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 나
어쩌다 내 얼굴이 낯설어질 때가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얼굴을 닮은 또 다른 '나'를 만났다.
요즘 유행한다는 AI 프로필을 만들어 본 것이다.
재미 삼아 시작했는데, 거울 속 나보다 더 훤 실하고 세련된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와, 나도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 하는 설렘에 잠시 젖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이것이 나일까? 아니면 그저 나의 완벽한 복제품일까?
어디선가 '점령'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마치 AI가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갈 것처럼,
내 자리, 나의 감정, 나의 존재까지도. 낯선 AI의 완벽함 앞에서, 나의 익숙한 불완전함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요즘 세상은 모든 것이 너무 빠르다.
아니,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한순간이라도 멈추면 뒤처질까 봐, 휩쓸리지 않으려 발버둥 치며 앞만 보고 달린다.
그렇게 성공을 향해 달리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것을 놓친다.
따스한 햇살 아래 흔들리는 나뭇잎을 볼 여유, 시원한 바닷바람에 젖어드는 순간의 평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과 눈을 맞추며 나누는 따뜻한 대화.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기보다 AI에게 더 빨리 마음을 열고 있는지 모른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AI에게 털어놓고, 텅 빈 마음을 AI의 정교한 위로로 채우려 한다.
편리함과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점점 더 외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세상은 얼마나 차갑고 메마를까.
AI는 결코 우리의 따뜻한 손을 잡아줄 수 없다.
고단한 하루를 보낸 나에게 "고생했어요"한마디 건네는 가족의 목소리, 함께 웃고 울어주는
오랜 친구의 눈빛, 조용히 내 옆에 앉아주는 연인의 따뜻한 온기.
그 모든 것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진정한 위로다.
겁이 나는 것은 AI 그 자체가 아니다.
AI에 의존하다가 사람과의ㅣ 연결을 놓쳐버리는 세상, 그 속에서 진짜 내가 사라질까 봐 두려운 것이다.
나는 오늘도 나의 불완전한 모습을 사랑하기로 한다.
넘어지고 상처받는, 그러나 사랑하고 사랑받을 줄 아는 나를 잊지 않기로 다짐한다.
거울 속 AI 속의 완벽한 '나'는 멋지지만 나는 오늘도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진짜 '나'가 더 좋다.
어쩌면 AI는 완벽해지려 애쓰는 우리에게, 진짜 소중한 것은 사람의 온기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나타난 존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