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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과 심장사이

〈열다섯 번째 장 – 눈빛의 심문〉

by 리디아 MJ

그의 질문은

입술이 아니라 눈에서 시작됐다.

서류 위의 이름을 훑고 난 시선이

곧장 내 얼굴로 닿았다.


서류 속 나와

눈앞의 내가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침묵의 압박.


가타카의 세계에서는

머리카락 한 올로도

정체를 밝혀냈다.

여기서는

눈빛 한 줄기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나는 숨을 고르고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두려움이 눈동자를 흔들면

거짓이 먼저 드러난다.

진실을 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의 눈이

마침내 다른 곳을 향했다.

심문은 끝났고,

나는 여전히 내 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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