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맘의 저녁이 있는 삶

by 오오맘

나는 오전에만 일하는 시간강사다. 오후에는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 물론, 적게 일한 만큼 돈은 매우 적게 번다. 우리 남편은 군인이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저녁 8시는 돼서야 퇴근한다. 12시간 넘게 부대에 있는다. 물론, 그만큼 돈도 (나보다는) 많이 번다. 우리 부부는 적게 일하고 적게 버는 삶과 많이 일하고 많이 버는 삶을 살며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간다.


누가 더 행복할까? 적게 일하면 행복할까? 둘 다 행복할까?


내 입장에서 먼저 보자면, 나는 직업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주변에서는 차라리 기간제를 하거나, 임용을 다시 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하지만, 지금의 나는 굉장히 만족하는 편이다. 기간제나 임용을 준비한다고 해서 내가 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시간강사로서의 만족도가 높아서 생각조차도 안 하고 있다. 정규직 선생님들을 보면 교무실에 본인 자리도 있고, 학생들과의 라포 형성도 잘 되고, 병가를 내어도 혹은 방학중에도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부럽기는 하다. 그러나, 그 반면에 교사의 단점을 살펴보면 또 다른 생각이 든다. 복불복이긴 하지만, 금쪽이들이 우리 반일 때, 혹은 금쪽같은 부모님을 상대해야 할 때.. 언론에서 봐왔던 그 현실이 내 앞에 펼쳐질 때, 학생이 교사를 때린다거나, 학생의 문제를 교사 탓한다거나, 예민한 평가 부분에서 실수를 할 때 등등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이 있다. 매년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 교직생활에 한 번이라도 이런 경험을 한다면 내 멘탈이 버텨줄 수 있을까 싶다. 그런 아찔한 생각들이 이어지다 보면 시간강사 만족도가 더 높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 월급은 책임감과 비례하는 게 아닐까. 높은 급여를 받는 정규직 교사들은 그만큼 책임질 일도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신랑은 어떨까, 본인의 생각을 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추측해 보자면 삶이 매우 힘들어 보일 때가 많다. 장교는 보통 매년 보직을 바꾼다. 계급별로 한 달 정도 차이를 두면서 4분기에 이동을 하게 되는데 대령보직까지 마무리되는 12월 말이 되면 그때부터는 새 보직에서 무한 경쟁을 치르는 것이다. 매년 전반기, 후반기 2번의 평정시즌이 있고, 평정결과를 바로 알 수 없지만, 평정에서 밀리게 되면 진급과는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이 되면 진급발표가 이뤄진다. 진급을 하는 사람들은 매우 축하받을 일이지만, 떨어지는 사람은 그때부터 다음 연도 진급대상자와 함께 보직 싸움이 시작된다. 출신별로 다를 수는 있긴 하지만, 보통은 모두가 무한 경쟁이다. 치열한 진급싸움에서 유리한 보직을 차지해야 하고, 원하는 보직에 됐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보직이 진급을 확정 짓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발표가 날 때까지는 야근도, 주말도, 공휴일도, 명절도 반납해야 한다. 신랑 역시도 진급당해연도에는 주말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고, 휴가 역시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 덕분에 진급 시즌이 되면 으레 나와 아이들은 셋이 저녁을 차려먹고, 주말엔 셋이 도서관을 간다거나, 카페를 간다. 가족과 같이 하지 못하는 아빠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싶어서 부대에 매진할 수 있도록 터치하지 않는다. 집안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부대 일만으로 신랑은 원형탈모가 오고, 살이 찐다. 매일 앉아서 일하고, 스트레스받으면 먹는 걸로 풀고 하다 보니 그렇다. 발표가 날 때까지는 어떠한 스트레스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진급이라는 그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진급만 옆으로 미뤄두면 신랑도 즐거운 일이 많다.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표창을 받거나, 동료들과 회식을 한다거나, 전투체육을 같이 할 때 등등 즐거운 일들이 많이 있다. 모든 군인들이 우리 신랑과 같지는 않다. 우리 신랑은 부대 업무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매진하는 편이라 그렇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주제만 놓고 보면 우리 신랑은 저녁이 없고, 나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삶이라는 만족도는 저녁이 있는 삶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신랑도 부대 일이 힘들긴 하지만, 본인만의 직업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고, 프라이드도 상당한 편이다. 개인을 넘어서 우리 가족을 바라볼 때, 한 명이라도 저녁이 있는 삶이 있어서 아이들의 육아에 조금 더 신경 쓸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고, 고생하는 신랑 덕분에 우리 가족이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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