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는 '그냥'이라는 단어가 참 좋다.
왜 좋으냐고 묻는다면, 딱히 설명할 이유가 없다.
그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익숙하고 따뜻한 감정이라서. 내 삶의 모든 순간이 바로
그 '그냥'속에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이 단어가 좋다.
살다 보면 그냥 버텨야 할 때가 있다. 젊은 시절 낯선 곳에서의 시집살이, 혼자 감당해야 했던 외로움,
무언가에 쫓기는 듯했던 불안한 마음들. 그때마다 나는 '그냥' 오늘 하루를 견뎠다.
억지로 힘을 내기보다, 묵묵히 그 자리에 서서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그냥 견디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울고 싶을 때도 그냥 삼킨다.
억지로 눈물을 참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들이마신다.
눈물이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끼며, 그 뜨거운 물방울들이 내 마음을 더 단단하게 채워주는 것만 같다.
혼자서 자라왔던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는 법을 터득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그냥 한다.
달리기를 시작할 때도 그랬다.
뛸 엄두조차 나지 않았지만, 그냥 집을 나섰다. 한 발, 한 발 떼다 보니 어느새 한 바퀴를 돌고, 또 한 바퀴를 더 돌게 되었다. 하기 싫었던 운동은 이제 나의 일상이 되었고, 달리기로 다져진 튼튼한 다리는 삶을 살아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냥'이라는 단어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억지스러운 노력이나 거창한 계획 없어도,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게 해주는 담백한 힘. 바로 그 힘 덕분에 나는 오늘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그냥, 이란 말이 주는 소박하지만 깊은 위로가 여러분들의 마음에도 닿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이 단어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