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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Mar 18. 2024

셋이 필요없는 둘, 아들과 엄마!

싱글맘 되는 과정에서 남의 편의 부재는 힘들지 않다. 젤힘든건 지금이다.



이혼 과정이 힘들었던 게 더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남의 편이 보여준 온갖 진상 짓들이 더 상처로 남을 거 같다. 남의 편과의 좋은 추억은 거의 없다.


어차피 평소에도 일상이 아들과 나, 그렇게 둘로 행해진 생활이었다.






주말 내내 어린 아들이 힘들어 했다. 미세먼지가 제대로 찾아 오면 한 번 씩 겪는 매년 행사다 같은 거다. 비염으로 코가 막히고, 콧물과 가래로 힘들어 하는 일이 거의 매년, 이 년에 한 번은 꼭 있다.


"괜찮아?"


"코 때문에 힘들어."


"푹 자. 내일 월요일이니까 아침 일찍 병원부터 가자. 엄마가 너 잠들때까지 여기 누워 있을게."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후에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나는 아들의 머리카락들을 쓰다 듬어 주며 살피다 잠이 들었다.


오전 7시에 일어나 대충 펜슬로 눈썹만 그리고 옷을 챙겨 입고 아들의 외출복을 챙겼다. 아들을 조심히 깨웠다.

아들과 나는 소파에서 자고 일어나 출근 복장으로 보란듯이 앉아 있는 남편을 아는 체 안하고 대문을 나갔다.


생활비를 끊어 버린 남의 편 덕분에 급하게 2만원을 빌려서 병원으로 차를 달렸다.

힘들어 하는 아들을 생각해 조심히 차를 몰았다.

병원 앞에 가서 아들과 조용히, 멍하니 30분을 기다렸다. 이미 친정 아빠뻘 되시는 어르신 4분이 와서 차례로 앉아 계셨다. 간호사가 8시에 병원 문을 열었다.

아들과 나는 예약 수첩에 4번째로 이름을 적고 근처 카페로 갔다.


창가 바로 앞 테이블 위에 따스한 커피와 아이스 티, 그리고 배고플 듯한 아들을 위한 초코 케이크를 올려 놓고 앉았다.

아들은 음료와 케이크를 먹으며, 나는 오랜만에 빈 속에 따스한 커피를 마시며 이른 아침의 한적한 거리를 쳐다 봤다. 쳐다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언제나 당연한 일상이었다.

바깥 일만 신경 쓰는 남의 편 덕분에 아들하고 모든 걸 둘이서만 함께 해 온 일상이 나의 생활이었다. 아들의 생활이었다.

남의 편은 돈 버느라 고생하는데 사는 재미가 없다며 어이없는 변명을 하는데, 나랑 아들은 재미가 있었나 싶어 남의 편의 항변이 구차하게만 들렸다.

나는 기가 차서 네 와이프랑 아들은 매일 둘이서 집에 있으며 안 외롭고 재밌었구나, 그래서 너는 밖에서 할짓 다하고 다녔냐고 비웃었다.


그래서일까?

싱글맘이 되면 그래도 난 자리와 빈 자리가 당분간은 틀리다고 하는데, 나는 그럴 거 같지가 않다.

어떤 일이든 아들과 둘이 이래저래 의논하고 해결해 왔다. 더구나 끝까지 하는 행동이 치가 떨려서 남의 편이 짐 싸서 나간 자리가 시원할 거 같다.


나는 생활비 끊기고 남의 편이 쓴 카드 값까지 값느라 돈이 없어 2만원을 급하게 빌렸다.

아들이 아픈걸 지켜 볼 수만은 없어 그렇게라도 병원으로 달려 가는데 현관에는 새로 산 남의 편의 새하얀 골프 신발이 떡하니 놓여 있었다. 발로 짓이겨 밟아 버리고 싶은 걸 참았다.


인간적으로, 사람적으로도, 상식적 이해 관계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남의 편이었다.


이 상황에 아들이 점점 더 나에게 안기고 의지하는 걸 보면서, 현실적이고 경제적 해결 능력이 선택의 기준이 아니란 걸 알았다. 안정적이고 믿음이 있는 애착 관계가 결국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게 아이든, 어른이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의 편은 자기 자신 밖에는 어떤 애정도 갖고 있지 않은, 도저히 사람의  진심된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심장과 뇌가 아니란 걸 적나라하게 깨달았다.






법적으로 내가 싱글맘이 된 순간, 제일 시급한 건 현실적 문제다.

첫째로 판결에 따라 지켜질 재산을 정리하고 해결 해야 하는 아들과 나의 경제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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