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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던 동유럽 체코에서

5장 《천년의 시계 앞에서, 시간을 선물하다》

by 리디아 MJ


프라하 여행을 준비하던 어느 날,

아이들에게

천문시계의 전설을 들려준 적이 있었다.


“천 년이 넘도록 그 자리에 서서,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있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지만,

그 안엔 삶과 우주의 리듬이 담겨 있지.”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때는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로만 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 도착했다.


수많은 인파 속,

아이들과 손을 꼭 잡고

천문시계를 바라보았다.


12시가 가까워지자

광장 앞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모였다.

그리고

딸깍.

작은 움직임과 함께

그 유명한 인형들이 등장했다.


어쩌면 너무 순식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눈앞에서 펼쳐진 그 광경은

단 몇 초 만에 끝났고

주변에서는 “이게 끝이야?” 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 짧은 순간에 깃든

천 년의 시간과 인내, 지혜의 메시지를.



사람들이 하나둘 광장을 빠져나갈 때,

나는 작은 가게에 들러

천문시계 모양의 기념 목걸이 두 개를 샀다.


그리고

아이들 목에 하나씩 걸어주며 말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오늘 우리가 여기에 있었다는 건

아주 오래 기억될 거야.”


아이들은 환하게 웃었다.


그날,

우리는

‘시간을 보는 법’ 대신

시간을 ‘기억하는 법’을 배웠다.



—ing 리디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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