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되는 도발, 그리고 뜻밖의 만남.
-- 11화 --------
S# 1. 단지 입구 앞.
단지 입구 앞에 유리와 영운과 서 있는 한설.
스쿨버스가 다가와 정차한다. 도우미 선생님이 내린다.
한설, 유리, 영운 : 안녕하세요.
도우미 선생님 : (예쁜 손으로 허리 살짝 숙여 보이며 웃는다) 안녕하세요.
도우미 선생님과 스쿨 버스에 타는 유리와 영운을 쳐다보고 서 있는 한설.
스쿨버스가 멀어져 가는 걸 보고 나서야 돌아서 단지 입구로 걸어 들어가는 한설.
한설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발신자를 확인하는데 요양원이다. 얼른 전화를 받는 한설.
한설 : 네.
요양원 직원 : (E) 어머님이 찾으시는데 지금 오실 수 있으세요? 아침부터 정신이 멀쩡하신데, 꼭 보셔야 한다며 빨리 오라고 전해 달라시네요.
한설 : 아, 네. 지금 갈게요.
한설은 핸드폰으로 택시를 부른다. 택시가 배차되는 알림.
단지 앞으로 재빨리 걸어가는 한설. 잠시 후, 단지 앞으로 다가와 정차하는 택시.
한설, 택시에 얼른 올라탄다.
S# 2. 건물.
요양원 건물 전경.
택시가 건물 입구에 다가와 정차한다. 한설이 내려서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S# 3. 병실 앞.
병실 복도를 뛰듯이 걸어오는 한설. 병실 문을 연다.
S# 4. 병실 안.
현정이 휠체어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앉아 있다.
현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가가는 한설,
한설 : (다정하게) 엄마.
현정에게 다가가는 한설, 한설을 돌아보는 현정의 얼굴.
가까이 다가와 무릎을 구부리고 현정의 얼굴을 쳐다보는 한설의 손을 덥석, 꼭 잡는 현정.
현정 : 한설아, 한영이 믿지 마. 걔 네 친언니 아냐. 한영이 걔, 정말 무서운 애야. 걔 때문에 너랑 나랑 아빠한테 전부 빼앗겼어. 더는 절대 빼앗기고 살면 안 돼. 알겠어?
혼란스럽고 멍한 한설의 표정.
한설 :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친언니가 아니라니? 그럼 뭐야?
현정, 한설의 손을 더욱 꼭 잡는다.
현정 : 친언니 아냐. (회상하는 눈빛) 네 아빠랑 정말 친한 동료가 있었어. 형제처러 지내는, 그 동료 부부가 사고로 죽은 날 네 아빠가 자기가 키운다며 데리고 들어온 애야. 그때, 엄마랑 그 동료분 아내랑 같은 날 쌍둥이처럼 같이 딸 낳았다고, 애들도 이상하게 서로 닮았다며 (두 눈이 촉촉해진다) 네 아빠랑 그 친구분이랑 서로 얼마나 좋아했던지.
-- 12화 --------
S# 1. 건물 앞.
요양원 건물, 건물에서 뭐에 홀린 듯 멍한 얼굴로 천천히 걸어 나오는 한설의 모습.
한선, 요양원 건물 계단을 다 내려와 멈춰 선다.
현정 : (E) 한영이 믿지 마. 걔 네 친언니 아냐. 더는 절대 빼앗기고 살면 안 돼. 알겠어?
돌아서서 요양원 건물을 올려다보는 한설의 모습.
S# 2. 병실 안 (회상)
한설은 힘없이 현정의 뒤 침대 모서리에 쓰러지듯 걸쳐 앉는다. 한 손으로 침대 모서리를 의지하듯 잡는다. 창밖의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며 허공에 말하듯 묻는 한설의 목소리.
한설 : 그게 사실이야? 언니도, 아니 한영이도 그 사실 알아?
현정 : 걔는 다 알아. 모든 걸 알아. 알고도...
현정, 말을 하다가 다시 어린애 같은 표정이 된다. 두 눈이 텅 빈 듯,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배를 쓰다듬는다.
현정 : 나 배고픈데, 밥 안 줘요?
S# 3. 건물 앞.
요양원 건물 앞, 요양원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는 한설의 얼굴.
S# 4. 회상
한영이 받아 온 전교 1등 성적표를 보며 활짝 웃는 한국의 얼굴.
“우리 한영이는 누구 닮아서 이렇게 뭐든 잘할까?”
성적표를 손에 들고 한영 뒤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한설을 쳐다보며 한영의 성적표를 보란 듯이 들어 보이는 한구.
“한설아, 언니한테 과외라도 받아. 자매 좋다는 게 뭐야?”
한영이 한국의 품으로 뛰어들어 한국을 꼭 안는다.
“아빠, 사랑해요. 한영이는 제가 도울게요.”
한국도 한영이를 꼭 안아주며 웃는다. 기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한국의 품에 꼭 안겨 있는 한영을 쳐다보는 한설.
S# 5. 건물 앞.
한설, 배신감이 든다.
한설 : (혼잣말) 아빠 왜 그랬어요? 내가 친딸인데, 한영이 보다 나를 향해 더 많이 웃어주고 안아 줬어야지. 친딸인 나보다 왜 한영이한테 더 애틋하게 대해 줬는데? 나를 속여가면셔?
한설, 두 눈이 촉촉해진다.
요양원 건물을 올려다보던 한설은 돌아선다. 막 건물 앞으로 다가와 정차하는 택시.
택시의 조수석 차창이 열린다.
택시 기사 : 콜 부르신 거 맞죠?
한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택시에 올라탄다. 택시가 출발한다.
S# 6. 택시 안.
차창을 쳐다보는 한설, 택시가 요양원 입구를 빠져나가고 있다.
한설 : 아저씨 죄송한데, 용인시 새래로 158-33으로 가 주세요.
택시 기사 : 네.
한설, 창밖을 쳐다보는 복잡하고 어두운 표정.
-- 13화 --------
S# 1. 봉안당.
봉안당 전경, 봉안당 입구로 들어서는 택시 한 대.
봉안당 건물 입구에 정차하는 택시.
S# 2. 봉안당 안.
봉안당 안 복도를 걷는 한설의 두 발.
봉안당 복도에 조용히 울려 퍼지는 한설의 구두 소리.
S# 3. 안치단 앞.
유한국의 영정 사진과 유골함이 들어 있는 안치 액자 앞.
그 앞에 다가와 서는 한설, 유한국의 영정 사진과 유골함을 쳐다본다.
