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거 아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러면서 매일 집에는 대체 왜 들어오는데, 왜 집에 들어와 나랑 어린 아들을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데? 이럴 거면 그 여자 집으로 가면 되잖아. 어떻게 이렇게까지 미친 짓을 해?"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오열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내가 이렇게 오열을 하고 정신 못 차리고 소리를 지를 정도로 충격인데, 혹시라도 어린 아들이 집에 들어와 이걸 봤다면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나는 평소처럼 아들을 등교 시키고 근처 번화가로 가 볼 일을 본 뒤 집에 들어 왔다. 청소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 식탁 위에 A4 용지가 떡하니 올려져 있었다. A4 용지 맨 위에는 유서라고 써 있었다.
몇 천 받겠다고 상간녀 위자료 소송을 했냐며, 자신이 소송 많이 걸어 봤지만 다 소용 없더라며, 보험료 수익자 지정을 전부 상간녀로 해 놨으니 더는 상간녀를 괴롭히지 말라는 식이었다.
그가 보란 듯이 남겨 놓은 유서의 앞 뒤로 빼곡히 쓴 글씨에는 어디에도 어린 아들에 대한 걱정이나 어린 아들이 상처 받을까 걱정하는 내용은 단 한 글자도 없었다.
나는 변호사에게도 알리고 112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우리 집으로 출동 했고, 직장 주소며 이것저것 물어 보셨다.
나는 이 미친 짓에 너무 기가 차고 화가나 오열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것 좀 보세요. 이게 아빠라는 사람이 할 짓인가요? 어린 아들에 대한 걱정은 하나도 없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나는 거실 바닥에 힘없이 주저 앉아 버렸다. 경찰 분도 유서를 읽어 보시더니 기가 차 하셨다.
"진짜 너무 화가 나게 썼네요."
경찰 분은 위로를 해 주시더니, 아이를 위해 엄마라도 정신을 차리셔야 한다고 말해 주시고 돌아 가셨다.
신고한 지 1시간 30분쯤 돼서 형사에게 전화가 왔다. 신상에 아무 문제 없이 잘 있다고, 전혀 문제 없이 있는 걸 찾았단다.
멍하니 서 있다가 뭔가 생각이 나서 인터넷을 검색 했다.
일하는 중이었던 거다. 박람회 준비로 바뻤던 거였다. 오직 본인과 상간녀 걱정 때문에 가족에게는 말도 안되는 페이크로 멘붕에 빠지게 한 거다.
형사의 전화를 받고 나는 문자를 보냈다. 내가 이렇게 부탁할 일인가 싶지만, 정말 간절히 부탁하는 문자를 전송 했다.
'제발 집에 들어 오지 말고 나가줘. 가정에 더는 상처 주지 말고 그렇게 사랑하고 걱정되는 상간녀한테 가. 짐 싸 놓을 테니 제발 좀 나가줘!'
유서를 써 놓고 나간 사람이 망설이 일도 없이 즉답이 전송돼 왔다.
'재산 분할 하시라고요.'
사람이 어디까지 상식 이하이고 오만하고 뻔뻔할 수 있을까 싶다.
결혼할 때 돈 한 푼, 작은 재산 하나 갖고 들어 오지 않은 사람이다. 잘 살아 보라고 우리 친정에서 내 명의로 된 아파트 내 주시고, 그 아파트 값이 올라 재산을 증식 시키고, 이사할 때도 돈 한 푼 안 준 사람이다. 신용 카드며, 빚이며, 자신의 사업 대표 번호며, 모든 걸 유기적으로 내 명의로 해 놓고 소송 걸었다고 책임지지도 않는 사람이다.
가정에 끝까지 상처를 주며 말도 안되는 쇼까지 해 놓고. 재산 분활을 하라고 너무나도 당당하게 요구를 한다.
그 난리를 쳐 놓고도 또 다시 저녁에 집에를 들어 왔다.
"원하는 게 뭐니? 진짜 이혼하려고? 네가 원하는 게 이혼이야? 아빠 없는 애 만들려는 네가 잘 하는 짓이냐?'
아침에 일어나 아들 깨기 전에 아침 준비를 하는데 말을 시켰다.
나는 말을 섞기가 싫었다. 그의 얼굴을 쳐다 보는 것조차 너무 혐오스러웠다.
"변호사한테서 서류 갈거야. 그러니까 기다려. 나한테 말 시키지 말아줘. 할 말 있으면 내 변호사한데 해. 난 이혼 하고 싶고, 이혼 할 거니까."
나는 단호하게 말하며 바로 이혼 소송으로 가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나뿐인 어린 아들조차 걱정을 전혀 안 하는 남의 편을 내 집에 들어 오지 못하게 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