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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진 Feb 09. 2024

첫째와 둘째의 퇴원

첫째와 둘째가 드디어 니큐를 졸업하고 퇴원한다. 세상에 나온 지 18일 만이다.

셋째는 일주일 정도 더 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 같이 퇴원하게 첫째, 둘째도 더 데리고 있어 드릴까요?"


서울은 니큐자리가 모자라 하루라도 빨리 데려가라고 난린데, 이곳은 인심이 넉넉하고, 니큐자리도 넉넉하다.


"아니. 첫째, 둘째 먼저 데려갈게요"

감사한 질문이었지만, 고민 필요는 없었다. 둘이라고 빨리 내 곁으로  오고 싶었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 매일밤 사진을 보며 울던 중이었다. 인큐베이터 안에 있던 아이을 딱 한번 봤을 뿐, 아직 아이들을 만져보지도 못했다.


아이들의 퇴원 당일, 남편과 함께 신이 나 병원으로 향한다. 청소 여사님과 조리원 실장님에게 드디어 아기 둘을 데려온다고 자랑을 한다. 조리원 입소 후 아이들 없이 2주를 꼬박 보낸 후이다.


담당 교수님과 상담을 끝내고 니큐입구 들어가니 아기 하나가 신생아 박스 안에 누워있다. 둘째란다. 들여다보니 작은 내가 누워있다. 냥 나다. 내 자식이지만 와 똑같이 생긴 아 그저 신기하다. 이것저것 설명을 듣고 서류를 받은 후, 드디어 째를 안아본다. 태어나서 처음 안아보는 신생아다. 잘못 들어 목뼈라도 나갈까 겁이 난다. 그때, 첫째가 나온다고 한다. 밖으 나와 준비해 온 유모차에 둘째를 눕힌다. 남편에게 둘째를 맡기고 첫째를 보러 다시 들어온다.


너무 날 빼닮은 둘째를 보다 첫째를 보니 많이 낯설다. 내 얼굴이 하나도 없다. 아들은 엄마, 딸은 아빠를 닮는다더니, 아들 둘은 날 닮고 딸은 아빠를 닮았다. 째에 대한 설명과 서류를 받아 들고 첫째를 안아본다.  귀한 고명딸.


초보 엄마 아빠는 부들부들 떨며 아이 둘을 겨우 데리고 니큐빠져나온다. 쌍둥이 아기라는 사실만으로 병원 안의 많은 사람들 시선이 한꺼번에 쏠린다. 둘도 이런데, 나중에 셋은 어떨까. 시선들이 부담스다.


남편 운전면허를 딴 이후 가장 조심스러운 운전을 한다. 마치 초보가 된 듯한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아이들 상태를 확인고, 내 눈치를 살핀다.

첫째와 둘째

다행히 아무 탈 없이 도착해, 아이들을 데리고 조리원 신생아실로 간다. 신생아실 담당자와 면담을 하고 아이들을 들여보낸다. 나도 드디어 조리원에 내 아기들이 있다. 비록 둘 뿐이지만. 제부터 아이들 밥 먹을 때가 되면 방으로 수유콜을 할꺼다. 전화가 오면 아이들에게 수유를 하러 내려오면 된다.


아이들을 데려온다고 늦어진 유축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 오자마자 급하게 유축을 한다. 평소 같으면 유축한 모유를 팩에 담아 바로 냉동실에 넣을 테지만, 아이 둘은 이곳에 있기에 바로 먹일 수 있게 냉장고에 넣어둔다. 오랜만의 외출에 허리를 비롯해 온몸이 너무 아프다. 쉬기 위해 침대에 눕는다. 좀 자야겠다. 그때, 이제까지 존재감 없이, 어디에 있는 줄도 몰랐던 전화기의 벨이 시끄럽게 울린다. 아기가 배고프다고 운단다. 쉴 시간도 없이 바로 수유를 하러 내려간다.


누가 나올까? 첫째? 둘째?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수유실에서 대기를 한다. 나에게 온 아이는 둘째. 둘째를 만난 기쁨과 첫째를 못 보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직수를 하겠냐고 물어, 금방 유축을 한 상태라 안될 것 같다며, 대신 방금 짠 모유를 건넨다. 모유를 따뜻하게 데우는 동안 나와 둘째만 덩그러니 유실에 남았다. 가 낳은 내 자식이건만, 어찌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둘째는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다. 모유가 데워져 나올 때까지 쉬지 않고 운다. 초보엄마는 안절부절못할 뿐 는 아기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전혀  모른다. 데워진 모유가 젖병에 담겨 도착했으나 한 번도 아기에게 수유를 해본 적이 없기에, 자세부터 배 본다. 젖병을 입에 갖다 대는 순간, 둘째가 허겁지겁 모유를 들이켠다. 그때 다른 관리사분이 오셔서  첫째가 운다고 어떻게 할지를 묻는다. 둘째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릴지, 아님 자기가 먹일지를 묻는 것이다. 첫째도 너무 안아보고 싶었지만, 그 어린것을 배고프 둘 수는 없는 일. 앞으로 아이들을 볼 시간은 많으므로 대신 먹달라고 부탁한다. 모유를 다 먹고 트림시키는 방법까지 배웠지만 내 자세가 영 이상하고 불안하다. 몇 번을 더 해봐야 익숙해질까.


아이들은 내가 우유를 잘못 먹여서 그런지 자꾸 토를 다. 작게 태어났기에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먹어도 모자랄 판인데, 자꾸 토를 하는 것이  너무 속상다. 같은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 모든 것이 다 내 잘못 같다. 내가 트림을 잘못시켰나, 수유자세가 이상한가, 그냥 내 아기가 너무 약한가.

유난히 토를 많이 하는 둘째 또 토를 한다. 속이 상해 눈물이 난다. 한번 시작된 눈물을 그칠 줄 모르고 계속 흘러내린다. 그 모습을 본 관리사님이 날 타박하신다.


"이 정도 일 가지고 울면 앞으로 아기 어떻게 키우려고 그요. 애 키우다 보면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큰 일 아닌  토. 그땐 왜 그렇게 속상하고 눈물이 났을까.


수유를 하러 내려가서 타이밍이 잘 맞으면 한 아이를 먹이고, 바로 다른 아기를 먹일 수 있었다. 두 아기를 연달아 먹이고, 보고 만질 수 있는 일은 큰 기쁨이었다. 하지만 아직 회복이 덜 된 몸으로 오랜 시간 두 아이를 연속해서 먹이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반면 둘 다 보고 싶은 마음에 내려왔지만, 동시에 아이들이 배고파할 때면 한 아이를 보지 못하고 올라간다는 생각에 조금은 슬퍼졌다. 대신 몸은 좀 편했다. 아이 하나를 먹이든 둘을 먹이든, 아이들의 수유가 다 끝나면 창문밖으로 자는 아이들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방으로 올라갔다

배불러 곤히 자는 아이들


아이들이 온 후로 이전처럼 편하게 쉴 수는 없었지만, 우울감은 확실히 덜했다. 지만 병원에 홀로 남겨진 셋째만 생각하면 눈물이 났다. 혼자 남겨두고 온 사실이 너무 미안했다. 어서 셋째 데려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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