영정 사진 앞, 현정과 한설과 한영 그리고 한국이 나란히 서서 웃고 있는 작은 액자의 가족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한설의 귓가에 한국과 한영, 현정이 말이 멤돈다.
한국 : (E) 자매 좋다는 게 뭐야?
한영 : (E) 언니인 내가 먼저여야 하는 거 아냐?
현정 : (E) 네 친언니 아냐. 더는 절대 빼앗기고 살면 안 돼.
한설, 미치겠어서 돌겠다는 표정으로 픽픽 웃는다.
한설 : 자매? 언니? 그래도 날 걱정해 주는 건 엄마뿐이네. 더는 뺏기지 않을 거야. 이젠 내가 뺏을 거야.
한설, 한국의 영정 사진을 노려 보고 서 있다가 홱 돌아선다.
현정과 한설과 한영 그리고 한국이 나란히 서서 웃고 있는 작은 액자의 가족사진, 멀어져 가는 한설의 뒷모습.
S# 4. 타운하우스 단지.
타운하우스 단지 전경.
타운하우스 안으로 터덜터덜 걸어 들어오는 한설의 모습이 저만치 보인다.
S# 5. 부엌.
배달 음식을 풀어서 식탁 위에 놓고 있는 한영, 거실 벽 시계를 힐끔한다.
핸드폰으로 한설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 신호음만 길게 울렸다가 음성으로 넘어가고 받지 않는다. 순간 얼굴을 찡그리는 한영.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배달 음식은 식탁 위에 세팅한다.
한영 : (혼잣말) 얘가 정신이 나간 거야? 전화는 왜 안 받아?
아이들 방에서 잠옷을 입은 영운과 유리가 뛰어나와 식탁 의자에 앉는다. 영운과 유리는 서로 장난을 치며 웃는다.
영진도 아이들 방에서 나오며 거실의 벽시계를 확인한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식탁 의자에 앉는다.
영진 : 처제가 웬일이지? 설마 진짜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지?
한영 : 무서운 소리 하지 마. (영운과 유리를 쳐다보며 단호) 이제 그만, 밥 먹자.
영운과 유리는 한영의 눈치를 보는가 싶더니 조용히 밥을 먹기 시작한다.
한영도 영진 옆 식탁 의자에 앉는다.
대문 자물쇠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띡 띡 하고 들린다. 이어 대문 여닫는 소리가 들린다.
-- 14화 --------
S# 1. 현관.
대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한설, 조금 피곤한 듯 구두를 아무렇게나 던지듯 벗는다. 거실로 가는 한설.
S# 2. 부엌.
거실로 들어오는 한설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영진, 한영은 한설을 쳐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영진의 한숨 소리가 거슬리지만 애써 티 내지 않는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영, 한설에게 다가가 한설의 아래 위를 살핀다.
한영 : 어떻게 된 거야? 전화도 안받고?
한설, 한영을 쳐다본다. 한영을 쳐다보는 표정에 미안함이나 따스함이 전혀 없다.
한영, 한설의 표정이 이상하다 싶다.
영진 : 사고라도 난 줄 알고 걱정했어. 밥은 먹었어? 우리 지금 막 먹으려던 참인데 처제도 앉아.
애써 미소 지으며 영진을 쳐다보는 한설.
한설 : 아니에요. 형부. 좀 자고 싶어요. 너무 피곤해서 그냥 좀 자고 싶어요.
한설, 방으로 들어가려 한다. 방문 손잡이를 잡고 방문을 열려다 한영을 돌아본다.
한설 : 내일 아침밥이랑 애들 등원은 언니가 좀 해줘. 나 일찍 못 일어날 거 같아서.
한설, 방문을 열고 들어가 바로 방문을 닫는다. 안에서 방문 잠그는 소리가 들린다.
한영, ‘저 태도는 뭐지?’ 싶은 얼굴로 한설을 쳐다본다. 영진이 의자에서 일어나 드레스 룸으로 들어가더니 재킷을 걸치고 나온다.
영진 : 무슨 일 있었던 거 맞지? 저런 처제 모습 처음 보네. 요양원에서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냐? 전화해 볼까?
한영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려는 영진의 손을 손짓으로 제지한다.
한영 : 내가 아까 전화해 봤어. 별일 없었대.
재킷을 챙겨 입고 나온 영진의 옷차림을 쳐다보며,
한영 : 어디 가게?
영진 : 처제 얼굴빛이 안 좋잖아. 피곤하다며 내일 아침도 당신한테 부탁을 다 하고. 약국 가서 약이라도 사다 줘야지.
한영, 짜증이 나려 하지만 애써 티 내지 않는다.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 한 손으로 이마를 만지작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한영 : 고마워.
영진 : 다녀올게.
영진이 현관으로 가 대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린다. 한영은 식탁 의자에 털석 앉는다.
수저를 들었지만, 입맛이 떨어진 듯하다. 수저를 내려놓고 닫힌 한설의 방문을 쳐다본다.
요양원 직원 : (E) 어머님이 갑자기 정신이 말짱해지셔서 둘째 따님을 찾으시더라고요. 둘째 따님이 급하게 오셔서 어머님 뵙고 30분 있다가 가셨어요. 별일은 없었는데, 어머님 만나고 가시는 둘째 따님 얼굴빛이 조금 안 좋긴 했던 거 같네요.
한영, 느낌이 안 좋다.
한영 : (속엣말) 도대체 무슨 얘길 했길래?
한영,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 냉소적인 썩소를 짓는다.
한영 : (속엣말) 설마. 이제 와 진실이라도 밝힌 거야? 내가 네 친언니가 아니라는 사실이라도 알게 된 거야?
한영의 얼굴, 냉소적 썩소.
-- 15화 --------
S# 1. 약국 앞.
약국 안에서 결제하고 약 봉투를 들고나오는 영진의 모습.
S# 2. 거리.
걸어가고 있는 영진, 거실로 들어와 아무 온기 없는 표정에 피곤해 보이던 한설의 얼굴이 떠오른다.
영진 : (속엣말) 처제한테서 그런 얼굴은 처음인데.
영진, 고개를 갸웃거리다 핸드폰을 꺼내 들고 사진첩에서 사진을 찾는다.
한설이 20대 중반에 성규와 찍은 사진이다.
한설 : (E) 유리 아빠에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사진이에요.
영진, 멈춰 서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영진 : 어, 잘 지내지? 그래. 사무실로 한 번 찾아 갈게. (머못거리다) 다름이 아니라 부탁이 있는데, 사람 하나만 찾아 줄 수 있어. 응. 고맙다. 이름은 박성규, 경희대 졸업생. 응, 응. 그래. 사진은 내가 바로 보내줄게. 고맙다.
