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장 – 수치와 숨결 사이〉
모니터 위에서
숫자들이 오르내렸다.
혈액의 밀도, 심장의 박동,
유전자가 읽어주는 미래의 단편들.
수치들은 명확했고,
의사의 목소리는 그만큼 건조했다.
마치 삶이
그래프 한 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는 듯.
그러나 그 옆에서
누군가의 숨이 들렸다.
긴장에 떨며 끊기는 호흡,
안도의 한숨,
다시 고르기를 찾는 들숨.
나는 알았다.
그 숨결 하나에 담긴 이야기가
수천 개의 데이터보다 길다는 것을.
삶은 수치와 숨결 사이에서 태어난다.
수치는 방향을,
숨결은 속도를 정한다.
오늘의 나는
속도를 따라 걷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