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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과 심장사이

〈열네 번째 장 – 서류 위의 탄생〉

by 리디아 MJ


나의 이름은

여기서 새로 태어났다.

출생지가 바뀌었고,

혈액형과 건강 수치가

정교하게 다시 쓰였다.


서류 속의 나는

설계도가 수정된 건물처럼

흠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결함은 삭제되었고,

기록 속 생은

미래를 향해 곧게 뻗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종이 위의 생은

숨을 쉬지 않는다.

그것은 호흡도, 맥박도 없는

정밀한 모형에 불과하다.

서류가 나를 살리지만,

진짜 나를 증명하지는 못한다.

내가 다시 태어난 곳은

종이 위가 아니라,

그 거짓 이름을 안고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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