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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 대본, 그림자

S# 1~ S# 22 초반부분 대본

by O Ri 작가

1. 작품명 : 그림자


2. 장르 : 복수, 드라마.


3. 러닝 타임 및 분량 : 70분 X 1회분


4. 전체 줄거리 :

한 날, 한창 잘 나가는 여배우였던 여자의 뱃속에서 5분 사이로 태어난 쌍둥이.

남아 아이는 집안 호적에 올리지만, 발달이 느렸던 여자 아이는 보육원에 맡겨진다.

그러고 20년 후, 남자 아이가 건강이 안 좋아져 간을 이식 받아야 한다. 집안에서는 보육원에 맡겨졌던 여자 아이를 찾아내 병원 검사를 받게 한다.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에게 간 이식을 하는 조건이 딱 들어맞는다. 회장은 제일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후계자로서 회사에서 인정 받아 가는 막내 아들을 살리기 위해 여자 아이를 데리고 온다.

하지만 남자 아이는 20년 만에 만난 쌍둥이 동생을 위해 뭔가를 결심하는데...



5. 대본


S# 1. 고급 주택 단지.

비가 내리고 있다. 굵은 빗방울이 거세게 내리고 있다. 어두침침하다.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불길한 감을 주는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S# 2. 서재.

일부러 짜서 맞춘 듯 바닥에서 천장까지 고급 목재로 짜여 있는 책장, 두 벽면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책장 안의 책들이 묵직해 보인다. 한쪽 벽면에는 유명 화가들이 그린 듯한 풍경화들이 나름 서열 있게 진열되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벽 한 면이 전부 이중 통창으로 돼 있는 곳, 그 앞에 놓인 고급스럽고 묵직해 보이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서이상,

이상은 책상 앞으로 의자를 바짝 끌어다 놓고 앉아 두 팔을 책상 위에 모으고 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책상 앞에 서 있는 지아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지아는 이상의 앞에 서서 책상 위, 검은색 명패에 선명한 금색으로 박아 놓은 ‘인간 서이상’이라는 글씨를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다.


이상 : 네 엄마랑 정말 많이 닮았구나.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지아의 얼굴, 지아는 아무 말 없이 한 손을 꿈틀하더니 조심스레 검은색 명패에 손을 얹는다. 금색으로 선명하게 박혀 있는 ‘인간 서이상’이란 글씨를 조심스레 쓰다듬기 시작한다.


이상 : 네 엄마도 그 명패를 그렇게 쓰다듬었었지.


지아는 그제야 이상의 얼굴을 쳐다본다.


지아 : 그래서 엄마는 어디 계신가요?


이상은 피식 웃으며, 서랍에서 가죽으로 된 결제 판을 꺼낸다. 결제 판을 열어 맨 위에 ‘비밀 계약서’라고 적혀 있고, 정갈하고 빼곡하게 계약 내용이 프린팅돼 있는 서류를 지아 앞으로 내민다. 대리석으로 만든 동그란 펜꽂이 안에 꽂혀 있는 만년필을 꺼내 뚜껑을 열더니 그 서류 위에 놓아 준다.

사인부터 하라는 듯 손짓을 하고는 커다란 의자에 등을 기대로 몸을 뒤로 뺀다. 얼마든지 기다려 주겠다는 듯, 지아의 하는 양을 가만히 쳐다본다.

지아는 서류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만년필을 손에 들고 이상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본다. 이상과 두 눈이 정면으로 마주친다. 이상과 지아의 시선이 맞닿으면서 왠지 모를 잔잔한 긴장감이 감돈다.

지아는 서류에 사인을 하고 만년필을 내려놓는다.

이상이 앉아 있는 등 뒤, 이중 통창으로 비가 쏟아지듯 내리고 있는 바깥 풍경이 보인다. 부드러우면서도 왠지 불길한 음악 소리가 점점 커진다.


S# 3. 저택 전경.

잘 꾸며진 넓은 정원과 고급스럽게 우뚝 서 있는 저택의 전경.

먹구름이 잔뜩 껴 있는 하늘 아래 넓은 정원에 넓은 간격으로 서 있는 잔잔한 조명들. 뭔가 휘몰아칠 듯 비밀스럽게, 빠르게 보여지는 저택의 전경.

