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장 – 서류 위의 탄생〉
나의 이름은
여기서 새로 태어났다.
출생지가 바뀌었고,
혈액형과 건강 수치가
정교하게 다시 쓰였다.
서류 속의 나는
설계도가 수정된 건물처럼
흠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결함은 삭제되었고,
기록 속 생은
미래를 향해 곧게 뻗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종이 위의 생은
숨을 쉬지 않는다.
그것은 호흡도, 맥박도 없는
정밀한 모형에 불과하다.
서류가 나를 살리지만,
진짜 나를 증명하지는 못한다.
내가 다시 태어난 곳은
종이 위가 아니라,
그 거짓 이름을 안고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