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장 – 계단을 오르며 생각한 것〉
계단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한 발, 또 한 발,
심장이 계단의 수를 세고 있었다.
설계된 몸이라면
이쯤에서 멈추라고,
수치가 말했을 것이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근육이 타오르듯 뻐근해지는 순간,
그 수치는 나를 멈추게 만들려 했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가타카 속 그들이 믿었던 건
코드의 완벽함이었지만,
내가 믿는 건
결함 속에서 솟아나는 힘이었다.
손잡이를 스치며 올라간 마지막 계단,
숨이 터져 나왔지만
그 숨은 패배가 아니라,
정상에 닿았다는 증거였다.
계단은 나에게 말했다.
“너의 한계는
너의 설계도가 아니라
너의 걸음이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