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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탁방 (1화~7화)

악마의 임무, 누군가를 한 명 죽여 줘야만 벗어날 수 있다.

by O Ri 작가



1. 작품명 : 그 세탁방


2. 장르 : 판타지, 악마, 드라마,


3. 러닝타임 및 분량 : 2분 X 50화


4. 로그라인 : 순간이지만, 나의 고통을 외면하는 그들이 죽길 바라는 악의 감정이 올라올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5. 기획의도 : 살아가면서 내가 제일 힘든 순간에, 내가 무너지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북받쳐 오르는 독한 감정들이 있다. 그 독이 오른 감정에 불을 지르고 자극하면 사람은 선한 얼굴에서 악이 스며드는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그 순간에 스며든 악의 얼굴에 후회가 밀려오며 그 악의 얼굴을 지우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게 인간이다. 그래서 그 악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올라온 악의 얼굴을 이용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건아. 그러나 건아는 그를 죽이러 간 순간 그 사람이 자신과 연관된 적이 있는 기억을 떠올린다.

건아는 과연 그를 죽이고 악에서 벗어나 지윤에게 그 악의 얼굴을 바톤 터치하고 벗어날 수 있을까? 지윤은 그 악의 얼굴을 이어받아 자신에게 씌어진 악의 임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를 죽일 수 있을까?

알고 보면 서로서로 연관된 고리들을 끈으로 죽음이라는 임무 앞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그 순간을 들여다보고 싶은 게 이 숏폼 드라마다.



6. 등장인물

양지윤 : 40세 초반 여,

배주율 : 11세, 초등 6학년 남,

건아 : 30대 남. 누군가를 죽도록 죽이고 싶었다. 그순간 건아 앞에 나타나 악마와의 거래. 누군가의 순간적인 바램으로 사람 한 명을 죽이고 그 바램을 바란 사람에게 악마의 임무를 바톤 터치해야 한다. 그래야만 악마의 거래에서 벗어난다. 그 임우의 상대는 악마가 지목해 준다. 그런데 지윤을 위해 만난 도일, 건아와 경찰서에서 엮인 적인 있는 은혜자다. 건아가 갈등한다.

양도일 : 70세 남,

하민경 : 67세 여,

양서경 : 39세 남,

배정국 : 40대 초반 남.




7. 대본 (50화 분량)


-- 1화 --------


S# 1. 카페 앞.

도시 길거리 일각, 카페 출입구 앞.

도일 : 들어가서 얘기하자.

길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힐끔힐끔하기 시작, 도일은 신경이 쓰인다.


지윤 : 아빠가 어떻게 그렇게 말해? 아빠만 인생 열심히 살았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빠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냐?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면서, 나한테 왔던 기회들 엄마, 아빠가 막았잖아. (신경질, 억울함) 맨날 서경이, 서경이. 내 생일 한 번 제대로 챙겨 준 적 있어?


도일, 지윤이 팔을 슬며시 잡고 카페 문을 연다.

지윤의 손목을 슬며시 카페 안으로 잡아끌려고 한다. 지윤, 도일의 손을 뿌리친다.

지윤, 도일을 원망스러운 듯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빠르게 걸어간다. 눈물이 흐른다.

지윤, 손가락으로 얼른 눈물을 닦는다.

카페 출입문 앞에 서서 지윤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쳐다보고 서 있는 도일의 모습.


S# 2. 길가.

사방이 아파트 단지와 건물투성이인 중심 거리 일각, 8호선 정도 되는 도로 사거리가 보인다.

지윤이 비틀거릴 듯 신호등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S# 3. 오피스텔 안.

작은 방이 두 개인 오피스텔 안, 주방 그릇들과 용품들이 식탁 위에 전부 올려져 있다. 식탁 옆 큰 봉지 안에 채우고 있는 빨래감.

방 안의 붙박이장 문들이 활짝 열려 있다. 플라스틱 받침에 놓여 있는 침대 매트 위에는 옷걸이에 걸린 옷들이 그대로 쌓여서 놓여 있다.

