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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현 Oct 22. 2023

Carpe diem

(도전 D+35) 123km/ 누적 거리: 5274km

우울하다면 과거에 사는 것이고,


불안하다면 미래에 사는 것이며,


마음이 평화롭다면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 노자, 사상가 -



이번 미국횡단을 하면서 작은 목표가 하나 있었다. 바로 현재에 집중하는 것.

행복해지려면 현재를 온전히 느껴야 한다는데, 안타깝게도 난 그런 사람은 아니다.


세계 기록을 세웠던 찬란한 과거에 취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다음 도전은 뭐냐”고 물을 때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에 온 뒤로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 감정과 체력을 수시로 살피는 건 기본이고, 자전거를 타다가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깊이 고민한다.


오늘도 산에서 폭우를 맞았다.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산 중턱에서 비를 맞으니, 공포감이 들었다.

온몸이 젖으면서 체온도 급격하게 떨어지는듯 했다. 비를 피할 곳을 찾아보려 했지만, 마땅한 나무 하나 없었다. 그사이 빗방울은 더 굵어져 갔다.


이내 포기하고 내가 지금 두려운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각하다보니, 내가 두려움을 느끼는 건 현재 상황 때문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비를 피할 곳이 나오지 않거나, 혹은 비가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멈추고 현재에 오롯이 집중 해 보기로 했다.

그러자 갑자기 마음이 평온해졌다.


바뀐 건 마음가짐 하나뿐인데 내리는 비가 꽤 시원하게 느껴졌고, 내리막에서 체력을 아끼고 있는 것도 감사했다. 그리고 불필요한 걱정이었다는 걸 증명하듯, 곧 비를 피할 만한 건물이 나왔다.


오늘도 라이딩 난이도는 극악이었지만, 커다란 교훈을 하나 얻었다. 걱정의 대부분은 현재 상황이 아닌 이미 지나간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서 온다는 사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불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해 고민하느라 현재 상황을 악화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금 당장은 커 보이는 문제도 미래에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앞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기 전에 현상황을 더 꼼꼼하게 살펴야겠다.


우울하지도, 불안하지도 않고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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