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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진 Feb 02. 2024

너무 작은 너희들

출산 3일 차, 오전 10시. 드디어 아기들을 만난다.

내가 낳았지만, 아이들의 얼굴 한 번을 보지 못했다. 울음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손 한번 잡아보지 못했다. 아이들의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안타깝고 슬픈 마음은 어떻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겨우 2층을 더 올라가 니큐입구 앞에서 기다린다. 잠시만 서 있어도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에서 땀이 흐른다. 속이 좋지 않아 구역질이 나고, 배는 쉴 새 없이 화끈거다. 오라는 시간에 정확히 왔건만, 의자 하나 없는 그곳에서 꼬부랑 할머니 같은 모양새꽤 오랜 시간을 대기한다. 비닐옷과 모자, 장갑까지 끼고 있자니 옷 안으로 땀이 차고, 숨까지 막혀다. 그래도 이를 악 물고 버텨본다.


아기 퇴원 전 오늘, 한 번만 볼 수 다. 니큐에서 언제 나올지 알 수는 없다. 나는 한 번이라도 보지, 단 한 번을 보지 못하는 남편은 아주 많이 섭섭해다. 남편의 마음이 이해는 가지만,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다. 아이들 사진을 많이 찍어 오다는 말 다.


드디어 들어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한 손으로는 링거 스탠드를, 한 손으로는 타는 배를 부여잡고 겨우 니큐실 문 안으로 들어간다. 아기들을 보기도 전, 들어가는 복도에서부터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인큐베이터 박스들이 구역별로 질서 있게 놓여있다. 우리 아이들은 어느 인큐에 들어있을까. 너무 힘들게 걷고 있는 나에게 모든 간호사들의 시선이 쏠린다. 세쌍둥이를 낳고 여기까지 잘 걸어다고 응원을 해 다.


"여기에 첫째가 있어요."

한 인큐베이터를 가리키며 담당간호사가 다. 박스 앞으로 니, 자고 있는 첫째가 보인다. 가에 태롭게 맺혀있던 눈물이 봇물 터지듯이 터진다. 나름 2kg을 넘겨 제일 크게 태어난 아이다. 그런데도 너무 작았다. 이렇게 작을 줄은 몰랐다. 정말 내 주먹보다 조금 더 큰 느낌이다. 사진으론 이렇게 작게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도 그때의 사진을 보면 실물로 봤을 때의 그 작은 느낌은 없다. 직접 봐야지만 보이는 음이란. 손으로 잡으면 아이가 부서질 것만 같. 눈물이 쉴 새 없이 두 뺨을 타고 러내. 더 오래 품어주지 못한 미안함에 가슴이 미어져 다. 슬픔에 빠져 오열하는 엄마와는 다르게 첫째는 가끔 입을 쩝쩝이며 그저 평온하게 자고 있다. 그런 첫째를 계속 보고 있자니, 마음이 조금은 안심이 다.


그 뒤의 인큐베이터엔 둘째가 있. 첫째를 보며 마음의 안정을 조금 찾은 상태였기에 둘째를 볼 때는 울지 않았다. 둘째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한쪽 팔을 위로 올리고 편안한 자세로 잠을 다. 지금도 그때처럼 자주 팔을 위로 올리고 자는 둘째이다. 어쩌면 그 자세는 내 배 안에서부터 자주 취하 자세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움직임이 없어 진짜 자는 게 맞나 의심스러워 몇 번이나 배가 움직이는지 확인해 본다. 다행히 열심히 숨을 쉬느라 배는 쉼 없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다음은 가장 작은 나의 막내. 그래서 더욱 미안한 나의 막내. 딱 보기에도 앞의 둘보다 작고 말랐다. 거기다 왜 그런지 막내는 온몸이 새빨개지도록 울고 있다. 멈췄던 나의 눈물이 다시 흘러내리기 시작.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아가 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소소한 일이건만, 그 당시 내 마음은 당연하지 않다. 그것도 젤 작아 마음이 아픈 막내가 울고 있다. 이가 아픈 건 아닌지, 어디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너무 걱정스다. 호사의 다독임으로 다행히 내가 나가기 전, 막내는 울음을 그치고 다시 잠에 다.


그렇게 아팠는데. 아이들을 보는 동안은 그 아픔들을 잊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나오는 길, 고 있던 아픔이 다시 세차게 몰려왔다.


한번도 만져보지 못한 내 아가들


임신 마지막에 밥을 제대로 못 먹은 것, 아이들을 더 품어주지 못한 것 등, 내가 더 노력했더라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크게 나왔을까?

많이 속상했다. 하지만, 내가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우리 아이들은 단태아가 아니다. 쌍둥이도 아니다. 세쌍둥이가 이 정도면 좋은 주수에, 좋은 몸무게로 건강하게 잘 태어난 것이다. 앞으로 더 건강하게 잘 크면 될 일이다.


소중한 내 삼둥이. 건강하게 잘 커서 어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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