차곡차곡 책들과 각종 생활 물품이 담긴 봉하지 않은 박스가 방바닥 구석에 놓여 있다. 집 안에 냉장고와 TV 빼고는 가전제품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현관 앞에는 대형마트 가방 두 개 안에 레고가 가득 담겨 있다.

주율이가 TV를 작은 볼륨으로 켜 놓고 소파에 앉아서 간식 먹으며 탭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대문이 열리고 지윤이 들어 온다.

주율, 지윤을 쳐다본다.


주율 : 엄마, 왜 이렇게 늦게 와?


지윤은 주율을 꼭 안아 준다.


지윤 : 미안.


시간이 지난 느낌.

소파 위에서 잠들어 있는 주율, 지윤은 이불을 다시 다잡아 준다.

소파에 기대 바닥에 앉아 어둠 속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지윤.


서경 : (E) 주율이 데리고 있으면 돈 든다고, 엄마 눈치도 보는 거 같고. 그냥 아빠가 그러더라고. 자기는 죽어라 열심히 살았는데 늬들은 뭐냐고. (서경의 한숨소리) 엄마한테 우리집 자식들은 왜 이 모양이냐고, 지겹다 그랬대.


지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정국 : (E) 씨발, 나도 변호사 쓴다고. 양육비? 놀고 있네. 내가 돈이 어딨냐? 내가 이혼하자고 했냐, 네가 이혼하자고 한 거잖아. 뭐, 여자 혼자 애 키우며 사는 게 쉬울 줄 알았냐. 양육비 못 주겠으니까 나도 변호사 쓰겠다고.


분노에 찬 지윤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입술을 꽉 깨물고 조용히 혼자 말을 한다.

지윤 : 다 죽어 버리지 왜? 나랑 주율이도 죽고, 다 죽어 버리면 되겠네.

시간이 흐른 느낌.

아침이다.


S# 3. 학교 앞.

주율은 학교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지윤을 돌아본다.


지윤 : (애써 웃으며 손 흔들어 준다) 들어가. 이따 봐.


지윤 돌아서는데, 예일이 엄마가 인사한다. 지윤도 인사한다.


예일 엄마 : 언니, 조만간 다 같이 커피 한잔 같이 해야죠?


지윤 : 그래, 그래야지.


지윤 가려는데,


예일 엄마 : 요즘 주율이 학원 왜 안 다녀요? 우리 예일이가 주율이 왜 학원 안 나오냐고 자꾸 묻네. 형준이 엄마가 그러는데 교회도 안 나간다면서요? 일이라도 다시 시작한거에요?


지윤 : (애써 미소) 으, 응. 이제 주율이도 커 가고 일하면 좋지.


예일 엄마 : 그래요. 그럼 조만간 엄마들이랑 같이 커피 마시면서 얘기해요. 연락할게요.


지윤 : 그래.


지윤은 돌아선다. 걸음이 빨라진다.




-- 2화 --------


S# 1. 오피스텔 앞.

이삿짐센터 조끼 입은 아저씨 두 명이 서 있다. 끌개와 상자들이 현관문 앞에 놓여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얼른 현관문을 여는 지윤.


지윤 : 죄송해요.


끌개와 상자를 챙겨 안으로 들어가는 이삿짐센터 아저씨들.

활짝 열린 현관 앞에 서서 이삿짐들을 챙기는 아저씨들을 쳐다보고 서 있는 지윤.


이삿짐센터 아저씨 1 : 침대랑 소파는 버리신댔죠? 책상도 책장남 가져 가고 버리신댔고?


지윤 : (멍하니) 네. (머뭇) 피아노만 조심히 옮겨 주세요. 아이가 아끼는 거라.


이삿짐센터 아저씨 2 : 걱정 마세요. 다 천으로 감싸서 옮기니까. 창고 보관 이사였다가 바꾸셨다고 해서, 박스 추가 금액인 생길거에요. 설명 들으셨죠?


지윤 : (멍하니) 네.


