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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형제의 진실

형제지만, 달랐다. 나는 다른 그에게 수갑을 채워야했다.

by O Ri 작가


“진혁아, 네 형이야. 네 형이라고.”


지윤은 울면서 진혁의 팔에 매달렸다. 진혁의 팔을 두 손으로 꽉 부여잡고 애원하며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따스한 눈물 줄기들이 입술 안으로 스며드는 걸 조용히 삼켰다.

진규의 두 팔목에 감겨 있는 수갑이 너무 차갑고 잔인하게 느껴졌다.


“난 형사에요. 형 동생이기 전에 범죄자들 잡는 형사라고요.”


진혁은 소리를 질렀다. 지윤이 부여잡고 있는 한 쪽 팔을 거세게 흔들었다. 지윤의 가녀린 두 손이 어거지로 뿌리쳐졌다. 지윤은 진혁의 거칠고 냉정한 반으에 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진규는 그런 진혁과 지윤의 모습을 보며 키득거렸다. 입술이 일그러졌다.


“거봐, 엄마. 이 새끼는 나랑 결이 달라. 그러게,”


진규는 수갑이 차인 자신의 두 팔목을 지윤에게 보란 듯 살짝 들어 보였다. 허리를 숙이더니 지윤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댔다. 옆에 있던 강형사가 제지하려 하자 진혁이 손짓으로 놔둬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진규는 비밀을 말하듯 은밀한 목소리로 지윤의 한 쪽 귀에 대고 속삭였다.


“진실을 말해 저 새끼한테. 나만 알기엔 너무 억울하잖아. 왜 지랑 나랑 결이 다른지를 저 새끼도 알아야지.”

진규는 지윤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을 마주 대고 히죽거리며 웃었다. 지윤은 넋나간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 돼, 진규야. 절대 안 돼. 말하면 안 돼. 너희는 형제야.”


지윤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괴롭다는 듯 신음 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양쪽 귀를 감싸 쥐고 고개를 강하게 가로 저었다. 뭔가를 강하게 부정하듯 소리 질렀다.


“너희는 형제라고. 내 뱃속에서 내가 낳은 내 아들들이라고.”


진혁은 무릎을 구부리고 얼굴을 마주하고 서서 너무나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진규와 지윤을 내려다봤다. 진규가 히죽거리며 지윤은 재밌다는 듯 쳐다보는 표정을 한 대 갈겨 주고 싶었다. 진혁의 손은 어느새 애써 참고 있다는 듯 주먹을 꽉 쥐고 있다.

지윤이 괴롭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울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저리고 아팠다. 지윤을 쳐다보는 진혁의 두 눈도 촉촉해지고 있었다. 진혁은 고개를 돌렸다. 돌아서서 강형사에게 빨리 데려가라는 듯 신경질적으로 손짓을 했다.

강형사는 진혁의 돌아선 옆 모습을 걱정스럽다는 듯 힐끔 쳐다보더니 진규를 일으켰다. 강형사는 진혁을 히죽거리며 노려보는 진규의 등을 빨리 가라는 듯 툭 치며 밀치듯이 데리고 나갔다.

진혁은 지윤을 일으켜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멈칫하며 내려다보고 서 있다. 넋을 잃은 채 양쪽 귀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괴로운 듯 신음하고 있는 지윤의 모습 위로 항상 진혁과 진규에게 따스한 미소를 짓던 지윤의 얼굴이 떠올랐다.


‘엄마는 항상 최선을 다했어요. 그러니 그만 울어요, 엄마 잘못 아니니까.’


진혁은 차마 마음속 말들을 지윤에게 내뱉지 못했다. 진혁은 더는 지윤을 쳐다보고 있기가 힘든 표정으로 돌아서 나왔다.





“아구, 흉측해라. 아니 어떻게 형제가 저리 달라. 하나는 형산데 하나는 살인자고.”


“돌연변이인가 보지. 저 집 바깥양반도 범죄자들 관리하는 교도소장이라며? 엄마도 참하니 사람 좋던데, 아구, 어쩜 좋아?‘


수갑을 차고 강형사에게 끌리듯 동 건물에서 나오며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고스란히 진규의 귀를 간지럽혔다. 진규는 자신의 눈빛을 피하며 수군거리는 아파트 단지 사람들의 얼굴을 훑어봤다. 침이라도 뱉어 주고 싶다는 듯 조롱하는 눈길로 훑어봤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그런 진규의 눈빛을 슬며시 피하며 고개를 돌리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는 않았다. 진규가 경찰 기동대 차에 떠밀리듯 올라타 차 문이 닫히고, 진혁이 형사들과 차에 올라타 그 자리를 떠날 때까지 서서 수근거렸다.





