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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호수, 할슈타트를 걷다

by 리디아 MJ

7화. 선글라스를 위한 항해


돌아가는 배 위에서

우리는 조금 들떴다.


하루 종일 걸은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잔잔한 호수는

몸을 기울이지 않도록

살포시 안아주었다.


배 두 대가 나란히 출발하자

누가 먼저 가나

장난 같은 경쟁이 시작됐다.


“왼쪽 배, 속도 좀 내시죠!”

“조타수, 아드님 실력 좀 보여주세요!”


웃음소리가 물결처럼 퍼졌다.

우리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누가 먼저 파도치는 배 위에서

균형을 잃나 농담도 했다.


그러던 중—

찰칵, 퐁당.


머리에 올려둔

아들의 선글라스가

바람에 실려

호수에 빠졌다.


“어머나…!”

“괜찮아, 비싼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 순간 아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씁쓸하게 바뀌었다.


“우리, 다시 와야겠네.

선글라스 주우러.”


그 말에

배 위가 다시 웃음으로 출렁였다.


“그래, 그 핑계로 또 오자.”

“호수야, 잠시 보관만 부탁할게.”


물 위엔 아무 흔적도 없었지만

우리의 웃음은

물결처럼 퍼져갔다.


그렇게 한 쌍의 선글라스는

할슈타트 호수 어딘가,

다시 돌아올 약속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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