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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현 Oct 22. 2023

마지막 일기

(도전 D+38) 155km/ 누적 거리: 5694km

흑곰을 만났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공포감에 잠을 설쳐서 몸이 녹초였지만, 일단 짐을 꾸렸다.


타임스퀘어까지 남은 거리는 약 150km.

평지였다면 하루 만에 쉽게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언덕이 많은 뉴저지에서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서둘러 패달을 밟았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토스트와 햄버거로 끼니를 때웠다.

오늘은 물도 거의 마시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고보니 어느새 차량 번호판이 대부분 뉴욕으로 바뀌어 있었다.

지도를 확인하니 드디어 뉴저지를 통과해 뉴욕에 들어왔다.


뉴욕 외곽에서 타임스퀘어까지는 길이 잘 되어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며 여유롭게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뉴욕에 들어왔다는 안도감에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며 신나게 달렸다.


그리고 맨하탄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귀인을 만났다.


작은 카메라를 들고 자전거를 타던 위.

신호가 걸려서 우연히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공통점이 많아서 한참 동안 대화를 이어갔다.


삼성에서도 일한 적이 있다는 그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자전거를 탔다.

혹시 사진을 좀 찍어줄 수 있냐고 부탁하자,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뉴욕에 오래 살았던 위는 사진 명소들을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인생 사진을 건졌다.


이제 조지 워싱턴 다리를 건너면 도전이 끝난다.

위는 참 다정하게도 다리를 함께 건너 주겠다고 했다.


다리를 건너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과 나를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감동이 몰려왔다.

힘들었던 순간과 행복했던 순간도 머릿속을 스쳐 갔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표정으로 다리를 건너고 있었지만, 나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하고 오열을 해버렸다.


다리를 건너자 타임스퀘어가 나왔다.

여러 차례 와봤던 곳이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다소 달랐다.

믿을 수가 없어서 한동안 시계탑을 보고 있었다.


캘리포니아를 떠날 때까지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지금 뉴욕 한복판에 서 있었다. 반짝이는 전광판들이 유독 화려하게 느껴졌다.


광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저마다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밝게 웃고 있던 건 아마도 내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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