영진은 전화를 끊고, 다시 걷는다.
S# 3. 타운하우스 단지.
타운하우스 단지 전경.
S# 4. 부엌.
거실에서 TV를 켜 놓고 바닥에서 블록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유리와 영운.
식탁 위에 유리와 영운이 먹은 배달 그릇만 싱크대 설거지 통에서 물로 헹궈서 다용 도실로 들고 들어 간다. 잠시 후, 다용도실에서 나오는 한영. 영진이 먹으려다 말고 놔두고 간 배달 음식을 잠시 내려다본다.
대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영진이 약봉지를 들고 거실로 들어온다.
영진, 한설의 방문 앞에 가 노크한다. 아무 반응이 없다. 영진은 약봉지를 방문 손잡이에 걸어 놓는다. 방문에 대고 안에 들리게 말한다.
영진 ; 처제, 약 사왔으니까 챙겨 먹어.
영진, 닫힌 한설의 방문을 한 번 쳐다보고는 식탁 앞으로 가 의자에 앉는다. 한영도 식탁 의자에 앉는다.
한영 : 고마워.
영진 : 뭐, 당신 동생이면 내 동생이기도 한데.
수저를 들고 한 술 뜨며 거실에서 놀고 있는 유리와 영운을 쳐다보고 미소 짓는다.
영진, 식탁 위 한영의 자리에 그대로 있는 배달 음식을 본다.
영진 : 당신은 안 먹어?
한영,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영진을 쳐다본다. 한설의 닫힌 방문을 고개짓으로 가리키며 작은 한숨.
한영 : 당신 말대로 한설이 저러는 거 처음 봐서 도대체 무슨 일인가 걱정도 되고, 갑자기 입맛이 없네.
영진, 먹으면서 닫힌 한설의 방문을 쳐다보고 영운과 놀고 있는 유리도 한 번 쳐다본다.
영진 : 당신 혹시 (유리의 눈치를 살피며 유리 안들리게 조심스럽게 한영의 얼굴을 쳐다보며) 유리 아빠 소식 알아?
영진의 말에 순간 표정이 굳는 한영의 얼굴.
-- 16화 --------
S# 1. 부엌.
순간 얼굴이 굳었다가 금새 고개를 저으며 팔짱을 끼고 식탁 의자에 등을 바짝 기대는 한영. 영진을 쳐다보며
한영 : 갑자기 왜?
영진 : (덤덤하게 먹으며, 유리를 쳐다본다) 한 번은 처제랑 만나봐야 하지 않나 싶어서. (유리 안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한영을 쳐다보며) 어쨌든 애 아빠니까.
한영 : (애써 무심한 듯 시크하게) 한설이가 만나고 싶지 않아 할 걸?
영진, 아니란 듯 고개를 젓는다.
영진 : 내 느낌은 아냐. 그래도 한 번은 만나서 확인하고 싶을 거 같긴 해.
한영 : 한설이가 그래?
영진, ‘흠’하는 표정으로 유리를 쳐다보며
영진 : 대놓고 그렇다고 하진 않았는데, 나는 아무래도 한 번은 만나보는 게 좋지 않나 싶어.
한영은 거실에서 놀고 있는 유리를 힐끔 돌아 보더니 일어난다. 싱크대에서 와인 잔을 하나 꺼내고, 와인 냉장고에서 와인 한 병을 꺼내 다시 식탁 의자에 앉는다.
한영은 잔에 와인을 따라 한 모금 마신다.
한영 : 글쎄, 이제 와 만난다고 뭐가 달라질까? 나는 안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다시 와인 한 모금을 길게 들이마신다) 그리고 소식 아는 사람도 없는 거 같고. 뭐, 결혼해 해외로 나갔다는 얘기도 있고. (한 손으로 다시 턱을 괴고 앉아 영진을 쳐다본다) 굳이 들쑤실 필요 있을까?
영진, ‘흠’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건성으로 끄덕인다.
영진 : 그냥, 오늘 처제 모습 보니까 문득 생각해 본 거야.
영진, 바람 새듯 피식 웃는다.
영진 : (혼잣말처럼) 처제도 외로울 거 같아서. 아직 젊고 예쁜데, 연애도 못하고, 집안일이랑 애를 케어에만 매달려서. 당신이랑 나 때문인 거 같아서.
한영 : 그럼 소개팅을 시켜봐 줄까?
영진, 피식.
영진 : 어디 좋은 사람 있어?
한영 : 찾아봐야지, 좋은 사람으로.
피식 웃으며 와인을 들이마신다.
영진,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영진 : 그래.
한영 : 내가 찾아볼게.
영진, 먹으며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한영, 빈 잔에 다시 와인을 따른다. 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며 한설의 닫히 방문을 한 번 힐끔하고, 영진을 곁눈질로 힐끔한다.
영진의 말이 괜히 신경 쓰인다.
S# 2. 타운하우스 안.
불이 다 꺼진 타운하우스 안.
S# 3. 영운의 방안.
불 꺼진 방안, 참대 위 곤히 잠들어 있는 영운의 모습.
S# 4. 유리의 방안.
불 꺼진 방안, 참대 위 곤히 잠들어 있는 유리의 모습.
S# 5. 안방 안.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영진의 모습, 옆 자리가 비어 있다.
S# 6. 테라스.
잠옷 위에 가운을 걸치고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담배를 피고 있다.
영진 : (E) 유리 아빠 소식 알아?
영진 : (E) 한 번은 만나서 확인하고 싶을 거 같긴 해.
한영, 어둡게 굳은 얼굴이다.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담배 연기 뒤로 생각에 잠기 한영의 표정.
-- 17화 --------
S# 1. 테라스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담배 연기 뒤로 생각에 잠기 한영의 표정.
S# 2. 카페 안 (회상)
손님이 거의 없는 카페 안 전경.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한영, 한 손에 아포카토 유리잔을 들고 수저로 커피에 젖은 아이스크림을 떠먹고 있다. 맞은편 빈자리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놓여 있다.
모자를 눌러쓰고, 주변 눈치를 슬쩍 살피며 한영 맞은 편 자리로 와 털썩 앉는 성규.
성규 : 오, 내 커피까지 챙겨 놓은 거야?
한영, 성규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아포카토 잔을 잠시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한영 : 닥치고 마시기나 해.