이삿짐센터 아저씨 1 : 2시간이면 되겠네요. 짐이 많지 않아서.


이삿짐이 싸지는 오피스텔 안을 현관 앞에 서서 쳐다보는 지윤의 표정, 무너지는 표정이다.


S# 2. 건물.

오피스텔 건물 전경.

오피스텔 앞, 길거리를 평온하게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의 모습.


S# 3. 부동산 앞.

통유리로 돼 있는 건물 안 부동산, 안이 들여다보인다.

원형 탁자에 마주 앉아 있는 부동산 여사장과 집주인, 지윤의 뒤 모습.

지윤의 옆에 놓인 커다란 캐리어 가방과 그 위에 얹어져 있는 보조 캐리어.


S# 4. 부동산 안.

영수증을 적는 부동산 사장.

핸드폰을 들고 계산하고 있는 집주인, 지윤의 옆에 놓인 캐리어를 은근 곁눈질한다.


부동산 사장 : 보증금 2천만 원에서 관리비 밀린 거 1,368,510원에 월세 3개월 치 밀린 거 3,900,000원 더하고 어제 저한테 빌리신 이삿짐센터 계약비 30만 원이랑 중개 수수료 80만 원 뺄게요. 월세 보름치도 빼고요.

부동산 사장은 집주인이 입금해야할 금액을 영수증에 적어서 집주인에게 건넸다. 집주인은 바로 핸드폰 은행 앱으로 지윤에게 이체시킨다.


집주인 : 이체 확인 되세요?


집주인 모바일 이체 완료된 핸드폰 화면을 부동산 사장에게 보여 준다. 지윤, 무릎 위에 있는 두 손으로 모니터가 잠긴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리기만 한다.


부동산 사장 : 끝났네요.


지윤, 일어난다.


지윤 : 죄송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윤, 캐리어 챙겨 끌며 재빨리 부동산을 나온다. 건물을 빠져나가는 지윤.


S# 5. 길거리 일각.

오피스텔 건물 앞 길거리, 건물에서 나와 빠르게 걸어가는 지윤.




-- 3화 --------


S# 1. 은행 앞.

재빨리 걸어와 은행으로 들어가는 지윤.


S# 2. 은행 안.

은행 기기 앞으로 가는 지윤, 핸드폰 모니터 잠금을 켜고 문자 메세지를 확인한다.

핸드폰 3개월 치 연체 금액 입금액과 입금 계좌가 있다. 지윤은 빠르게 핸드폰 연체 금액을 전부 이체한다. 다른 문자 메시지를 연다. TV+인터넷 연체금을 입금한다. 계좌에 남은 금액이 은행 기기에 뜬다. 다른 문자 메시지도 확인한다. 카드 갑 연체 금액 987,400원도 이체 입금한다. 대출금 연체금 845,000원도 이체 입금한다.

다른 문자를 본다. 3달 월세 135만 원, 보증금 300이라는 금액이 찍혀 있고 부동산 계좌가 찍혀 있다. 지윤은 얼른 입금시킨다.

지윤은 남은 금액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5,341,300원.

지윤은 작은 한숨을 쉬며 카드를 뽑아 든다.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울리더니 금새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린다.


지윤 : 월세 3개월치랑 보증금 입금 했어요. 이사 들어가도 되죠? 네, 감사합니다.


지윤은 전화를 끊고 캐리어를 끌고 멍하니 돌아선다.


S# 3. 은행 앞.

은행을 나와 조금 걷다가 멍하니 서 있는다. 저만치서 도일이 은행 앞으로 걸어오다가 지윤을 발견한다. 마주치기 싫은 듯 어찌할 줄 모르며 멈칫하는가 싶더니 반대편으로 돌아서 가버린다.

점심시간인지 건물들에 사람들이 몰려나오며 길거리를 지나다닌다. 그 틈에서 무너져내린 멍한 표정으로 멈춰 서 있는 지윤의 모습.

