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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과 심장사이

〈열두 번째 장 – 수치와 숨결 사이〉

by 리디아 MJ


모니터 위에서

숫자들이 오르내렸다.

혈액의 밀도, 심장의 박동,

유전자가 읽어주는 미래의 단편들.


수치들은 명확했고,

의사의 목소리는 그만큼 건조했다.

마치 삶이

그래프 한 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는 듯.


그러나 그 옆에서

누군가의 숨이 들렸다.

긴장에 떨며 끊기는 호흡,

안도의 한숨,

다시 고르기를 찾는 들숨.

나는 알았다.

그 숨결 하나에 담긴 이야기가

수천 개의 데이터보다 길다는 것을.

삶은 수치와 숨결 사이에서 태어난다.

수치는 방향을,

숨결은 속도를 정한다.


오늘의 나는

속도를 따라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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