성규, 피식 웃더니 잔을 들고 쭉 들이킨다. 시원하다.
한영, 백에서 묵직한 돈 봉투를 꺼내 성규 앞에 던진다.
한영 : 결혼이라도 하려 했어? 임신을 시키게?
성규 : 재수 없게 그렇게 된 거겠지. 결혼? 내가 걔랑 결혼을 왜 하냐?
성규, 한영이 던진 돈 봉투를 집어 들고 안에 돈을 확인하며 만족하는 표정이다.
한영, 다시 한 손으로 아포카토 잔을 집어 들고 수저로 아이스크림을 커피에 푹 적셔 떠 먹는다.
한영 : 다신 나타나지 마. 내 앞에도, 한설이 앞에도.
성규 : 당근. 나도 바라는바.
성규는 돈 봉투를 상의 안 주머니에 챙겨 넣더니 일어나 가 버린다.
S# 3. 테라스.
생각에 잠기 한영의 표정, 담배 연기를 천천해 내뿜는다.
담배를 바닥에 던지는 한영, 슬리퍼로 짓이겨 버리는 한영의 발.
S# 4. 한설의 방안.
불 꺼진 방 안.
창가 앞에 서서 손가락으로 블라인드를 조심스레 살짝 들추고 테라스를 내다 보는 한설의 두 눈.
테라스 의자에 앉아 슬리퍼로 바닥에 던져진 담배 꽁초를 짓이니는 한영이 모습.
하늘을 올려다보며 앉아 있는가 싶더니 잠시 후, 몸을 일으키는 한영.
한설, 블라인드는 살짝 들춘 손을 얼른 내린다. 블라인드 앞에 서 있는 한설의 모습.
S# 5. 타운하우스 안.
불이 꺼진 타운하우스 안.
테라스 샷시 창을 조용히 열고 거실로 들어와 안방으로 들어가는 한영의 모습.
시간이 흐른 느낌, 날이 밝아 샷시 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타운하우스 안.
잠시 후, 유치원 가방을 둘러메고 있는 유리와 영운.
드레스룸에서 나오는 영진, 부엌에서 식탁을 치우고 있는 한영을 쳐다보며 웃어 보인다.
영진 : 다녀올게.
한영, 웃으며 쳐다본다.
영진, 유리와 영운을 챙겨 현관으로 간다. 현관에서 신발 챙겨 신는 듯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대문 여닫는 소리가 들린다.
한영, 설거지 통 안에 있는 설거지들을 내려다본다. 짜증이 나려 한다.
한영, 앞치마를 벗어 식탁 의자에 던지듯 내려놓는다.
닫힌 한설의 방문을 쳐다본다.
-- 18화 --------
S# 1. 한설의 방문 앞.
닫힌 한설의 방문 앞에 서 있는 한영, 약봉지가 걸려 있는 방문 손잡이를 잡고 움직여 본다. 잠겨 있다.
한영은 노크를 한다. 아무 반응이 없다.
한영은 다시 한번 노크한다. 아무 반응이 없다.
거실 쪽에서 한영의 핸드폰 벨 소리가 들린다. 한영은 닫힌 한설의 방문을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돌아선다.
S# 2. 거실.
거실 탁자에 놓인, 벨이 울리고 있는 핸드폰을 집어 드는 한영의 손.
전화를 받는 한영.
한영 : 응, 브런치라도 잡힌 거야? 우리 영운이? 그럼 당연하지. 알았어. 그리로 갈게.
한영, 전화를 끊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세련되게 명품으로 빼 입고 나온 한영.
백 안에 핸드폰을 챙겨 놓고 현관으로 걸어가다가 돌아서서 닫힌 한설의 방문을 힐끔 쳐다보고는 현관으로 간다. 잠시 후, 대문 여닫는 소리 들리고 조용해진 타운하우스 안.
S# 3. 한설의 방안.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한설의 모습.
시간이 조금 흐른 느낌, 한설이 깬다. 한설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방을 나가는 한설, 방문을 활짝 여는데 방문 손잡이에 걸려 있는 약봉지가 보인다. 한설은 방문 손잡이에 걸려 있는 약봉지를 만지막거린다.
영진 : (E) 처제, 약 사왔으니까 챙겨 먹어.
한설의 얼굴.
S# 4. 진료실 안.
진료실 문이 열리고, 수술 모자와 마스크를 벗어 쓰레기통에 넣으며 들어오는 영진.
책상 앞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확인하며 타자 치는데 책상 위 핸드폰이 진동음을 울린다. 영진, 핸드폰을 확인한다. 한설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다.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영진, 방문 손잡이에 걸려 있는 약봉지 사진과 ‘고마워요, 형부’라고 와 있다.
영진, 답장을 하려는데 전화가 걸려 온다. 영진, 발신자를 보더니 얼른 받는다.
영진 : 어, 그래. 진짜? 빨리 찾았네? 고맙다. 그래, 보내줘.
영진, 전화를 끊는다. 바로 울리는 문자 메시지 알림 진동.
영진,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다. 박성규의 연락처와 주소 등이 구체적으로 찍혀 있다.
-- 19화 --------
S# 1. 드레스 룸.
천천히 걸어가며 한영의 옷을 한 손으로 부드럽게 쓸고 있는 한설.
거울 앞에 서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훑어보는 한설.
한설은 한영의 화장대를 돌아본다. 화장대 앞으로 가 한영의 립스틱을 집어 들고 거울 앞으로 간다. 한영의 립스팁을 입술에 바르는 한설, 립스틱 바른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 거울을 쳐다본다.
한설은 립스틱을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한영의 옷들을 하나하나 살핀다.
한설은 한영의 옷을 꺼내 입는다. 스타킹을 신는 한설의 다리와 손.
긴 머리카락들을 끌어 올려 집게 핀을 꽂는 한설의 손과 목선, 원피스 자크를 잠그는 손. 화장대 앞에서 심플한 목걸이와 귀걸이를 하는 한설의 손.
가볍게 화장하는 한설의 손과 얼굴선.
잠시 후, 거울 앞에 선 한설의 모습.
한설 : 이런 모습이었구나. 내가 빼앗기고 살았던 내 모습이.
한설은 잠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서 있다.
현정 : (E) 더는 절대 빼앗기고 살면 안 돼.
한설 : 그럴 거야, 엄마. 이젠 내가 뺏으려고.
거울에 비친 한설의 얼굴.
S# 2. 타운하우스 안.
드레스 룸을 나와 집안의 주인인 양 온 집안을 둘러 보고 다닌다.