서재 안에서 흘러나오는 불빛, 통창으로 들여다보이는 서재 안의 모습.


S# 4. 고급 주택 단지.

퍼붓던 비가 언제 그랬냐는 듯 그친다. 날이 밝아 오면서 맑은 하늘이 드러난다.


S# 5. 저택 대문 앞.

고급 세단 차 한 대와 SUV 차량 한 대가 다가와 나란히 정차한다. 고급 세단 차 운전석에서 기욱이 내려 반대편 뒤 자석 차 문 앞으로 빠르개 가 서 있는다. 조수석에서는 한길이 내리고, SUV 차량 운전석에서 한강이 내린다. 한길과 한강은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저택의 대문 앞에 나란히 대기하듯 서 있는다.



S# 6. 정원 전경.

저택 입구에서 서이상이 나온다. 그 뒤로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낀 채, 한 손에 큰 캐리어 가방을 끌고 있는 지아가 따라 나온다.



S# 7. 저택 대문 앞.

대문이 열리고 이상이 나오자, 기욱이 뒤 자석 차 문을 정중하게 열어 준다. 한길과 한강은 차에 오르는 이상에게 말없이 고개 숙여 인사한다. 기욱은 빠르고 조용하게 운전석에 올라탄다.

지아가 나와 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가, 고급 세단 뒤에 정차해 있는 SUV 차량을 힐끔 쳐다본다. 한실은 지아를 쳐다보더니 한강에게 고개짓 한다.

지아가 SUV 차량 쪽으로 걸어가는데 한강이 다가와 지아의 캐리어를 들어 주려 한다. 지아는 됐다는 듯 캐리어의 손잡이를 더욱 힘을 주어 움켜잡는다.


지아 : 트렁크 열어 주세요. 제가 실을 수 있어요.


한강은 선글라스에 가려진 지아의 두 눈을 쳐다본다. 지아도 한강의 두 눈을 쳐다보고 있는 듯하다.

지아는 캐리어를 끌고 트렁크 앞으로 걸어간다. 한강은 트렁크 앞으로 가 트렁크를 열어 준 뒤 시크하게 운전석으로 다가가 차에 올라탄다. 지아는 트렁크에 캐리어를 올려 싣고, 트렁크 문을 닫는다.

지아는 뒤 자석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탄다. 지아의 모습을 가만히,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던 한길의 두 눈에 알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진다.

한길은 지아가 뒤 자석에 올라타 차 문을 닫자, 그제야 이상이 탄 고급 세단 차 조수석에 올라 탄다.



S# 8. 고급 주택 단지 전경.


이상이 찬 고급 세단 차와 지아가 찬 SUV 차량이 천천히 주택 단지를 빠져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S# 9. 전철역 입구 앞.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니는 전철역 입구 앞, 전동 냉장차를 정차해 놓고 그 위에 제품들이 보란 듯 진열돼 있다. 그리고 그 앞에 낡은 캠핑 의자가 놓여 있다. 장미가 유니폼을 입고, 유니폼 모자를 쓰고 낡은 캠핑 의자에 앉아 있다. 인자해 보이는, 세상 다 해탈해 보이는 표정이다. 깔끔한 듯 초라해 보이지만 예쁜 얼굴이다.

장미가 앉아 있는 뒤로 고급 세단차와 SUV 차가 조용히 다가와 정차한다. 고급 세단 차의 뒤 자석 차 문이 열린다. 이상은 장미의 뒤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뒤에 서 있는 SUV 차량을 힐끔 돌아본다. SUV 차량의 뒤자석 창문이 열린다.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낀 지아의 얼굴이 보인다. 장미의 뒤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지아의 선글라스 아래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조수석에서 한길이 빠르게 내려서 뒤 자석 차 문을 열어 준다. 이상은 천천히 걸어 올라 장미의 앞으로 간다.

이상 : 우리 꽃 여사 잘 있었는가?


장미 : (몸을 일으켜 정중히 인사한다) 회장님 오셨어요?


이상 : 요즘은 좀 어때?


장미 : 그냥 그렇죠 뭐.


장미가 살며시 웃는다. 이상은 그런 장미의 살며시 웃는 얼굴을 애정이 담기, 아련한 시선으로 쳐다본다.


