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여행

by 바다빛 글방

브런치는 나의 작고 투박한 텃밭이다.

어떤 날은 잘 다듬어진 문장으로 가득하고 또 어떤 날은 마음의 잡초가 무성하기도 한다.

나의 글이 독자들에게 거창한 깨달음을 주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의 작은 텃밭에 독자들의 발자국이 살짝 찍히고 그 흔적 위로 따뜻한 위로와 바람이 불어온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을 한다.


나는 아주 평범한 주부로 매일 일상의 기록을 일기처럼 쓰곤 한다.

글은 나에게 외롭지 않게 해주는 친구였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놓는 비밀스러운

공간이자, 나의 마음을 받아주는 유일한 친구.

삐뚤삐뚤한 글씨, 서툰 문장들로 채워가던 어느 날, 불현듯 '브런치스토리 작가'라는 이름이

찾아왔다. 아니, 내가 글을 찾아 나섰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기장처럼 썼던 글들을 세상에 꺼내 놓아도 괜찮을까? 하는 물음이 생겼고,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진솔한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 작가에 도전을 했고, 두 번의 낙방이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마치 마라톤 완주 직전 넘어진 것처럼 아프고 쓰라렸고..

'나는 안 되는 걸까?' 하는 생각에 몇 년 동안 브런치 글만 읽으며 작가의 꿈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시간이 흘렸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실패한 것이 아니잖아, 잠시 쉬어가는 쉼표였잖아'라고

생각하며 다시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만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기로 했고,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 도전에서 브런치작가 합격이라는 선물을 받았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 기뻤고, 나의 진솔한 글쓰기 여정을 인정받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또다시 글쓰기 슬럼프가 찾아왔다.

나의 파란만장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 그리고 힘들었던 결혼생활과 정신지체 장애 시동생 돌봄과 마찰

시집살이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 이야기들을 글에 담아 독자들에게 공개했다.

드라마 같았던 나의 삶 이야기들을 글로 적으며 위로받고 싶었고,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독자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솔직했던 나의 이야기는 오히려 독자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슬럼프가

찾아왔었다.'작가님'이라 불리기엔 나는 한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책임감에 글에 대한 공부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저 일기처럼만 썼던 글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왜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고 싶었는가?' 수없이 질문을 던지며 지금도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했다.


그저 서툰 모양, 서툰 글씨 서툰 문장들뿐이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내가 나를 만나는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잘 알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인 것이다.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이 때로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과연 내가 작가라 불릴 자격이 있을까?'

고민도 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글을 통해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나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소중한 글쓰기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소식을 들으며

'작가의 꿈을 한 편의 글에 담아달라'는 문장이 나의 마음을 울렸고 이 전시는 글쓰기를 통해 삶의 새로운

빛깔을 덧입힌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진솔한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간에 나도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상상도 해보았다.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 이들의 이야기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며 나의 글쓰기 여정에

새로운 쉼표를 찍고 싶다....




keyword
이전 01화마음에도 텃밭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