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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던 동유럽 체코에서

7장 《체코의 저녁, 스비치코바 한 접시와 흑맥주 한 잔》

by 리디아 MJ


노을이 프라하의 지붕을 물들이던 시간,

우리는 골목 안 작은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낯선 메뉴판 속에서

‘스비치코바(Svíčková)’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체코 전통 음식이라 했다.

고기와 크림소스, 그리고 담백한 빵이 곁들여진 요리.


나는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그리고 함께,

흑맥주 한 잔도.



사실 술을 즐기진 않는다.

하지만

이곳의 공기, 이 분위기라면

한 모금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처음 입에 댄 흑맥주는

어쩐지 아주 오래전 마셨던

‘맥콜’이라는 음료의 맛을 닮아 있었다.

알코올보다 향이 먼저 다가왔고,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테이블 위엔

따뜻한 스비치코바,

달큰한 소스 위에 부드러운 고기가

포근히 놓여 있었다.

곁들여진 빵을 소스에 살짝 적셔 먹으니

입안에서 천천히 사르르 녹았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나는 끊임없이

창밖의 노을을 눈에 담기 바빴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완벽했다.


따뜻한 음식,

노을에 물든 거리,

조용히 마주 앉은 가족들,

한 손에 들린 흑맥주잔.


남 부러울 것 없는 저녁이었다.


오랜 꿈의 종착지에서

우리는

어느새,

가장 아름다운 하루의 끝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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