이상 : 자신이 진짜 누군지 아직도 기억은 못 찾았고?


장미 : 이제와 찾아서 뭐 하겠어요. 그냥 지금도 좋아요.


장미가 또 살며시 웃는다. 이상은 그런 장미의 얼굴을 쳐다본다.



S# 10. 인서트


25년 전, 중요 인사들이 모인 파티장.

아이보리색,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드레스를 입고 이상의 앞에서 수줍게 인사하며 미소 짓던 장미의 모습


S# 11. 전철역 입구 앞.

이상은 한길에게 오라는 듯 손짓한다. 한길은 차 앞에 대기하듯 서 있다가 양복 상의 안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며 빠르게 장미 앞으로 다가온다.

한길이 고개 숙여 인사하자, 장미도 얌전하게 안시를 한다.


한길 : (카드를 내밀며) 남은 제품 다 싸 주시지요.


한길은 카드를 내밀며 이상 모르게 왠지 애틋한 눈으로 장미를 조심스레 힐끔한다.

장미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상을 쳐다본다. 이상은 장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장미 뒤에 있는 고급 세단차로 걸어간다. 운전석에서 기욱이 빠르게 내려서 뒤 자석으로 다가가 차 문을 연다. 이상은 뒤 차 문 앞에 서서 잠시 열린 차 문을 통해 이를 다 쳐다보고 있는 지아를 쳐다본다. 지아가 쓴 선글라스 아래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상은 차에 오른다. 기욱이 차 문을 닫고 장미가 싸 주는 제품들을 받아 들고 한길과 트렁크 문을 열고 다 싣는다. 기욱과 한길이 차에 탄다.

장미는 이상이 있는 뒤 자석의 차 문 앞으로 다가간다. 차창이 열린다. 장미가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장미 : 회장님, 오늘도 감사해요.


이상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차 문을 닫는다. 고급 세단차가 출발한다. 그 뒤에 서 있던 SUV 차량도 뒤따라 천천히 출발한다. 장미 앞으로 SUV 차량이 천천히 지나간다. 차 문을 열고 있던 지아를 쳐다보는 장미의 두 눈은 비어 있다. 그저 지나가는 차 안에, 열려진 차창을 통해 보이는 지아의 얼굴을 무심히 지나쳐 보내고 있다.



S# 12 SUV 차량 안.

뒤자석에 앉은 지아는 차창을 천천히 닫는다. 선글라스 아래로 여전히 눈물 줄기가 흘러내리고 있다. 이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 온다.


이상 : (E)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 자신이 누구였는지도, 자신한테 딸이 있었단 사실도, 자신이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지도. 그리고 나조차도.


운전석에 있는 한강이 룸미러로 지아를 힐끔거린다. 지아는 고개를 차창 쪽으로 향한 채 뒤로 기대고 있다.


S# 13. 대학병원 전경.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 넓고 큰 대학병원 전경.

입구로 자동차들과 택시들이 복잡하게 왔다 갔다 한다. 주차장조차 자리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S# 14. 1층 로비.

예약, 접수 앞 의자에 사람들이 빈자리 없이 빼곡히 앉아 있다. 대기 의자들 양옆과 뒤로 서서 번호표를 확인하며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전자판에 번호 바뀌는 알림 소리가 울린다.



S# 15. 엘리베이터 안.

깨끗하게 청소가 잘 된 엘리베이터 안, 버튼이 3개밖에 없다. 맨 끝 층 버튼과 중간층 버튼이 눌러져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이상, 캐리어를 한 손에 잡은 지아, 한길과 한강, 이렇게 넷뿐이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S# 16. VVIP 병실 안

쾌적하고 넓어 보이는 병실 안, 아무도 없다. 침대 위 이불은 젖혀져 있다. 침대 옆 협탁 위에는 화면이 OFF돼 있는 탭과 핸드폰이 놓여 있다.

문이 열린다. 이상과 한길이 들어 온다. 이상은 천천히 걸어 들어와 병실 안을 확인한다.


한길 : 제가 올라가 보겠습니다.


이상 : (빠르게 손짓한다) 됐어.


이상은 침대 앞 소파에 앉는다.


이상 : 그 아이랑 부딪히지만 않으면 돼.