잠시 후, 지윤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전화벨 소리가 길게 울리고 나서야 정신이 드는 듯 전화를 받는 지윤.

이삿짐센터 아저씨 1 : (E) 정리 다됐는데 잔금 입금해 주셔야 알려준 주소로 옮겨 드리는대요. 30개 들고 들어갔는데 좀 남았어요. 그래서 박스값이랑 잔금 다 해서 30만 원 더 입금해 주셔야 하고요. 사무실에는 잔금 37만 원 입금하셨어요?


지윤 : 아, 네. 계좌 번호랑 금액 문자 주시겠어요. 지금 은행 앞이니까 바로 입금할게요.


이삿짐센터 아저씨 1 : 네.


끊기는 전화, 돌아서서 은행 쪽으로 다시 걷는 지윤. 은행 안으로 들어가는 지윤.


S# 4. 은행 건물.

은행 건물 전경, 은행 건물 위 맑은 하늘 전경.




-- 4화 --------


S# 1. 상가건물 앞.

책가방 맨 주율과 손을 꼭 잡고 2층 건물 앞으로 오는 걸어오는 지윤.

건물 앞에서 지윤의 손을 슬쩍 잡아끌더니 멈춰 서서 건물과 지윤을 번갈아 쳐다보는 주율.


주율 : 우리 이제 여기서 살아?


지윤, 주율을 잠시 내려다보더니 주율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두 손으로 주율의 팔을 부드럽게 잡는다. 주율을 올려다본다.


지윤 : (애써 미소) 당분간만이야.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돈 벌게. 우리 주율이 고생시키는 거 엄마 너무 미안하긴 한데, 조금만 참자.


주율, 지윤을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지윤, 일어나 주율의 손을 꼭 잡고 2층 건물을 잠시 쳐다보더니 주율과 2층으로 올라간다.

2층 건물 전경, 날이 밝아 온다.


S# 2. 원룸 안.

연식이 조금 있어 보이는 불 꺼진 원룸 안, 이삿짐 박스들이 구석에 쌓여 있다. 창가 쪽 벽 앞에 피아노가 놓여 있다. 반대편 벽에 붙여져 있는 긴 책장.

원룸 가운데 이불을 깔고 잠들어 있는 지윤과 주율.

핸드폰 자명종 알림이 울린다. 지윤이 잠시 뒤척이다 일어나 핸드폰 알람을 끈다.

잠든 주율을 내려다보고 원룸 안을 멍하니 쳐다보는 지윤의 얼굴.


S# 3. 길가 일각들 (회상)

- 정류장 벤치에 앉아 핸드폰으로 단기 알바를 검색해 살펴보는 지윤의 얼굴과 손.

보증금 300에 월세 80을 유심히 본다. 벌떡 일어나는 지윤.

부동산으로 들어가는 지윤.

부동산 사장과 원룸을 살펴보는 지윤.


S# 4. 원룸 안.

불 꺼진 원룸 안, 상체를 일으켜 멍하니 앉아 있는 지윤.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가는 지윤, 안에서 세면대 물소리가 들린다.





-- 5화 --------


S# 1. 학교 앞.

학교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지윤을 힐끔힐끔 돌아보는 주율, 지윤은 애써 미소 지으며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주율이 학교 건물 안으로 사라지자, 재킷 모자를 푹 눌러쓰고 돌아서 걷는 지윤.


S# 2. 상가건물.

상가건물 전경, 재킷 모자를 푹 눌러쓰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지윤.

잠시 후, 접힌 넓고 큰 천으로 맨 위를 덮은 웨건을 끌고 나오는 지윤.

웨건을 끌고 걸어가는 지윤.


S# 3. 골목.

골목 일각, 지나다니는 사람들 틈으로 재킷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웨건을 끌고 걸어가는 지윤.


S# 4. 신축 오피스텔 건물 앞.

건물 쪽으로 웨건을 끌고 걸어오는 지윤.

웨건을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지윤.


S# 5. 세탁방 앞.

건물 1층 세탁방 앞, 세탁방으로 걸어와 문을 여는 지윤.

