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없어. 창고 노동, 식당 서빙, 식당 주방, 보험 영업, 부동산 영업, 우유나 야쿠르트 배달, 학습지 영업! 젤 많은 게 보험 영업이야. 단 돈 1,000,000원이나 1,500,000원이라도 안정적인 직업이 거의 없어. 영업은 진짜 자신 없는데..."
"이마트 캐셔 뽑는다 해 이력서 냈는데 그것도 나이 많아서 그런지, 무경험자라 그런지 연락도 없더라."
나랑 친구는 알바몬, 알바 천국, 동네 아르바이트가 떠 있다는 앱을 설치해 살펴 봤다.
나이 마흔 후반으로 치닫는 나이에 이력서 낼 수 있는 곳들이 우리 중년 여자들을 우울하게만 했다.
학습지 교사도 결국은 못하게 됐다.
소송으로 인해 정신 없고 마음적으로 여유 없어 보이는 내게 잠시 다급한 일부터 보라고 하셨지만, 나 때문에 아이들이 그만 두었단다.
3월에 다시 시작하자고 하셨지만 결국 난 퇴사 처리가 결정 됐다.
왜 일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아이 픽업하고 아이를 차에서 기다리게 하면서 허둥댔는지 설명할 수는 없었다.
소송 중이라 일일히 설명하고 변명할 수 없다. 그저 믿고 뽑아 주셨는데 회사에 도움은 못 되고 민폐를 끼치고 그만 두게돼 죄송하다고만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집에서 주말 드라마 식의 소재로 소설을 쓴다. 내게 위로가 되고 스트레스 풀이로 도움이 되는 글쓰기는 계속 되고 있다. 혹시나 하는 간절한 마음에 소설도 열심히 연재를 시작 했다.
글 쓰는 일이 이제와 돈이 돼 줄지는 명확하지 않다.
허리가 아파도 쿠팡 물류 창고 막노동을 다시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아니면, 요즘 제일 구인란에서 많이 필요로 하는 엑셀 시스템 자격증이나 사회 복지사 자격증을 따야 하나 싶다.
아이도 지켜야 한다. 이혼은 남의 편과 하는 거고, 내가 더는 같이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남의 편이지 아이는 아니다.
남의 편이 빨리 집에서 나가 주길 바라지만, 아이 만큼은 내가 지키고픈 게 엄마다. 아이에 대한 양육원 만은 빼앗길 수 없는 게 엄마다.
아이도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랑 살겠다는 의견이 확고하다. 그런 아이의 의견을 남의 편도 확인한 상태다.
"울 아들은 누구 닮고 싶어?"
"엄마 닮고 싶어. 난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아들, 넌 어려서 힘드니까 침대에서 자."
"싫어, 난 엄마 있는 곳에서 잘 거야. 엄마랑 자야해."
"울 아들, 화나거나 짜증나거나 힘들면 엄마한테 뭐든 솔직히 얘기해 주면 고맙겠어. 요즘 힘든 건 없어?"
"몰라. 50%는 힘들고 50%는 모르겠어."
아이도 사람이다.
남의 편과 나의 좋지 않은 분위기에 영향을 받고 있을 아이의 심리도 토닥이며 안아도 줘야 하고, 아이가 믿고 있는 엄마와의 애착과 안정감도 굳건히 지켜 줘야 한다.
남동생이 제발 잘 챙겨 먹으라며 우리 집 주소로 치킨 두 마리를 배달 시켜 보내고 즉석밥과 쌀을 나르고 있다. 지인이 반찬을 싸다 주고 피자를 우리 집 주소로 배달 시키고, 친정 아빠가 손주 걱정에 한 번 씩 장을 봐 주신다.
언제까지 주변에게 걱정을 끼치고 도움을 받으며 버틸 수는 없다.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친정에서는 확고 하다. 힘들어도 이번에 꼭 헤어지라고 말이다.
더는 용서하 의사도 전혀 없고, 번복 의사가 절대 없는 나의 결정에 동의하고 버티는 그 과정 동안의 일들을 걱정해 주고 있다. 빨리 끝나길 응원하고 있다.
싱글맘이 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거 같다. 하지만 싱글맘이 되기로 선택해야 했던 결정과 싱글맘으로 가는 과정조차 결코 쉽지 만은 않다.
온전히 나와 아이, 둘만의 웃음과 행복을 찾겠다는 일념 만으로 힘들지만 무쏘의 뿔처럼 달려 가고 있을 뿐이다.
저출산에 결혼과 육아를 권장 한다며 기업에서조차 아이 낳으면 돈을 주는 지원을 시작했다. 하지만 돈을 주는 것보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들처럼 열심히 공부해 대학 나오고, 전공도 하고, 결혼 전에 경력 쌓던 여자들이다. 결혼과 임신과 출산과 육아로 경단녀가 된 애 엄마들이 사회적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이 형성되는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아무도 얘기 안한다.
이번에 미국의 여기자가 와서 대한민국은 그 부분에 대해 제일 시급함을 공식적으로 기자 회견을 했는데도 말이다.
시에서 저출산 대책 위원회 회의에도 참석 했었지만, 정치인들에게 사회적 의식을 바꿔 달라고 하는 것은 내가 봐도 무리다. 하지만 경단녀들이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사회로 복귀하고, 육아와 아이 케어에 서서히 손을 떼며 다시 일에 적응하고 매진할 수 있는 복지 제도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도 기업도 무조건 돈을 지급하는 일에만 급급하고 있다.
경단녀인 애 엄마도, 아줌마도 이 사회의 인재라는 걸 아예 배제하고 있다. 여자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시간의 기회를 제공하는 복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여성 정치인들조차 말이다.
같은 여성이어도 대한 민국 여성에 대한 복지 정책이나 정말 시급하고 절실한 여성 제도에 대해 나서서 목소리를 내 주지는 못하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