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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Jan 21. 2024

혼자 해 낸 첫 방문 수업

긴장 되는 마음을 숨바꼭질 시키며 해낸 첫 방문 수업


아무래도 1:1 방문 수업은 학생의 집으로 가야 하고, 집에 할머님이나 학생의 학부모가 집에 있는 상태로 해야 합니다. 학원 선생님과 실장 경력만 있는 나는 솔직히 좀 긴장 되고 부담도 됐습니다.


처음 면접에 합격하고 온라인 화상 교육을 받은 뒤 지국 사무실로 출근을 하게 되면서 국장님께 내가 수업이 가능한 시간을 적어 냈습니다. 오전에는 시간이 다 가능한데, 아무래도 아이들 학습지 방문 수업이다 보니 오후에서 저녁에 수업이 이루어지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저녁에는 수업이 불가능 했습니다.

사업과 영업을 하며 집안 일과 애 케어와 라이딩에 전혀 신경 안 쓰게 해 주길 바라는 남편 덕에 나는 출산과 동시에 아들의 24시간 독박 육아 담당자에 비서처럼 붙어 다니는 보호자였습니다. 더구나 남편이 나와 아들이 저녁 늦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직장을 다닌다 해도 매일 늦게 들어오는 남편 때문에 저녁 회식에도 참여하기 힘들긴 합니다.


국장님은 그런 나에게 센터 선생님으로 보내기로 했다는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재능 교육은 1:1 방문과 유치원 방과후 방문 교육 등 방문 교육만 하는 학습지였습니다. 시대에 맞게 화상 교육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학습지처럼 공부방 형태의 센터 운영은 안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긴 코로나로 워킹맘들이 점점 많아지고, 워킹맘들이 센터에 아이가 시간에 맞춰 가서 학습하고 다른 학원으로 가는 걸 많이들 원하기에 센터를 처음으로 운영해 볼 계획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되도록 빨리 오픈할 계획이라고 하셨습니다.

1:1 방문 수업을 천천히 경험하며 센터 선생님으로 갈 준비를 하면 될 거  같다고 하셔서 솔직히 나는 속으로 '아싸!'를 외쳤습니다. 학원 선생 경험이 있는 나는 학부모가 함께 있는 학생의 집 안에서 1:1 수업 보다 여러명이 공부방처럼 돼 있는 센터에 와서 학습 코칭을 받고 가는 게 편했습니다. 실제로 유치원 방과 후 한글 수업과 1:1 방문 수업을 해 보니 나는 유치원에 가 5명이 앉아 있는 교실에서 방과후 한글 수업을 하는 게 훨씬 편하고 긴장이 안됐습니다.


처음 한 1:1 방문 수업은 국장님이 같이 가 주셨지만 긴장이 됐습니다.


첫 1:1 방문 수업은 정신이 없었습니다. 국장님께서 학생의 어머님과 바로 옆에 서서 얘기를 나누고 나는 그 옆에서 학생과 마주 앉아 혼자 수업을 진행 했습니다.

한 과목당 10분씩 학습 코칭을 하는 거라 세 과목에 30분으로 끝내야 했습니다. 아이들의 집중력을 제일 효과적으로 잡아둘 수 있는 시간이 30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전 제일 효과적인 시간 안에 끝내 주는 게 재능 교육 1:1 방문 학습지 교육의 원칙이었습니다.

나는 첫 수업이라 긴장 했는지 시간 조절을 조금 오버해 30분 안에가 아닌 40분 안에 마쳤습니다.


그래도 한 번 수업을 하고 났더니 조금 편해지긴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다음 주 교재를 미리 받아 교재 안의 내용을 미리 읽어 보고 수업 준비도 해야 합니다. 유치원 생들과 초등생들 수업은 수업 준비만 미리 잘 하면 크게 어려운 수업들은 아닙니다. 내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코칭을 하고 개념을 설명해 주면 효율적일 지를 연구하는 게 숙제입니다.