싱크대로 와 캡슐 커피를 내린다.
머그컵을 들고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식탁 앞에 서서 식탁을 한 손으로 쓰다듬어 보는 한설의 모습.
거실에 걸린 한영과 진영의 웨딩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한설.
즐거운 상상을 하는 얼굴이다.
s# 3. 인서트.
거실 벽 큰 액자 속 사진, 영진과 한설과 영운과 유리가 한 가족으로 서로 다정하게 웃으며 담겨 있다.
S# 4. 타운하우스 안.
한영과 진영의 웨딩 사진을 쳐다보는 한설의 얼굴.
커피를 마시며 두 눈을 차갑게 빛내는 한설.
시간이 흐른 느낌.
싱크대 앞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한설이 뒷모습, 현관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고 한영이 거실로 걸어 들어온다.
한영은 재킷을 식탁 의자에 내려놓고 한설을 쳐다본다.
한영 : 어떻게 된 거야? 설명 좀 해 주지?
한설, 돌아본다. 활짝 웃고 있다.
한설 : 왔어?
-- 20화 --------
S# 1. 부엌.
식탁 위, 잘 차려진 저녁 식사.
영운과 유리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부엌으로 뛰어와 식탁 의자에 앉는다.
애들 방에서 나와 식탁 앞으로 오는 한영, 한 손으로 식탁 끝을 잡는다.
한영,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으며 식탁을 차리고 있는 한설을 지그시 쳐다본다.
욕실에서 나오며 식탁 의자에 앉는 영진, 식탁 위 찬들을 보고 미소가 절로 나온다.
영진 : 처제, 진짜 괜찮은 거야?
한설, 마지막 밥을 퍼서 식탁 의자에 앉는다. 웃으며,
한설 : 네. 괜찮아요. 그냥 (잠시 말 멈추고 입술 다물고 있다가) 갑자기 몸살이 심하게 와서.
영진 : 당신은 안 먹어?
한영은 애써 걱정스런 표정으로 영진 옆에 앉으며,
한영 : 병원에 가 보지.
한설, 한영을 쳐다보지 않는다. 영운과 유리의 밥을 챙겨 주며 자신의 밥을 천천히 챙겨 먹고 있는 거라는 듯, 일부러 쳐다보지 않는다.
한영은 관심 없다는 듯 밥을 먹으면서도, 영진 모르게 일부러 힐끔힐끔 쳐다보며 의구심의 눈빛이다.
한영 : (무심한 듯) 뱅쇼 댑히려는데 테라스에서 같이 한 잔 할래?
영진이 좋은 생각이라는 듯 한영과 한설을 번갈아 쳐다본다.
영진 : 뱅쇼 좋은데. (그러면서도 은근 걱정스러운 듯) 처제 쉬고 싶은데 괜히 귀찮게 하는 건가?
한설,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유리와 영운의 밥 먹는 걸 챙겨 주고 있다.
영진은 한설에게 할 말이 있는 듯한데 한영의 눈치가 보인다.
한영 : (E) 한설이가 만나고 싶지 않아 할 걸?
한영, 한설이 어떻게 하나 보려는 듯한 눈초리로 한설을 살핀다.
한설, 한영과 영진을 쳐다보지는 않고
한설 : 그러지 뭐.
영운과 유리가 밥을 다 먹은 듯하다.
한설 : (영운과 유리에게 세상 다정) 다 먹었어?
영운과 유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한설 : 그럼 우리 치카치카 할까?
영운, 아쉬운 표정이다. 유리가 영운을 쳐다보다 왜 그러는지 알겠다는 듯 웃는다.
유리 : 오빠 유치원에서 만든 쿠키 먹고 싶어?
영운 : 응.
한설, 귀엽다는 듯 웃으며 쳐다본다.
한설 : 유치원에서 쿠키 만들었어?
영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쿠키 상자를 갖고 나온다. 식탁 의자에 앉아 쿠키 상자를 식탁 위에 보란 듯 떡하니 올려놓는다.
한설 : 열어 봐도 돼?
영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한설은 쿠키 상자를 연다. 손바닥의 2분이1 크기 만한, 사람 모양의 쿠키가 4개 들어 있다.
한설 : 맛이겠다. 모양도 너무 예쁘고.
영진도 궁금해 엉덩이를 살짝 들고 쿠키 상자 쪽으로 몸을 쭉 빼 들여다본다. 하나 집어 보려 하는데 영운이 쿠키 상자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긴다.
영운 : (유리에게 내밀며) 이건 유리 꺼 (한설에게 내밀며) 이건 이모 꺼 (영진에게 팔을 쭉 뻗어 내밀며) 이건 아빠 꺼
다들 받아 들고 미소 짓는다. 유리는 이미 포장 봉지를 뜯고 있다.
그런데 영운이 한영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린다. 한영도 영운을 쳐다본다.
영운 : 어, 이상하다. 왜 엄마께 없지?
영운은 한영의 눈을 피하고 쿠키 상자만 내려다본다. 쿠키 상자만 만지작거린다.
-- 21화 --------
S# 1. 부엌
쿠키 상자만 만지작거리며 난처한 듯 한영을 쳐다보지 않고 있는 영운의 모습.
영진은 일부러 소리내 웃으며 한영의 눈치를 살피며 영운을 쳐다본다. 한설은 말없이 영진의 머리를 괜찮다는 듯 쓰다듬어 준다.
한영은 왠지 기분이 나쁘지만, 애써 미소.
한영 : 엄마 거는 잊어 버린 거야? 우리 아들이 엄마 쿠키를 안 만들었을 리는 없을텐데 그지?
유리 : (혼잣말) 안 만들었는데.
유리가 혼잣말로 하는 말이 모두에게 들린다. 순간 살짝 비틀어지는 한영의 입술, 유리를 쳐다보는데,
영진은 얼른 일어나 다 거의 다 먹은 밥그릇과 수저를 설거지통에 집어넣으며 일부러 유쾌하게
영진 : 오늘 설거지는 내가 할게. (한영의 뒤통수를 쳐다보며) 당신 뱅쇼 끓인다며? 꺼내 놓을까? 이번엔 어디서 샀어?
한설, 영운과 유리에게 조용히 속삭이더니 애들을 데리고 애들 방으로 들어간다. 한영은 한설이 영운과 유리를 데리고 들어간 영운의 방은 쳐다본다.
영진, 냉장고를 열어 보니다.
영진 : 여기 있네. 내가 뎁힐게.
한영 : 솔직히 나는 와인이 더 땡기는데.
