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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진 Feb 16. 2024

집으로

내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아이들의 기저귀 갈아본 적이 없다. 분유를 타본 적도, 모유를 데워본 적도 없다. 재워본 적도 없다. 그저 누군가가 준 젖병을 들고 아이들에게 먹여봤을 뿐이다.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신생아실 실장님이 집에 돌아가면 같이 아이들을 봐주실 분이 있는지 물어보신다. 내일부터 낮엔 산후도우미 두 분이 오신다고 대답하니, 조금은 안심한 얼굴이 된다. 에는 누가 같이 봐주냐고 묻는다. 나와 남편이 볼 거라고 대답하자 다시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 된다.


처음에는 나 혼자 밤에 아이들을 볼 작정이었다. 산후 도우미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남편이 휴직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몸이 아직 성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 혼자 밤새도록 신생아 셋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남편은 출퇴근을 위해 매일 고속도로 운전을 왕복 3시간 이상 해야 한다. 그런 남편이 일을 하며 밤수유를 도울 수는 없는 일. 결국 남편이 바로 휴직에 들어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같이 아이들을 보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둘 다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


조리원을 나오는 날은 일요일. 산후도우미이모님은 월요일인 내일부터 오신다. 당장 집에 돌아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다. 내 머릿속은 그저 새하얀 도화지 같다.


아침 9시 반.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워 조리원 밖으로 나온다. 실장님은 우리가 계속 밟히는 모양이다. 괜찮다는데도, 차까지 아이들을 같이 데리고 배웅을 나오신다. 얼굴에는 걱정이 한가득이다.


"너무 걱정 마세요. 잘해볼게요."

잘할  있을지 모르겠지만, 잘해보겠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잘해봐야 할 일이다.

처음으로 집에 온 아이들


아침 10시, 드디어 집이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온 이고, 나는 정확히 5주 만에 돌아다. 오랜만에 들어온 집의 공기가 낯설다. 내 발아래서 자고 있는 아기들도 낯설다.


사막 한가운데 나와 남편, 아기 셋만 덩그러니 놓인 기분이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은 엄마아빠의 불안한 마음을 모른 채 근새근 잠을 잔다.


평화도 잠시, 아이들은 하나둘 깨서 울기 시작한다.  조리원에서 받아온 수유 시간을 보니 밥을 먹을 시간이 이미 지났다.


이런, 배고프겠다.


모유를 데울 정신도 없이 남편이 어제 미리 세팅해 놓은 분유제조기의 버튼을 른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모르겠다.

젖병으로 베이지색 달큼한 분유가 내려온다.

맞겠지.


제일 크게 우는 아이에게 젖병을 물린다. 남편에게 다음으로 크게 우는 아이에게 분유를 주라고 말하지만, 남편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무서워 못하겠다고 한다.

그렇다. 내가 있던 조리원에는 모자동실이 없. 남편은 아이들이 병원을 퇴원하던 날 한 번씩 안아본 게 다였다. 창문너머의 아이들을 눈으로만 봤을 뿐이다. 아이들을 안는 것도 잘 못하는 남편이었다.


......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온 첫날의 기억은 여기가 끝이다. 그날 아이들을 어떻게 먹이고 어떻게 재웠는지, 아침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약 11시간가량의 기억이 전혀 없다. 아이들을 낳으면서 뇌도 같이 낳아버린 건지, 무슨 이유에서건 그날기억을 스스로 지운 건지 도통 알 길이 없지만, 내 머릿속에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 기억을 찾아보려 사진첩을 뒤져보지만, 찍어 놓은 사진도 집에 오자마자 자고 있는 아이들을 찍은  전부다.

아무것도 없다.






안녕하세요. 세쌍둥이 엄마 나진입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구독해 주신 분들, 라이킷과 따스한 댓글을 남겨시는 분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글을 써봐야지 하고 준비도 없이 신청을 했던 브런치에 덜컥 합격을 하여 그저 저의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한 지 벌써 세 달 정도가 되었네요. 아직 엄마의 손이 절대적으필요한 아이들을 돌보며 글을 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서 힘을 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서와 삼둥이는 처음이지?' 브런치 북에 임신, 육아이야기까지 다 쓸 예정이었으나, 생각보다 길어진 임신기간의 이야기로 이제야 아이들이 드디어 집으로 오게 되었네요.

책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이번 브런치 북은 이만 종료하고, 다음 브런치 북에서 아이들의 본격 육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개인적인 일들이 겹치고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아파 정신없었던 요즘입니다. 잠시 쉬어가며 다음 브런치북으로 세쌍둥이들과 함께 돌아올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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