남겼다.


# 너 나쁘다. 꼭 이런  상황 만들어야 되니? 됐어. 난 그냥 갈게. 잘 지내. #


얼마 후 그에게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그러자 문자가 욌다.


# 여자 친구 아냐. 그냥 아는 형님 여자 친구야. 그분이 그냥 나 좋다고 하는 거야. 집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나도 모르겠어. 정말이야. 난 널 좋아한단 말이야. 믿어줘 #


어이없는 변명.


그녀는 그에게 마지막 문자를 남기고 그를 차단해 버렸다.


# 개. 소. 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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