한길 :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한강이에게 단단히 일러뒀습니다.


이상은 편하게 앉아서 침대대 너머 창으로 하늘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S# 17. VIP 병실 안.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병실안, 문이 열리고 한강이 먼저 들어와 문을 잡고 서 있다. 캐리어를 끌고 지아가 들어 온다. 지아가 들어 오자 한강은 조용히 문을 닫는다.

지아는 입구 앞에 서서 병실 안을 가만히 둘러본다.




S# 18. 인서트.

반지하의 작은 방 안 벽지에는 군데군데 누렇거나 지워지지 않는 낙서들이 보인다. 낡은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고, 바닥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침대 깔판과 그 위에 조금 누런 시트가 놓여 있다.




S# 18. VIP 병실 안.

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자신의 낡은 청바지와 빛바랜 남방을 쓸어 내린다.


한강 : 안에 샤워 시설 있는 화장실도 갖추어져 있어서 되도록 문밖으로 나가는 일은 없으셔야 합니다. 하루

세 번의 식사는 이곳으로 유기농 식으로 프리미엄 하게 가져다드릴 겁니다. 필요한 것을 말씀하시면 그것 또한 이곳으로 가져다드릴 겁니다.


지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선뜻 소파와 침대에 편하게 앉아지지 않는다. 지아는 그대로 서서 머뭇거리고만 있다.

한강은 그런 지아의 속을 들여다본다는 듯 벽 구석에 일부러, 병실 분위기에 맞는 색상으로 갖다 놓은 듯한 2단 장롱문을 열어 보였다.


한강 ; 회장님께서 지아씨께 어울리고 맞을만한 의상도 챙겨 놓으셨습니다. 이 의상들은 어차피 지아씨 겁니다. 마음대로 걸치시면 됩니다.


지아는 한강을 돌아봤다. 한강이 열어 놓은 2단 장롱 안을 본다. 2단 장롱 안에 걸려 있는 옷들을 쳐다보는 애써 미소 지어 보이는 지아의 두 눈에는 슬픔이 어려 있다.




S# 19. 병원 옥상.

야외 휴식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넓은 옥상 한쪽, 휠체어를 세워 놓고 옥상 난간 앞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 이루의 모습.

전경을 내려다보고 서 있는 이루의 얼굴은 어딘가 모르게 지아를 닮아있다. 이루는 전경을 내려다보다 맨 꼭대기에 있는 병실 창 쪽으로 시선이 멈춘다. 병실 창문을 통해 병실 안이 들여다보인다. 이상이 소파에 편하게 앉아 있고 그 옆에 한길이 서 있다.

이루의 입술이 일그러지며 혼자 말을 한다.


이루 : 결국! 데리고 오셨네요.



S# 20. 고아원 입구.


20년 전 고아원 입구, 젊은 이상과 어린 이루가 손을 잡고 나온다. 뒤이어 따라 나온 원장이 정중히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책가방을 메고 고아원 입구 앞으로 뛰어오다가 멈칫하는 지아, 깔끔하고 고급스런 정장을 입은 이루와 깔끔하게 보이려 했지만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듯 허름한 티가 나는 옷을 입은 지아가 천천히, 천천히 스쳐 지나간다. 빨리 들어가라는 듯 지아의 손을 잡아끄는 원장의 손, 이루의 손을 더 꼭 잡고 애써 덤덤한 척 하려하지만 조금 당황한 이상의 얼굴.



S# 21. 병원 옥상.


이루는 자신의 오른쪽 아랫배 쪽에 손을 갖다 댄다.

옥상 난간 앞에 서 있는 이루의 뒷모습.



S# 22. VIP 병실 안.


혼자 남은 지아, 병실 안을 둘러 본다.

문의 손잡이를 잡고 망설인다.


한강 : (E) 문밖으로 나가는 일은 없으셔야 합니다.


지아는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다시 병실 안을 휘둘러보더니 창가 앞으로 간다.

창 앞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마음이 급한 듯 합니다. 모든게 끊겨가고 정지돼 가고 있는 현실적인 생활 상황에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래서 빠르게, 무리를 조금 해서라도 내일까지 올 릴 수 있는 만큼 올려 놓으려 합니다.

이제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없네요.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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