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력서 어떻게 썼어? 미치겠다. 20년 만에 이력서 쓰려니까 너무 쓸 게 없어. 자기 소개서는 또 뭐라고 써야 하니?"
친구랑 통화를 하면서 나랑 친구는 허탈하게 웃었다. 친구는 결혼을 일찍 했고 나는 늦게 한 편에 속해서 주부이자 경단녀로 지내온 시간의 갭 차이가 있었다. 나는 10년이지만 친구는 20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너 그때 물류창고에서 일 했었댔지? 그거 어때?"
"내가 운동은 잘 안하지만, 나이 보다 건강하고 체력도 괜찮잖아. 그런데도 생전 안 해 본 일이라 허리 아프고 힘들어. 병원비가 더 들겠더라."
"그래? 그럼 난 더 안되겠네."
친구랑 나는 서로 한숨을 쉬었다. 나이 먹은 아줌마라고 너무 박대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 아들을 등교 시키고 9시 30분까지 전화 면접을 했던 사무실로 달려 갔다. 집에서 자차로 10분 안에 도착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제발, 하는 일이 전문적이고 고급지진 않아도 되니 안정적이고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이길 바랬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문자로 알려 준 호수를 찾아 들어 갔다. 칸막이가 쳐진 책상이 사무실에 여유 있게 열개가 넘게 있었지만 직원은 한 명만 있었다. 회의실로 안내해 주는데 회의실 탁자 위에 서류가 놓여 있었다. 서류에는 사업 소득 계약서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속으로 '사업 소득? 계약직 아니었나?' 의문이 생겼다.
일단, 설명해 주는 젊은 분석팀 여직원은 주차는 안된다고 했다. 주차 대수가 정해져 있고 정직원들이 이미 주차권을 쓰고 있어서 본인이 주차비를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차는 집에 놔 두고 버스를 타고 다니거나 방법을 찾으면 된다. 퇴근 하자마자 아들을 빨리 픽업하러 가야해서 빨리 오길 바라는 아들에게 조금 미안하고 조금 불편할 뿐이다.
그런데 그 다음 설명들에 나는 '이게 아닌데...' 싶었다. 시간당 아르바이트 비로 책정 되며, 3.3 세금을 뗀단다. 고정적인 수입도 아니고, 일이 있을 때도 있고 일이 없을 때도 있단다. 기업을 상대로 프로젝트 상황에만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다음 일도 정해져 있지 않단다. 일이 없을 땐 다 쉰단다. 아웃바운드도 아니고, 인바운도 아니란다. '그럼 뭐지?' 싶었다.
그리고 출근 시간에서 일 이분이 지났는데 직원 한 명이 출근으로 문을 열고 들어 왔다. 책상이 빈 책상이 더 많았다. 순간 아니다 싶었다. "너무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발길을 돌려 나왔다. 순간 우울했다.
이 놈의 대한민국은 나이 많다고, 애 엄마라고, 경단녀라서 이력서 보고 연락 주는 곳도 흔치 않다. 그런데 연락 오는 곳이 불안하고, 뭔가 고정적으로 내가 보람을 갖고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직장들이 거의 없다.
대한민국에서 나이 마흔 넘은 애 엄마는 그저 대한민국 자체가 사회와 거리 두기 하고 있는, 제발 애만 낳아 키워 주기만 하는 국민일 뿐이다. 인재가 아니다.
남자들처럼 대학 가서 공부하고, 전공도 하고, 경력 쌓느라 노력하다 결혼하고 임신하고 출산한 순간 그렇게 된다. 대한민국은 애 낳아 달라고만 할뿐 경단녀인 이 대한민국의 여자들이 다시 사회로 나가 적응하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기회 따위는 주려고 하지 않는다. 서글프다.
대한민국 현실이 이럴진대 남자들은 이혼할때 경제력 없는 여자라고 무시한다. 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버티겠냐는 식으로 돈으로 압박하고, 돈으로 상대를 누르는 힘을 남용한다.
생활비 끊고 돈으로 갑질하며 힘들게 한다.
대한민국은 왜 경단녀 애 엄마들을 위한 복지는 외면 하십니까?
시민 위원으로서 시 회의에서 아무리 얘기해도 왜 아무도 들어 주시질 않는 건가요?
여자 정치인분들, 같은 여자로서 뭐 하시는 걸까요?
대한민국은 결혼한 여자들에게, 애 엄마가 된 여자들에게 냉혹하고 후진국스럽다.
경단녀들이 아이의 안정적인 정서를 신경 쓰고, 아이들이 애착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고 사회에 천천히 적응하고 복귀할 복지 정책은 만들어 주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를 낳는 순간 보모나 양가 부모님께 맡긴 채 경력 단절 안 시키고 사회일 하며 승진하는 여자들한테는 독한 여자라고 뒷말을 한다.
제발요! 경단녀들도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며 자기 능력으로 따스한 밥 한끼 사 먹고, 아이를 위해 돈 좀 법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