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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진 Feb 06. 2024

나 홀로 조리원

5박 6일의 입원을 마치고 퇴원을 했다. 예상했지만, 아이들은 좀 더 니큐에 있어야 한다.


휠체어를 타고 병실을 나선다. 퇴원 수속 후, 차를 가지러 간 남편을 기다리는 사이 문자가 온다. 니큐에서 보내온 아이들의 사진이다. 사진은 일주일에 한 장씩만 받을 수 있다.


밝게 배냇짓하는 아이들


사진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세상에나! 셋다 이렇게 웃고 있다니!

태어난 지 며칠 안된 신생아가 웃을 수는 없다. 명백한 배냇짓인걸 알지만, 뭐 어떤가.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에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던 마음이 보송보송하게 가벼워진다.

마치 아이들이,

'엄마, 우리들은 잘 해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를 위로해 주는 듯하다.


남편과 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한다. 아이들 없이 조리원에 들어가는 게 아까워 고민했지만, 산후를 도와주실 분이 안 계시다. 나는 아직 혼자 누웠다 일어났다를 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밥을 차릴 수도, 빨래를 할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똑바로 누워 리모컨으로 티비 채널 돌리는 것 정도. 오래 고민할 것 없이 산후조리원으로 바로 들어가기로 했다.


조리원 신생아실 창문너머로 누워있는 아기들이 보인다. 가끔 자신들의 아기를 보러 온 엄마, 아빠도 보인다. 그들이 그저 부럽다. 나는 한 번에 아기를 셋이나 낳았는데, 내 아기는 여기에 한 명도 없다. 나는 내 아기들을 못 본다. 이제까지 받은 두 장의 사진이 내가 가진 아기들의 전부이다. 보고 또 보느라, 휴대폰 속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닳아 없어질  지경이다.


아이가 있는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지금을 즐겨. 지금이 혼자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나도 안다. 아이 한 명을 기르는 것도 힘이 든데, 나는 동시에 셋을 봐야 한다. 안 겪어본 일이라 실감은 잘 나지 않지만, 나는 아마도 많이 힘들 것이다. 알기에 적극적으로 쉬어보려 하지만 마음이 허전하다. 가슴에 큰 구멍이 뻥하고 뚫린 것 같다. 못 쉬어도 좋으니, 그냥 내 아기들을 보고 싶다.


곁에 없는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에게 전달해 줄 모유를 모으는 일이다.


출산 후 4일째, 가슴이 돌덩이처럼 뜨겁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기만 낳으면 모유는 자연적으로 뚝딱하고 나오는 줄 알았건만, 젖이 돌기 시작하며 가슴만 딱딱하게 뭉칠 뿐이다. 남편이 급하게 유튜브를 검색해, 어설프지만 열심히 마사지를 해준다. 그렇게 짜낸 모유는 단 한 방울. 늦은 밤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사지를 해 보아도 아이들의 입술만 겨우 적실 정도의 양만 다. 니큐에 들어간 아이들에게 초유만이라도 제대로 먹이고 싶었건만, 그마저도 힘들어 보다.


모유는 잘 나오지 않았고, 젖몸살은 갈수록 심해다. 조리원에 들어간 후 전문가에게 가슴마사지를 받. 내 가슴을 이리저리 만져보던 마사지사 나에게 모유가 많이 나오는 가슴을 가졌했다. 그리고 시작된 마사지. 도대체 무슨 큰 잘못을 질렀기에, 날 이리도 아프게 하나이까라는 절규의 목소리가 터져 나다. 아무리 고통스럽다 애원해도, 이렇게 해야 풀린다며 마사지사는 꿋꿋하게 내 가슴을 짓다. 통곡의 40분이 지나자, 신기하게도 가슴이 한결 가볍게 느껴다. 돌덩이 같이 무겁던 것이 복슬복슬 포근해지고, 열이 차 올라 뜨겁게 달아오르던 숯덩이가 빠진 느낌이다. 당장 지갑을 어 다음 마사지를 예약다.


마사지 이후, 내 모유양은 급격하게 늘었다. 유축기를 대도 몇 방울 나오다 말던 것이 30분 동안 쉬지 않고 쭉쭉 나오기 시작다. 가슴에 시계라도 달아 놓은 건지, 유축한 지 정확히 3시간이 되면 가슴은 또다시 딱딱하게 아파다. 아침 6시부터 3시간 간격으로 유축을 다. 수술의 여파로 30분 동안 의자에 앉아있는 일은 고역이다. 하지만 누워서는 할 수 없는 일. 앉은 채로 허리를 최대한 숙여, 벌을 받는 기분으로 유축을 다. 축기가 가슴을 쥐어짜며 모유를 짜내는 방식이라, 가슴은 매번 아프게 꼬집히는 느낌이다. 유두가 찢어져 피가 나기 시작다.  굉장히 비인간적 행위지만, 나의 아기들을 먹이기 위한 일이. 아기에게 엄마의 모유를 먹이는 일만큼 인간적인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뒤 맞지 않는 아이러니 속에서, 아픔을 참으며 묵묵히 유축을 다. 열심히 시간 맞춰 유축을 한 결과, 모유의 양은 계속 늘어다.


그렇게 모은 모유를 얼려 이틀에 한번, 남편 편에 니큐로 보다. 아기들이 내 모유를 먹는 모습을 볼 수도, 내 가슴에 대고 직접 먹일 수도 없었지만, 유축한 모유라도 보내는 것이 내가 아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니큐로 배달가요


조리원에선 방 밖을 나갈 일이 거의 없었다. 조동(조리원 동기)을 만드는 게 목표인 사람도 있는 반면, 그 시기 나는 어떻게든 사람들과 마주치고 싶지가 않았다. 다행히 내가 있던 산후 조리원은 각자 방에서 밥을 먹는 곳이었다.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은 채, 사각형의 그 작은 방 안에서 나는 열심히 유축을 하며 나의 아이들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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