한영, 일어나 와인 냉장고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서 있더니 도수가 높은 와인 한 병과 와인잔 한 개를 챙겨 테라스로 나가며
한영 : 설이한테 안주 좀 챙기라고 해.
영진, 테라스로 나가는 한영을 건성으로 힐끔한다. 한설이 애들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온다.
뱅쇼를 냄비에 넣고 있는 영진을 보고, 조용히 식탁 위를 치운다. 영진, 냄비 뚜껑을 덮고 뱅쇼를 가스 불 위에 올려놓고 냉장고 안을 살피는데,
한설 ; 뭐 찾으세요?
영진 : 안주 좀 챙겨 오라고해서.
한설 : 두세요. 제가 할게요.
한설은 냉장고 앞으로 간다. 영진은 뻘쭘한 듯 옆으로 물러난다. 한설은 능숙하게 치주와 과일을 챙기고, 서싱크대 서랍장에서 크래커를 챙긴다.
영진, 한설이 하는 양을 쳐다본다.
S# 2. 인서트.
- 한영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밥상을 차리는 모습.
한영이 집안 일을 깔끔하게 해 내는 모습.
한영이 놀이터에서 영운과 놀아 주고 있는데, 퇴근하고 돌아와 놀이터에서 한영과 영운과 반갑게 마주치는 영진.
S# 3. 부엌.
바랬던 상상에 미소 짓고 있다가, 고개를 슬쩍 절레절레 하는 영진.
샷시 통창 밖으로 보이는, 테라스 탁자 앞에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는 한영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식탁 위를 다 치우고 식탁 위에 안주를 만들고 있는 한설.
영진, 한설의 모습을 쳐다보며 머뭇거린다
영진 ; 처제, 저기 있잖아. (잠시 머뭇) 유리 아빠, 한 번은 만나고 싶은 생각은 있어?
한설 : (안주를 세팅하며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한 번은 만나서 물어 보고 싶은 건 있죠?
영진 : 그래? (안도의 미소) 그러면 한 번 만나 볼래? 내가 주소랑 연락처 알아 냈거든.
한설, 손을 멈추고 돌아서 영진을 쳐다본다.
-- 22화 --------
S# 1. 부엌.
영진을 쳐다보는 한설의 표정, 뜻밖이다.
한설 : 형부가 그 사람 연락처랑 주소를요?
영진,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는 데 뱅쇼가 끓고 있다는 냄비의 삐삑 소리가 울린다. 영진은 가스 불을 끈다.
영진 : 처제도 아직 젊고 예쁘잖아. 유리한테 좋은 아빠가 생기면 처제한테도 좋을 거 같은데, 그렇다고 유리 친아빠가 꼭 답일까 싶기도 하고. 답은 처제가 직접 찾아야 하니까. 한 번 만나서 얘기 나눠 보면 처제도 앞으로 유리와 살아가는데 있어 계획이나 답을 찾는데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한설, 생각에 잠긴다.
샷시 통창이 열린다. 한영이 와인잔을 들고 서서
한영 : 안주는 도대체 언제 돼? (와인 잔을 흔들어 보이며) 뱅쇼는? 같이 마시기로 한 거 아니었어?
영진 : 어, 어. 뱅쇼 다 끓어서 이제 가지고 나가려고.
한영은 빨리 오라는 듯 와인잔을 공중에 들고 흔들어 보이고는 샷시 창을 닫지 않고, 테라스 테이블 앞으로 가 앉는다.
영진은 테라스에 앉아 있는 한영의 눈치를 살피며 와인셀러에 뱅쇼를 따르고, 와인 잔 두 개를 챙겨 든다.
영진은 한설에게 가까이 조심스레 속삭이듯 말한다.
영진 : 언니한테는 말하지 마. 처제는 유리 아빠 만나는 거 별로 달가워하지 않더라고. 처제가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면서. 생각해 보고 얘기해줘. 처제가 결정할 일이니까.
영진은 테라스로 가려한다.
한설, 안주 세팅을 마무리하며 조용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한설 : 만날게요.
안주 세팅한 그릇을 손에 챙겨 들고, 영진을 쳐다보며
한설 : 한 번은 만나보고 싶었어요.
영진, 미소.
영진 : 알았어. 내가 약속 잡을게.
영진은 먼저 테라스로 나간다. 한설도 곧바로 따라 나간다.
S# 2. 테라스
테라스 테이블 앞에 마주 앉은 영진과 한영, 그리고 한설.
한영은 이미 와인 한 병을 혼자 다 비우고 부엌으로 와인 한 병을 더 가지러 간다.
한설은 투명 와인 잔에 담긴 따스한 뱅쇼의 열기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다. 한 모금, 한 모금 천천히 마시며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와인 병을 새로 가져온 한영은 털썩 앉아서 또다시 와인을 따라 마신다. 영진이 한영을 쳐다본다.
영진 :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냐?
한영, 피식 웃는다. 취해가는 중이다. 한영은 한설 쪽으로 의자를 조금 당겨 앉는다.
한영 : 엄마 정신 돌아오셨었다며. 아주 잠시. 왜 그 얘기 안 했어? 너만 급하게 찾으셨다며?
한설은 한영을 의식하려 하지 않으며 천천히 뱅쇼를 마신다. 대답하지 않는다.
한영은 한설의 반응과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영 : 비밀 얘기라도 해 주셨나 봐?
한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한설 : 응, 그러게. 난 여태 그것도 모르고.
한설, 한영을 쳐다본다. 한영도 한설을 쳐다본다. 한영을 쳐다보는 한설의 표정이 싸늘하다.
서로를 쳐다보는 한설의 표정과 한영의 표정.
S# 3. 전경.
한영과 한설, 영진이 앉아 있는 테라스 전경.
밤이 내려앉은 타운하우스 전경. 밤하늘.
-- 23화 --------
S# 1. 단지 입구 앞.
스쿨버스가 멀어져 가는 걸 보고 나서야 돌아서 단지 입구로 걸어 들어가는 한설.
한설 옆으로 지나가려다 깜빡이를 켜고 정차하는 영진의 차, 멈춰 서는 한설.
운전석 차창이 열리고 영진이 한설을 웃으며 쳐다본다.
영진 : 처제가 너무 엄마 이상으로 케어 잘해줘서 우리 영운이가 이모를 너무 좋아하는 거 같아. 고마워.
한설, 말없이 웃어 보인다.
