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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던 동유럽 체코에서

4장 《프라하의 시계탑 아래, 우리는 멈춰 섰다》

by 리디아 MJ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낯선 기류와 익숙하지 않은 냄새,

그리고 느릿한 표지판을 마주하자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구나 싶었다.


목적지는 체코, 체스키 크롬로프.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처음 마주한

붉은 지붕들의 도시 풍경은

그림엽서 속 한 장면 같았다.

어디서부터 감탄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우리 가족은 모두 들뜬 얼굴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서로의 짐을 챙겨주고

골목을 걷다 멈춰서면 손을 내밀어

조용히 ’괜찮아?’라고 묻는 눈빛.


그 여행에서 우리가 배운 첫 번째는

“안전은,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일” 이라는 거였다.



블타바강 근처를 걷다 만난

난간에 가득 걸린 열쇠 자물쇠.


‘어떤 약속들이 이 안에 묶여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서서

하나하나 자물쇠를 바라보다,

불쑥 작은 약속 하나를 만들었다.


“우리도 다음에 다시 여기 와서

자물쇠 하나 걸자.”


아이들이 활짝 웃었다.



얀 후스 동상 앞,

구시가지 굴뚝빵 노점에서

갓 구운 따뜻한 빵을 손에 들고

설탕과 시나몬이 흩날리는 냄새를 따라 걷는다.


그러다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엄마! 저거 뭐야?”

“아… 시계탑!”



우리는 자연스레

프라하의 천문시계 앞에 섰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시계는 그저 시간을 알리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시간까지

잠시 멈춰 세운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ing 리디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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