”여보, 진규가. 진혁이가 진규를.“


진성은 흐느끼며 힘없이 절규하는 지윤의 목소리를 듣고만 있다. 얼굴도 덤덤한 듯 묵직한 느낌으로 떨림조차 보이지 않는다.

진성은 가만히 지윤의 흐느낌을 듣고만 있다가 전화를 끊어 버렸다. 교도 소장실 창가 앞에서 내려다보이는 교도소 마당에 있는 수감자들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진혁은 차에서 내렸다. 도로 한복판에서 기동대 차가 신호등 앞 차선에 멈춰 서 있더니 신호가 바뀌어도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뒤에서는 차들이 클락션을 울려 대다가 옆 차선으로 차선을 바꾸어 가 버렸다.

진혁이 기동대 차 앞으로 강형사랑 다가가는데 기동대 차 문이 급하게 열렸다. 그 안에 있던 경찰 두 명이 내렸다. 경찰 한 명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다. 진혁과 강형사는 불길한 예감에 기동대 차 문 앞으로 달려들어 살폈다. 진혁은 얼굴을 찡그리고 기동대 차 문을 거칠게 때렸다. 기동대 차에서 내린 경찰은 119와 통화 중이다.

진규가 수갑이 채워진 채 입안에서 흐르는 피를 내보이며 혼절해 있다. 혀를 깨문 듯해 보였다. 강형사는 빠르게 진혁과 타고 온 차를 길가 옆으로 세워 놓고 트렁크에서 봉을 꺼냈다. 뒤에 오는 차들 보고 기동대 차 옆으로 비켜 가라는 듯 봉의 빨간 불을 켜고 흔들어댔다.

잠시 후, 앰블런스와 구조대가 도착했다. 진규는 재빨리 앰블런스로 옮겨졌다. 진혁은 강형사에게 차를 몰고 뒤따라오라고 한 뒤 앰블런스에 올라탔다.


”그게 무슨? O형이 아니라 A형이라고요?“


”네, O형입니다. 가족 중에 O형 없으십니까? 수혈이 필요한데요.“


진혁은 고개를 저었다. 뭔가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이었다.


”없습니다. 강형사 나 좀 잠깐 다녀올게.“


”네?““


진혁은 강형사의 팔을 미안하다는 듯 한 번 툭 쳐 주고는 돌아서 걸었다.


”팀장님 어디 가시게요?“


”아버지한테 잠깐만.“


진혁은 걷는가 싶더니 뛰었다.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 얼굴이었다.





”알고 계셨어요? 진짜 내 형 맞아요?“


진성은 책상 앞에 앉아 서류에 사인을 하다가 조금은 숨 차 보이는 진혁을 힐끔 쳐다봤다. 별일 아니라는 듯 진혁의 물음에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서류에 사인을 마치고 일어나며 앉으란 듯 손짓을 해 보였다.


”앉아라. 앉아서 얘기하자.“


진혁은 소장실 문을 소리 나게 닫았다. 진성 앞에 털썩 앉으며 진성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뭣 때문에 왔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그런데도 너무나도 덤덤하고 침착해 보이는 진성의 행동에 목소리가 높아졌다.

”성진규, 내 형 맞냐고요?“


”법적으로 네 형이긴 하지.“


진성은 덤덤한 듯 아무 표정 없이 대답했다. 진혁이 자신을 쳐다보는 그 두 눈빛을 덤덤하게 마주했다. 그러면서도 소파 옆에 놓인 협탁 위 담배를 들어 꺼내 물었다. 담배에 불을 붙인 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앞으로 다가가 창문을 살며시 열었다. 담배 열기가 창밖으로 해서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엄마가 A형이고, 아버지가 B형인데, 어떻게 O형일 수가 있어요?“


“법적으로 네 형이지만 내 친아들은 아니니까. 내 친아들은 진혁이 너뿐이고.”