영진, 혹시 싶은 눈치로 고개를 살짝 내밀고 주변을 살피더니 비밀스럽게
영진 : 점심시간에 통화해 볼게, 약속 잡히는 대로 알려줄게. (잠시 머뭇) 혹시 처제 혼자 만나기 그러면 내가 같이 나가 줄게.
한설, 표정이 굳어지며 고개를 끄덕인다.
영진, 좀 걱정스런 얼굴로 한설을 쳐다보더니 차창을 닫는다. 영진의 차가 서서리 멀어져 간다.
한설은 잠시 서서 타운하우스 동 건물을 올려다본다. 뭔가 다짐한 듯한 표정이다. 동 건물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한설의 뒤 모습.
S# 2. 안방.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한영의 모습.
두 눈이 꿈틀거리더니 눈을 뜬다.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한 손으로 이마를 만지작거린다. 상체를 일으키는 한영,
S# 3. 인서트
한영을 쳐다보는 한설의 싸늘한 표정.
S# 4, 안방.
한영, 한설의 표정이 떠오르며 기분이 좋지 않다. 머리도 지끈거리고 속도 좀 안 좋은 듯하다.
한영은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간다.
S# 5. 타운하우스 안.
대문이 열리고 한설이 들어 온다. 신발을 벗고 거실로 가려는데 안방에서 한영이 나온다.
한영을 본척만척하며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가는 한설.
식탁 위를 대충 치운다. 식탁 의자에 앉는 한영.
한영 : 밥이랑 국 좀 줘. 어제 너무 많이 마셨나 보네. 속이 별로 안 좋아.
설거지를 시작하며, 한영을 쳐다보지 않고 무심한 듯 툭
한설 : 다 해 놨으니까 떠먹으면 되지.
-- 24화 --------
S# 1. 부엌.
설거지하는 한설의 뒤 모습을 쏘아보는 한영의 표정.
한영 : 항상 네가 떠 줬잖아.
한설 : 항상 그러라는 법은 없겠지. 직접 떠먹어, 나는 설거지 중이잖아.
한영, 한설을 쏘아 본다. 한 손으로 식탁 끝을 꽉 잡는다.
한영 : 엄마가 제정신으로 뭐라 했어?
한설 답이 없다. 설거지만 한다. 한영은 일어나 한설 옆으로 싱크대에 몸을 기대고 서서 팔짱을 낀다. 한설의 옆 모습을 쳐다본다.
한영 : 뭐라 했어? 내가 네 친언니가 아니래?
설거지하던 한설의 손이 멈춰진다. 한설의 반응을 보고 썩소 짓는 한영.
한영 : 뭐가 달라져? 법적으로 어차피 너나 나나 자매로 묶인 사인데?
한설, 설거지하다 멈춰진 손으로 설거지통 끝을 잡는다. 열굴 표정이 순간 차갑게 굳은 거 같다.
한영 : 너나 나나 부모가 있길 해. 더구나 너는 남편도 없고 집도 없잖아. 나 아니면 네가 어딜 가게? 그러니까 여태 그랬던 대로 이 언니 말 잘 듣고 이 언니 옆에 잘...
한설, 손에 껴 있는 주방 세제 묻은 고무장갑으로 한영의 멱살을 움켜잡는다. 한영을 쳐다보는 한설의 표정이 싸늘하다.
한설 : 언니 옆에 잘? 여태 너한테 다 뺏기고 살았듯 그냥 그렇게 살으라고? 나보고?
한영, 한설의 고무장갑 낀 두 손을 뿌리치려 하며 앙칼지게,
한영 : 뭐 하는 거야 지금? 옷에 다 묻잖아.
한설 : 지금 이따위 거 옷에 묻는 게 더 신경 쓰여? 언니면 언니답게 했어야지. 너는 언니가 아니라 너밖에 모르는...
한설은 말하다가 이를 꽉 깨문다.
한설 : 이제 너한테 무조건 다 양보하고 시녀처럼 네 말에 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한설은 한영의 멱살을 잡은 손을 홱 놓는다. 한영을 쏘아 보더니 다시 설거지한다.
한영은 한설을 쳐다보다가 피식 웃더니, 식탁으로 다각 밥그릇을 들고 밥통으로 가 밥을 푼다. 밥 푼 그릇을 식탁 위에 내려놓고, 국그릇을 들고 한설 보란 듯 천천히 가스 불 위로 가 냄비 뚜껑을 연다.
한영 : 해장하라고 콩나물국 시원하게 끓여 놨네. 와인 마신 건 나밖에 없는데.
한영, 어쩔 수 없단 듯 피식 웃는다.
한영, 식탁에 앉아 밥과 국을 떠 먹으며 들으란 듯
한영 : 사람 안 변해. 네가 내 옆에서 그렇게 살다가 갑자기? 갈 곳은 있고?
한설, 설거지하던 손을 멈추고 잠시 조용히 서 있더니 고무장갑을 벗는다. 홱 돌아서서 한영의 옆을 쎄하게 지나가더니 욕실로 들어가 손을 씻고 나와 드레스 룸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드레스 룸에서 나오는 한설. 한영 한설을 쳐다보는데.
한설이 옷을 틀어 말아 집게 핀 꽂고 애교머리를 한 가닥 내렸다. 한영의 옷으로 한껏 빼 입고 간단히 화장도 했다. 심플하고 세련된 한영의 귀걸이와 팔찌도 걸치고, 한영이 미니 백도 손에 들었다.
-- 25화 --------
S# 1. 타운하우스 안.
밥 먹던 수저를 내려놓는 한영. 한설의 쳐다보는 한영의 두 눈빛에 가소로움이 가득하다.
드레스 룸 문 앞에 서 있는 한영을 빤히 쳐다본다.
한영 : 뭐 하는 거지, 지금?
한설 : 나도 네 것 좀 다 해 볼 수 있지 않아? 네 말대로 법적으로 자매인 것까지 바룻 수 있냐며?
한영,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점점 더 큰 소리로 웃는다.
한영 : 그런다고 네가 나처럼 돼? 네가?
한설, 현관 쪽으로 보란 듯이 걸어간다. 구두를 챙겨 신는 소리가 들린다.
한영, 입술이 살짝 비틀어지며 표정이 순간 일그러진다.
한영 : 당분간 봐 줄 테니까 어디 맘껏 해봐. 너도 다시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할 테니.
거세게 대문 여닫는 소리가 들린다.
S# 2. 부엌.
식탁에 혼자 남은 한영이 앉아 있는 부엌 전경.
한영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가만히 앉아 있다가 천천히 밥을 먹는다.
S3. 타운하우스 단지.
동 건물 현관에서 나오는 한설.