통유리로 돼 있어 안이 다 들여다보인다. 웨건을 덮은 큰 천을 걷어내고 수북히 담긴 빨래들을 세탁기 안에 집어넣고 세탁기 문을 닫는 지윤.


S# 6. 세탁방 안.

키오스크에서 세탁기 선택, 결제하는 지윤의 손.

결제가 완료되고, 빨래 넣은 세탁기로 다시 걸어가는 지윤,

세탁기 시작 버튼을 누르는 지윤의 손.

세탁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조용히 들리고,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검은 바지에 검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 티에 검은 재킷을 입은 건아가 백 팩을 메고 들어온다.

지윤은 탁자 앞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아 놓고,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검색을 한다.

건아가 백팩에서 새탁물을 세탁기에 집어 넣고, 지윤을 곁눈질하며 키오스크로 간다.

키오스크에서 세탁기를 선택하고 결제하며 지윤을 곁눈질하는 건아의 눈빛이 날카롭다.

잠시 후, 지윤의 옆 옆 자리에 앉는 건아.

지윤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서경이다.




-- 6화 --------


S# 1. 세탁방 안.

서경의 발신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받기 싫다.

옆 옆자리에 앉은 건아를 괜스레 힐끔거리고 큰 벨 소리에 신경 쓰이는 듯 전화를 받는 지윤.


서경 : (E) 이사는 잘했어? 어디 잘 곳은 있는 거야? 주율이는? 어디로 갔어?


쉼표 없이 이어지는 서경의 질문에 지윤은 미간을 찡그렸다.


서경 : (E) 누나, 누나?


지윤, 작은 한숨을 쉬며 두 눈을 꾹 감는다. 잠시 침묵했다가 두 눈을 뜬다.


지윤 : 지금은 별로 할 말이 없어.


지윤 : (속엣말) 애 데리고 길거리 나 앉지 않은 것만으로도 간신히 숨 돌리고 있어. 뭘 확인하고 싶은 건데?

수화기 너머로 서경이 가래를 뱉는 소리가 들린다. 지윤은 핸드폰 수화기를 귀에서 살짝 뗐다가 다시 댄다.

서경 : 캐리어 큰 거 끌고 가는 거 아빠가 봤대. 아는 척하기가 그러셨는지, (말을 더 잇기가 불편한 듯한 서경의 숨소리)


지윤은 다른 한 손으로 한 쪽 귀를 막았다.


지윤 : (신경질적) 듣기 싫어.


옆 옆에 앉아서 고개를 살짝 숙이고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는 건아는 소름 끼칠 정도로 냉소적인 썩소를 짓는다.


S# 2. 카페 앞.

카페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통화 중인 서경.

지윤의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잠시 멈칫하며 카페 안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도일을 힐끔 본다.


서경 : 그냥, 그냥 걱정돼서. 지금 아빠랑 같이 있는데...


S# 3. 세탁방 안.

지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지윤 : (버럭) 그래서? 애 데리고 길거리에 나앉아 여유 있게 잘 사는 부모 욕 먹일까 봐 걱정된대? 다 죽어 버려. 그냥 다 죽어 버리면 되잖아.


지윤은 거칠게 전화를 끊어 버린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먹인다.

건아가 조용히 손가락을 튕겨 보인다. 세탁방 전등이 깜빡인다. 세탁방 문이 잠긴다.

지윤, 이상한 느낌에 두 손을 얼굴에서 떼고 세탁방을 본다.

전등이 깜빡이더니 주면이 깜깜해진다.


건아 : 다 죽었음 좋겠어요? 내 앞길 막고, 내가 제일 힘들 때 외면한 그들이 미워 죽겠죠? (키득키득 왠지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 나도 그랬는데.


지윤, 건아를 돌아본다. 온통 검은 옷으로 감싼 건아의 모습, 마스크를 벗고 지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서 마주 서는 건아의 얼굴.

두 눈이 소름 끼치도록 차갑고 냉소적이다.

