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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움의 연속, 서부사막

by 윤민상

“요즘 너희가 예약한 캠프사이트에 곰이 나와서 다른 곳으로 준비했어.”

여행지 깊숙이에서 느낀 감동을 이어가고자 요세미티공원 안 숙소인 ‘Curry Village’로 예약했다. 웰컴투 요세미티 팻말이 나타난 후에도 불빛 하나 없는 숲길을 한 시간 정도 더 달려 도착한 숙소에서 곰 이야기가 나왔으니, 우리가 느낀 공포감은 요세미티 하프돔을 찔렀다.


“문은 꼭 잠그고 먹을거리가 있으면 밖에 있는 쇠로 된 보관함에 넣어. 절대 먹을 걸 숙소 안에 보관하지 마.”


무슨 숙소를 감옥 내지 사파리 투어 안내하 듯한 설명을 듣고 그리 멀지 않은 준비된 숙소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온 신경이 바짝 설 정도로 뾰족하게 들렸다. 냄새로 주의를 끌만 한 음식이 없었기에 빠르게 닫은 문을 잠그고 숙소 안에서 창밖 풍경을 살폈다. 문밖은 안내소에서 설명한 대로 철문 보관함이 있었고 맞은편에는 다른 숙소가 보였다. 달빛은 언뜻 봐도 하늘이 안 보일 만큼 우거진 높다란 나무의 실루엣을 어슴푸레 비췄다.


모뉴먼트 밸리에서 경이로운 아치스 공원을 거쳐, 웅장한 그랜드 캐니언을 지나, 조금은 기이한 데스밸리를 통과해 이곳으로 왔음에도, 이렇게 놀라운 상황이 펼쳐질 줄은 미처 몰랐다. 우리가 지나온 그 길은 마치 구름이 싼 응가 같은 모양의 바위산, 두 주먹 질끈 쥐고 곧 스파링이라도 할 것 같은 바위, 위태로워 보이는 아치와 어울리는 색감의 석양빛이 조화로우면서도 비현실적인 세상을 현실에서 보여줬다.


멀리 보이는 풍경에 이끌려 외진 곳으로 들어서 땅에 꽂힌 이름 적힌 십자가를 본 순간, 분명 그것은 죽은 사람을 기리는 표식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며 바로 차에 올라타 달리던 중에 떠오른 생각. 그런데 이런 곳에서, 사람이 죽을 수 있는 건 어떤 경우지? 다양한 상상이 미스터리 스릴러로 귀결될 무렵 샌드 돔에 도착했다. 여기가 바다였다고? 바닷속 소금 결정체가 어마어마한 양으로 모여 돔형태를 만들었고 지각이 뒤틀리며 사막 위로 모습을 드러낸 거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데스밸리는 아쉬움을 달래는 디저트 같았다. 모양도 셔벗에 초콜릿 시럽을 부은 듯한 기이한 암석은 물을 붓자마자 물자국을 날렸다. 45도에 육박하는 데스의 기온. 한참을 달려왔기에 기름 떨어지면 어쩌나 싶을 무렵, 때마침 나타난 작은 주유소와 거기에 딸린 매점. 기름을 넣는 동안 아이들이 골라온 건 전갈 사탕. 전갈 모양 사탕이 아니라, 전갈이 들어있는 사탕이었다. 역시 데스밸리.


이런 경험 끝에 도착했음에도 요세미티에서 느껴지는 다른 차원의 놀라움이란. 싸늘해진 등골이 따듯한 이불속에서 녹았을 무렵, 부스럭대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눈이 번쩍 띄었다. 달빛이 환하게 비추는 창밖으로 어둑한 그림자가 기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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