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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Aug 11. 2024

어디로 갈까? 이사는 쉽지 않다.

집이 전세로 나갔다. 나가긴 할까 하던게 너무나도 급 갑자기...



"엄마, 왜 이렇게 늦어?"


"부동산에 있었지. 계약하고, 근처에 있는 집 하나 보고 왔어. 여기 집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고 있어."


부동산에서 아침부터 집 보러 온다는 전화가 왔다. 나는 시에서 하는 행사 모니터링이 있어 잠시 나와 있었다. 아들 보고 같이 가자고 했지만 깁스를 한 아들은 집에 있고 싶어 했다. 아들 혼자 있는데 집을 보러 가셔도 된다고 하기엔 좀 난감했다. 부동산에서 안면도 있고 아들한테 얘기해 어떻게 안되냐고 하셨지만, 결국 나중에 보러 오기로 했다.

아들 생각에 초 집중해 얼른 모니터링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부동산에서 연이어 전화가 왔다. 오후에 한 팀이 집을 보고 나갔다. 늦은 오후가 넘어가는 시간이라 아침부터 밥도 못 먹고 정신 없었던 나는 샤워를 했다.

그런데 바로 또 손님 모시고 집 보러 오고 있다는 전화가 와 나는 후딱 옷을 갈아 입고 눈썹을 그렸다. 머리카락들을 빗질도 다 못했는데 현관 벨이 울렸다.  

난 젖은 채 빗질도 안된 머리카락들을 민망해 하며 대문을 열었다.

중년 두 부부가 들어 오셨는데, 구경 하시더니 너무 깔끔하게 잘 관리 했다며 바로 계약을 원하셨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그동안 부동산에서 은근히 가격 내릴 생각 없냐고 묻긴 했는데,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들은 꽤 있었다고 했는데, 가격을 조금 내려야 했었나 보다.









아들과 생활도 해야 하고, 이혼한 그 인간이 자기 살길만 챙기느라 내 명의로 해 놓은 대출과 위약금 등을 전부 떠넘기고 가 집을 전세로 내놨다. 아파트에만 살다가 결혼해 빌라는 처음 살아 다.

비싼 집은 아니라서 전세금 받아도 대출 갚고 월세로 이사가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아들이 전학 하기 싫어해 학교 근처로 알아 보는데 이 동네가 아주 비싸지도, 그렇다고 싸지도 않은 동네다. 찍어 놨던 집들은 전 날 계약이 됐대고, 하나 본 건 집 주인이 주말 지나서 답을 준다고 했단다.


집에 와서도 생각이 많았다.


"엄마, 집 나갔어?"


"응."


"그럼 우리는 어떡해."


"우리는 다른 집 알아 보고 잠시 일 이년 나가서 살아야지."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어떤 집으로 갈지 궁금한가 보다. 집을 어디를 봤느냐, 방이 몇 개냐, 어디로 가느냐고 은근 물어 봤다.


나는 전세금 받을 돈으로 계산을 하느라 머리가 지끈 거렸다. 친정에 손을 벌릴 수도 없고, 돈이 많으면 무슨 걱정이겠냐마는 대출 갚고 위약금 내고 하면 남는 게 별로 없었다. 왠지 좀 서럽기도 했다. 어떻게든 집을 줄여서 가자 하고 되도록 보증금과 월세가 싼 집을 네이버 부동산에서 계속 검색했다.


그러는 동안 남동생, 친구의 은근한 잔소리들도 섞이게 된다. 그 정도면 너무 과하다, 그 정도가 낫지 않냐, 학교가 어디랬지, 매달 쓰는 돈을 최대한 줄여라, 등 등 등...


왠지 내 자신이 작아지고 서러워졌다. 쉬울 거라고는 생각 안했지만,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상처 받고 가정을 이 따위로 만든 그 사람 때문에 나와 애가 현타를 느껴야하는지 괜한 서러움이 밀려 왔다.


이 상황에 마음에 드는 집이란 걸 고를 여유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도 느꼈다.








이 와중에 이젠 나와 상관도 없는 톡들은 왜 심심찮게 보내시는지, 은근 부화가 치밀었다.

내가 돈이 어딨냐고 하신 분 보다 내가 더 돈이 없다. 아들을 미국에서 골프 시키시는, 돈 없다는 그 분 보다 내가 정말 더 돈이 없다.

더구나 정당히 계약서 써 드리고 쓴 소설이지만 나는 얻은 게 없다. 소설비를 다 받길 했나, 계약서가 버젓이 있어도 힘없는 내가 화를 낼 수가 있나, 그 소설로 내가 괜찮은 일 거리를 얻기를 했나, 저작권까지 공짜로 넘기라는 말에 대꾸도 못하고 서러웠었다.

아무리 유명하지 않고 힘없는 작가라도 작품의 저작권을 공짜로 넘기라고 하는 건 한 작가를 무너뜨리는 말이다. 너무 고집스러우셔서, 전혀 그런 걸 고려 안하셔서, 내가 이걸 갖고 있는다고 나한테 뭐가 얻어지나 싶어 서럽지만 그냥 넘겨 드리겠다고 할 수 밖에 없던 나였다. 네가 넘긴다고 하지 않았느냐 하시면서 내 심정이나 자존심 따위는 상관치도 않으시는 거 같아 몇 번을 상처 받았는지 모른다.


이미 끝났고, 뻔히 안될 작품이기에 감독도 외면하고, 회장님조차 이제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하신 사항에 나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작품은 대중의 것이다. 대중이 관심 없어할 작품을 만들 감독이나 PD는 없는 게 사실이다. 이 바닥은 시청률, 관객률, 화제성을 끌어다 주지 않으면 아웃 되는 바닥이다. 일을 못하게 된다.


그런데 심심하면 날아 오는 인터뷰 동영상들에, 장문의 명언 글들에, 어쩌라는 건지 나는 정말이지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졌다.

알아 주길 바라지도 않고, 이제 애랑 정말 치열하게 살아가야 할 나에게 왜 이러실까 싶어 톡 방을 계속 나가기를 하는데도 계속 보내 오신다. 나보고 어쩌라는 걸까? 도저히 답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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