덤덤하게 내뱉는 진성의 목소리는 묵직했다. “친아들은 진혁이 너뿐이고,”라는 말을 하며 진혁을 돌아봤다. 창틀에 걸채 앉아서 담배를 피며 지그시 진혁을 쳐다봤다.

진혁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결국 알게 됐구나 싶은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진성의 얼굴을 혼란스럽게 마주했다.


“아버지.”


진혁은 어떻게 진성의 얼굴을 쳐다봐야 할지, 뭘 물어야 할지 살짝 혼란스러운 듯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진성의 시선을 잠시 피하는 듯 했다.

아니, 혼란스러운 건 혼란스러운 거고 살인자가 자신의 친형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쩌면 다행인 건지 갈등 중인 거 같았다.


“언제부터 아셨어요?”


“진규 그 자식이 태어났을 때부터 알았다.”


진혁은 다시 진성을 쳐다봤다.


“네 엄마가 낳았으니 네 형은 맞지. 그러나 내 친아들은 아니지.”


“어쨌든 제 형은 맞다는 거네요?”


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진혁에게 다가와 마주 앉으며 협탁 위, 크리스털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네 엄마가 내가 여기 교도관일 때 교정 의사로 왔었지. 교정 의사로 오기에는 너무 가녀리고 예뻤어. 너무 성실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네 엄마 모습에 나는 한눈에 반했었다. 지켜 주고 싶어서 항상 긴장하며 주시했다. 그런데 나만 그랬겠니? 여기 있는 수감자 새끼들이라고 해서 남자 아닐까?”


진성은 잠시 작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끊었다.


“그중에 살인자라고 보기엔 너무 평범하다 못해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중년 남자가 한 명 있었지. 내가 그렇게 네 엄마한테 수감자들한테 너무 잘해 줄 필요 없다고 이르고 일렀건만.”


진성은 그때를 회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어느 순간 네 엄마는 나를 의지하게 됐고,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지. 그런데 내가 네 엄마에게 프로포즈하고 상견례까지 마친 다음 날이었던가. 하필이면 그날 내가 쉬는 날이었다. 평소에 나의 집안과 나를 고깝게 본 교도관 한 놈이 그 중년의 살인자 새끼랑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모양이야. 네 엄마가 막 퇴근하려 할 때 그 중년의 살인자 새끼가 배탈이 났다며 그 교도관의 부축을 받고 의무실로 들어갔지. 그 중년의 살인자가 의무실로 들어가자마자 교도관은 밖에서 문을 잠갔다고 하더라. 그때 나는 교도소 건물 앞에 차를 정차해 놓고 네 엄마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지. 그 의무실 안에서 그 새끼가 네 엄마를 강간하는 줄도 모르고.”


그 말을 하며 진성은 두 눈을 감았다. 한 손으로 소파의 팔걸이 끝을 꽉 잡는 게 진혁의 눈에 띄었다.


“진규가 태어났을 때 혈액형을 보고 이상해서 친자 확인 검사를 했다. 그때야 네 엄마한테 그 얘기를 들었고, 나는 그때 교도관으로 같이 있던 그 새끼를 찾아가 실컷 두들겨 패 줬지. 네 엄마는 나와의 관계도 있으니 그 한 번의 강간으로 진규가 그 살인자의 아들이 아니길 간절히 바랬다고 하더라. 당연히 내 아들이길.”


진성은 눈을 뜨고 일어나 다시 창가 앞으로 갔다. 진성은 진혁을 쳐다보지 않았다.


“나는 네 엄마를 내칠 수 없었다. 그러기엔 내가 네 엄마를 너무 사랑했으니까.”


진혁은 이제야 이해할 거 같다는 표정이었다. 진성이 왜 그리 진규에게만 더 엄격하고 엄했는지, 그저 형이 장남이라 그런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진혁은 이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도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진혁은 창밖의 교도소 교정을 내려다보고 있는 진성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다. 진혁은 자신의 손으로 진규야 팔목에 수갑을 차던 그 순간과 그 느낌을 다시 떠올렸다. 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양쪽 귀를 막고 고개를 저으며 울부짖던 지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진혁은 교도소장으로서 교도소 교정을 내려다보고 있는 진성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앉아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방 안에 틀어 박혀 노트북을 쳐다보며 이렇게라도 하는 거 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느낀 무기력 감이 나를 잡아 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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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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