아이들마다 성향도 다르고, 수업에 임하는 태도도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의 성향도 빠르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업 시간도 잘 지키며 끝내 줘야 합니다. 또한 선생님으로서 교육 정보도 많이 알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평소에도 아들의 교육 문제로 교육 정보에 대해 내 발로 취합해 두는 편입니다. 국가 교육 위원회에 학부모로서 회의도 참석해 보고, 내가 사는 시의 교육 재단의 모니터링도 참여를 꾸준히 하고 있고, 간간이 강의도 들으러 다닙니다. 나는 부모든, 선생님이든 아이들의 성향을 빨리 파악하는 게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들의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아기 때부터 내 아이가 놀이를 하면서 제일 집중하고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부터 파악하려 했습니다.

그 아이의 성향과 학습 태도를 빨리 파악하면 수업할 때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조금은 수월해 진다고 믿어서입니다. 아이들도 각자의 생김새, 성향, 특기, 관심도, 자신 있는 과목과 자신 없는 과목이 다 달라서 아이들 성향과 수업 태도를 빨리 파악하면 아이들의 학습을 이끌어 주는데 도움이 많이 될 거라 생각해서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첫 수업을 그래도 큰 실수는 없이 끝낸 듯 합니다. 국장님께서 차분하게 잘 한 거 같다고 해 주셔서 안심이 됐던 첫 수업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적응하며 보냈습니다. 계약직으로 입사한 12월인 첫 달은 교육 받고 참관 수업에 참여해서 본사에서 지원해 주는 50만원을 받았습니다.

1월말이나 2월 초에는 센터 오픈하면 센터로 가겠지 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센터 오픈이 무산 돼서 일주일에 이 틀이나 삼 일은 시간 조정을 해서 방문 수업을 늘려 보자며 국장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센터 오픈이 무산 됐다는 말에 개인적으로도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아들의 친구 생일 파티 초대로 학부모들과 모인 자리에서 그 얘길 했더니 "왜? 요즘 엄마들 공부방 형식의 센터 좋아하는데?"라는 반응도 들었습니다. 엄마들 반응대로 코로나 사태도 있었고, 선생님이 집으로 방문하면 집도 치워야 하고, 옷차림도 신경을 아예 안 쓸 수는 없고, 불편해 하는 엄마들이 더 많은 건 사실입니다. 나조차도 그렇습니다. 더구나 워킹맘이 늘어나고 있는 시대의 상황에서 낮에 모두가 시어머니나 친정 엄마의 협조를 받는 것도 아닌데 퇴근해 집에 오는 시간에 선생님이 방문해야 하는 애로사항을 부담해야 합니다. 아이들도 학교에, 학원에, 저녁에는 공부보다는 밥 먹고 쉬고 싶은 게 바램입니다. 차라리 어차피 학원을 가야만 낮 시간에 아이가 집 부근인 공부방식 센터에 들려 학습을 하고 또 학원으로 가는 게 엄마들은 제일 편합니다.

하지만 오너의 결정이라면 계약직으로서 내가 이의를 제기할 문제는 아닙니다. 어떻게든 상황에 맞게 내가 맞추어 수업을 하고 수수료를 받으며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아쉽지만 어쩔 수는 없습니다.


한 달에 과목 50개는 수업을 해야 100만원은 번다고 합니다. 한 학생이 3과목을 다 하는 건 아니지만, 학생당 한 학생이 3과목을 한다는 가정에서 50과목 이상의 수업을 소화해 내려면 한 학생당 30분씩 총 17명, 총 16시간은 수업을 해야 그나마 100만원이라도 벌게 됩니다.  한 학생당 1과목만 만다고 했을땐 10분씩 총 50명, 총 8시간 20분은 수업을 해야 100만원이라도 벌게 됩니다.


나는 돈도 벌고 좋은 코칭 선생님으로 살아 남기 위해 어떻게 시간 조율을 하고, 어떻게 일을 해 나갈지 계획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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