지윤, 그런데 그런 건아의 두 눈빛이 무섭지가 않다. 그저 온몸이 싸늘해진다. 두 손으로 팔뚝을 쓰다듬는 지윤.


지윤 : 누구세요?


건아 : 아까부터 쭉 당신 옆에 있었는데 몰랐죠?


지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간아 ; 다 죽었음 좋겠어요?


지윤, 건아의 얼굴을 마주 쳐다보며 잠시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건아 : 아직 망설이네?


건아, 피식 웃는다.


건아 : 아직 분노가 덜 올라왔나 보네.


건아는 손가락으로 세탁기가 있던 자리를 가리키며 보라는 듯 고개짓을 한다. 지윤, 홀린 듯 건아가 보라는 쪽을 돌아본다.

세탁기가 보인다. 세탁기 문이 열린다. 세탁기 안이 소용돌이치듯 돌더니 지윤의 과거 모습들이 회생 돼 보인다.





-- 7화 --------


S# 1. 세탁방 앞.

통유리 창으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세탁방.

문이 다 닫혀 있고, 아무 일 없는 듯 세탁방 그대로의 모습으로 안이 보이고 있다.


S# 2. 세탁방 안.

온통 깜깜해진 세탁방 안, 밖이 내다보이지 않는 유리 통창들.

문이 열린 세탁기 하나, 동그란 세탁기 입구에 영상처럼 보여지는 지윤의 어린 시절 모습들.


중학생 지윤의 방 안, 들어와 방문을 닫는 민경.

짜증 섞인 표정으로 지윤에게 다가와 한 손으로 지윤의 머리카락들을 움켜쥐고 지윤을 방바닥 위에서 흔들며 내동댕이치는 민경의 모습.


대학교 자퇴서에 도장 찍어 지윤에게 건네는 도일, 옆에서 서경과 통화중인 민경.

“대학원 합격했는데 왜 직장을 구해. 집에서 등록금 대 줄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대학원 다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고개 숙인 지윤의 두 눈에서 눈물방울이 떨어진다.


민경이 옆에서 눈치만 살피며 그늘진 모습으로 힘없이 앉아 있는 지윤은 쳐다보지도 않고 수화기를 들고 있다. 기막히다는 듯 작은 한숨을 쉬더니 단호하고 건조한 목소리로 답한다.

“교수로 키우신다고요? 쟤를요? 죄송하지만 그럴 거 시킬 생각 없으니 다신 전화하지 말아 주십시오.”


S# 3. 세탁방 안.

입술을 깨물고 서러운 두 눈빛으로 눈물이 글썽이는 지윤의 얼굴, 주먹이 쥐어지는 지윤의 두 손.

지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는 건아.


건아 : 이래도 망설여져?


건아의 얼굴을 쳐다보는 지윤의 얼굴.


지윤 : (E, 버럭) 다 죽어 버려. 그냥 다 죽어 버리면 되잖아.

지윤은 서경과의 통화에서 자신이 소리쳤던 말들이 생각난다. 귓가에서 멤돈다.

이어 건아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속을 울린다.


건아 : 다 죽어 버렸음 좋겠죠?


건의의 얼굴이 악마의 웃음처럼 웃고 있다.


건아 : 다 죽어 버렸음 좋겠죠?


지윤의 숨소리가 가빠지는 듯 하다. 차갑게 비웃으며 혀를 쯧쯧 차는 도일과 서경과 민경의 얼굴이 지윤의 두 눈 앞에서 빙빙 돌며 자신을 보고 있는 거 같다.

지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괴로운 듯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큰 소리로 소리친다.


지윤 : 다 꺼져. 다 죽어버려. (울부짖는다) 차라리 다 죽어 버리라고.


세탁방 안의 전등이 환하게 켜진다.












현재 숏폼 드라마 대본,

그녀의 가시 (30화~50화) . 그 끝에서 만난 (7화~50화), 그 세탁방

3개의 대본을 동시 집필 중입니다. 차질 없이 차근차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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