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수업시간

by 오오맘

우리 아이들은 아직 초등학생이다. 어느덧 큰 아이가 고학년이 되긴 했지만, 아직은 병아리같은 느낌이 가득한 초등학생이다. 40분씩 수업을 6교시나 듣고 오는 큰 아이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어느 날, 수업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와 나눌 때가 있었다. 수업시간에 턱을 괴거나 졸면 혼난다고 했다. 그래서 아들은 손을 항상 무릎 위에 놓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내가 수업하는 교실을 떠올렸다.


학급마다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여학생들은 책상에 필통보다도 큰 파우치와 거울이 기본값으로 세팅되어 있고, 남학생들은 본인의 관심사대로 확고한 취향을 나타낸다.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가방에 공, 글러브, 축구화 등이 있고, 프로틴이 들어있는 커다란 물통이 세팅되어 있다. 무기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의외로 각반에 한 명이상씩은 무기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있다) 그리거나, 만들 수 있는 종이와 가위 등이 세팅되어 있다. 나는 시간강사라 학생 개인의 성적을 모르지만, 수업시간에 세팅되어 있는 것만 봐도 이 학생이 공부를 좀 하겠구나, 이 학생은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겠구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대충 짐작만 하고 수업을 해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공부를 위한 세팅에 한 시간 내내 초롱초롱한 눈빛과 열정적인 대답을 하는 친구들은 백이면 백 묻지도 않아도 상위권 학생이다. 반면 수업과 전혀 다른 세팅과 한 시간 내내 본인의 관심사에 열중하는 친구들은 거의 공부에는 뜻이 없다. 공부에 뜻이 없다 하더라도 이 세상은 공부가 다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을 존중해 주는 편이다. 본인의 진로는 본인이 찾는 거니까. 이왕이면 획일화된 공부보다 더 맞는 적성이 있다면 학생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한 시간 내내 화장을 한다거나, 거울만 쳐다본다거나, 머리세팅만 하고 있다거나, 학원숙제만 한다던가, 엎드려 잔다거나 하는 행동들은 앞에서 수업을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고된 일이다. 교실에서 반 이상의 학생들이 집중을 못한다고 생각되면 이건 벽 보고 원맨쇼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괴감이 들 때도 많다. 내 수업이 이렇게 재미없나? 관심 있어할 만한 영상이 없었나?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트렌드가 뭐지? 이런 생각이 계속 맴돈다. 그렇게 다음 시간엔 더 만만의 준비를 해가지만, 평가도 없는 내 수업에 집중해 주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시험 안 봐요? 수행평가 안 봐요?'라는 질문에 '응, 이 과목은 평가가 없어'라고 대답하면 거의 대부분 학생들은 집중하지 않는다.(실제로 시간강사는 평가권한이 없다.) 그럴 때, 우리 아들의 교실처럼 학생들을 혼낼 수 있을까? 나는 마음속으론 힘들지언정 학생들에겐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민원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을 듣지 않았을 뿐이지 내 수업을 방해한 것은 아니니까라고 나 스스로 합리화하며 그 교실을 스르륵 빠져나온다. 이런 반은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반대로 평가도 없는 내 수업을 즐겁게 들어주는 반도 있다. 이런 반은 들어가기 전부터 마음이 편안하다. 대답도 잘하고, 딴짓하는 친구들도 가끔은 내 수업을 봐주는 반, 학생들과의 호흡이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반이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아들의 초등학교의 교실과 내가 출근하는 중학교의 교실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본다. 그리고 내 옛날 교실의 풍경도 같이 떠올려본다. 초, 중, 고, 대학까지 다니면서 그 수없이 많던 수업시간에 나는 얼마나 많은 딴짓을 했는가. 그 옛날 선생님들께 얼마나 죄송한 마음이 들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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