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큼한 듯 깔끔하게 매콤한 듯 짭쪼름한 듯 그렇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마트나 시장에 가 재료를 사다가 요리를 하곤 했다.
소고기를 넣은 무국을 한 솥 끓여 동네 지인들에게 한 포장씩 돌리기도 하고, 마늘 쫑을 몇 다발 사서 큰 볼에 볶아서 동네 지인들과 나누어 먹기도 했다.
그렇게 요리를 해서 지인들과 나눠 먹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곤 했다.
10년 전에는 아들을 위해 조미료 없이 야채 또는 멸치나 각종 재료로 국물을 내 양념장을 일일이 만들어 각종 이유식, 감자탕, 해신탕, 부대찌개, 각종 반찬과 샐러드를 만들었다. 집에서 직접 반죽을 만들어 쿠키, 머핀 등을 직접 굽기도 하고 팬케이크도 수제로 다 부쳤다.
지금은 요리할 시간이 거의 없다. 하루가, 일주일이 너무 바쁘다.
어느 집에나 매년 거의 다 챙겨 놓는 기본 찬이 김치가 아닐까 싶다.
하얀 배추를 소금에 절여 놨다가 무, 고추가루, 젓갈, 풀, 파 등 양념으로 버무려진 김치 속을 묻혀서 익히면 끝이다. 과정은 몇 과정 안 되고 단순해 보여도 손이 많이 가고 허리가 아픈 게 매년 치루는 김장이다.
그렇게 김장으로 김치를 몇 십 포기씩 담궈 놓으면 그 김치로 일 년을 보낸다.
고추가루로 시뻘겋게 담가진 김치는 시큼한 듯, 깔끔하고 시원하게 매콤한 듯, 짭쪼름한 듯, 매년 냉장고에 챙겨 두어야 안심하게 되는 맛이다. 찌개를 끓이기도 하고, 볶음밥을 해 먹기도 하고, 반찬으로 밥상에 곁들여 놓기도 한다.
나는 어제 시어 가는 빨간 김치를 물로 씻었다. 김치 속을 털어 내며 씻어내 다진 마늘, 깨소금, 들기름을 휙 휙 휙 둘러서 지졌다.
그렇게 들기름에 노랗게 지져서 썰어 놓으면 캔 참치 살과 함께 묵은지 김밥을 싸도 되고, 삼겹살이나 목살을 구워 쌈처럼 싸 먹어도 된다. 아니면 그냥 밥이 담긴 밥 공기 위에 올려서 쌀밥을 그대로 감싸서 입에 넣어도 된다.
들기름에 지진 김치 짱아찌 같은 맛이랄까. 씹히는 맛이 아작아작 심심치 않게 입맛을 돋운다.
남겨진 빨간 김치 중 일부는 잘게 썰어서 김치 국물을 털어 넣고, 부침가루와 잘게 썬 해물을 섞어서 반죽을 만든다. 팬 위에 기름을 두르게 얇게 펴서 부치면 김치 부침개가 된다.
내가 빠르게 자주 해 먹던 건, 김치를 길게 찢어서 생 삼겹살을 김치로 둘둘 만다. 조금은 넓고 얕은 냄비에 김치로 둘둘 말아 감싼 삼겹살을 빙 둘러 넣는다. 그리고 코인 육수를 집어 넣고 물을 부어, 약간의 양념을 친 뒤 보글보글 끓인다.
두툼한 목살, 두부와 파를 썰어 넣고 끓인 김치찌개와는 또 다른 맛이다.
겉절이, 깍두기, 총각 김치, 오이 소박이, 물김치 등 김치도 종류가 여러가지다. 나는 국물이 있는 시원한 물김치도 참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김치는 직접 담그지 않는 편이다. 담글 줄 모른다기 보다 엄두가 안 난다. 그러면서도 매년 여기저기 남이 담근 김장 김치를 받아서 냉장고에 챙겨 넣고 있다.
자주 필요한 찬이다.
먹을 거 없을 때 찌개로 끓이거나 송송 썰어서 볶음밥으로 해 먹으면 다른 찬이 필요 없다. 라면을 끓여도 김치 하나면 있으면 다른 반찬은 필요 없다.
매년 챙겨 놓는 김치 하나로도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게 대한민국의 식탁이다.
(싱글맘에 워킹맘입니다. 매주 발행일에 맞춰 글을 써 올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제가 써 올릴 수 있을 때, 되도록 성실하게 좋은 글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