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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동반자

선풍기

by 바다빛 글방


어느새 한낮의 공기는 끈적이는 습기로 가득 차고,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간절해지는 계절 여름.

이럴 때면 어김없이 나의 곁을 지켜주는 오랜 친구가 있다.

바로 선풍기.


투박한 외모지만, 덜덜거리는 소리마저 정겹게 들리는 나만의 여름 동반자

지친 몸으로 선풍기 앞에 앉아 스위치를 켜면, 오래도록 기다려온 시원함이 온몸을 감싸 안는다.


'아~~~' 하고 소리 내어 길게 한숨을 쉬어보면, 그 소리가 선풍기 날개에 부딪혀 메아리처럼

되돌아온다. 어린 시절, 선풍기 향해 장난스럽게 소리치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며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창밖에서는 뜨거운 태양 아래 매미들이 쉬지 않고 '맴맴맴~~' 하고 울어대고

맴맴거리는 매미 소리와 함께 선풍기 바람이 실려오는 여름밤의 고요함은 왠지 모르게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것 같다.

스르륵 눈을 감고 선풍기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어 본다.

빠르게 회전하는 날개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롭기만 하다.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이 때론 부담스러워 몸이 찌뿌둥할 때, 선풍기는 은은하게 더위를 식혀주는 다정한 손길 같다. 마치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처럼,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지그시 어루만져 주는 듯한 시원함.

이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 커피 한잔과 함께 마음속 깊이 품어둔 이야기들을 조용히 글자로 옮겨보기도 한다.


선풍기는 단순히 더위를 잊게 해주는 도구를 넘어, 여름날의 작은 위로이자 소박한 행복인 것 같아

오늘도 선풍기는 묵묵히 나의 옆에서 여름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이 선풍기 바람처럼, 우리 모두의 삶에도 잔잔하고 따스한 평화가 함께 하길.....



선풍기는 코미디


덥다, 더워!

온몸이 찐득찐득,

나 좀 살려달라

외치는 내 목소리에

뚱한 표정의 선풍기.


"흥, 귀찮게."

하품을 쩍 하더니

기지개를 켜고는

윙~~~~~

느릿느릿 춤을 추기 시작하네.


"일단 미풍으로 몸부터 풀어볼까?"

고개만 설렁설렁

세상만사가 귀찮은 몸짓.


"이제 제대로 춤판을 벌여볼까!"

갑자기 3단으로 변신!

윙윙~~

온몸을 흔들며 고개도 흔들고

바람은 후다닥

방구석을 난장판으로 만드네.


열심히 춤추던 그대

갑자기 멈칫,

"엄마야! 전기세 걱정에

숨 막힐 뻔했네!"

아차! 하고 꺼져버린

선풍기 아저씨.


다음 날

다시 덥다, 더워!

외치자마자

"알았어, 알았다고!"

성질을 부리며

다시 춤을 추는

나의 웃기는 선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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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바람과 선풍기의 만남 속에 나는 조용히 글을 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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