조금 걸어 나가다가 돌아서서 동 건물을 올려다본다.
다시 돌아서서 자신의 옷차림을 훑어본다. 두 손을 재킷 주머니에 집어넣고 단지 입구를 쳐다본다.
한설 : (혼잣말) 어디 가지?
핸드폰 알람 소리가 울린다. 핸드폰을 꺼내 톡을 확인한다. 한영이다.
‘나처럼 해 보고 싶으면 여기 가봐. 그러고 나가 본 적 없어서 어디 갈 곳이나 알아?’
브런치 카페 연락처와 지도가 캡쳐 떠진 사진을 전송해 놓은 한영이다.
한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서 있다가 타운하우스 단지 입구 쪽으로 걸어간다.
S# 4. 부엌.
핸드폰으로 한설에게 보낸 톡을 읽었는지 확인하는 한영.
한영 : 나처럼 해 보고 싶다니까 당분간만 허락해 줄게.
한영, 피식 웃더니 핸드폰을 내려 놓고 식탁 위를 쳐다본다. 귀찮다는 표정이다.
한영은 작은 한숨을 쉬며 일어나 식탁을 치우기 시작한다.
잠시 후, 설거지를 하는 한영의 뒤 모습.
S# 5. 길거리 일각.
단풍이 수북히 깔린 길 윌르 걸어가는 한설의 모습.
-- 26화 --------
S# 1. 브런치 카페.
단독 건물 1층으로 돼 있는, 마당이 있는 브런치 카페 전경.
S# 2. 브런치 카페 안.
두세 자리 빼고는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손님으로 차 있는 브런치 카페 안 전경.
창가 앞 4인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한설, 테이블 위에 놓은 브런치 메뉴를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다.
한설 : (속엣말) 내가 애들 케어 하고 집안일할 동안 엄마들이랑 매일 이런 걸 먹었구나.
한설, 지그시 쳐다보고만 있다가 포크를 집어 든다. 한 입 먹어 본다. 맛있다 두 눈이 촉촉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결심하듯 다부져진다.
한설 : (속엣말) 유한영, 이제 네가 누리던가 내가 좀 누릴 계획으로 살아야겠다.
포크를 내려놓고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는 한설, 기분이 좋다.
S# 3. 건물.
병원 간판이 많은 건물 전경.
S# 4. 건물 옥상.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핸드폰에 손에 꽉 쥐고 망설이며 커피를 천천히 마시고 있는 영진의 모습.
영진은 핸드폰을 손에 쥐고 망설이다가 박성규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들리다가 전화 받는 소리, 퉁명스럽게 전화 받는 목소리.
박성규 : (E) 여보세요.
영진 : 박성규씨 핸드폰 맞죠?
박성규 : (E) 그런데, 누구세요?
영진 : 혹시 유한설씨 기억 나실까요? 박성규씨랑 같은 대학 학생이었는대요.
핸드폰 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흐른다. 영진은 귀에 대고 있던 핸드폰을 얼굴 앞에 대고 확인한다. 전화를 끊은 건 아니다.
박성규 : (E) 누구세요? 당신 누구시냐고?
영진 : 저는 유한설씨 형부 되는 사람인데요. 갑작스럽게 죄송하긴 한데 한 번 뵙고 싶어서요.
박성규 : (E) 형부며? (잠시 침묵) 걔, 그 유한영인가? 걔 의사 남편? 맞아요?
의외에 질문에 벙한 영진의 얼굴.
영진 : 아, 네. 절 아시나요?
박성규 : (피식 웃는 소리) 뭐, 그건. 그러니까 날 만나고 싶다고요? 누가? 당신이? 유한설이?
영진 : 처제가, 아니 유한설을 한 번 좀 만나 주실 수 있을까요? 꼭 해야 할 얘기가 있어서요.
-- 27화 --------
S# 1. 유치원.
유치원 앞, 무릎을 구부리고 두 팔을 벌린 채 한설이 입구에 있고 한설을 향해 뛰어오는 영운과 유리.
영운과 유리가 한설 앞에 서서 놀란 눈으로 한설을 빤히 올려다본다.
한설은, 두 팔을 벌린 채 무릎을 구부리고 영운과 유리가 안기길 기다렸다가 왜? 하는 표정으로 일어선다. 두 팔을 접고 영운과 유리를 내려다본다.
유리 : 엄마, 오늘 너무 예쁘다.
영운 : 이모, 눈이 부셔요.
한설, 어? 하는 표정으로 영운과 유리를 쳐다보며 웃는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한설 : 그렇게 예뻐?
영운과 유리가 동시에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한설 : 이제 매일 이렇게 하고 다닐까?
영운과 유리가 서로를 쳐다보며 웃더니 동시에 엄지척을 들어 보인다.
한설 : (웃으며) 이제 안아 줘도 되지?
영운과 유리는 한설에게 달려든다. 한설은 허리를 살짝 구부리고 두 팔로 영운과 유리를 꼭 안아 준다.
저만치 주택 건물 옆에 숨어서 이를 다 지켜보는 한영,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지켜보다 홱 돌아서 가 버린다.
S# 2. 골목 일각.
골목 한 켠에 정차해 놓은 차의 운전석에 타는 한영.
S# 3. 한영의 차안.
시동을 켜고 운전대를 잡은 한영,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히다. 기분이 좋지 않다.
한영 : (혼잣말) 지가 진짜 이 집안 안주인처럼 구네. 미친. 넌 절대 날 못 이겨. 내 위로 못 올라간다고.
엑셀을 확 밝아 조금 거칠게 차를 뺀다.
S# 4. 길거리 일각.
양쪽에 영운과 유리 손을 맞잡고 걸어가고 있는 한설.
S# 5. 피자가게.
피자가게 앞.
통유리로 돼 있는 피자가게 안에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피자를 맛있게 먹고 있는 한설과 영운과 유리. 셋이 다정하게 웃고 있다.
한설은 영운과 유리를 챙기며 피자를 먹고 있다.
S# 6. 피자가게 안.
한설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한설은 옆에 놔둔 미니 백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는다.
영진 : (E) 처제 난데. 박성규씨랑 약속 잡았는데.
한설 : (자신도 모르게 유리를 빤히 쳐다본다) 언젠데요?
영진 : (E) 내일 보자는데 어때?
한설, 잠시 유리를 쳐다보며 입술을 다물고 있다가,
한설 : 시간이랑 장소 찍어놔 주세요.
심정이 복잡하면서도 단호한 한설의 표정.
-- 28화 --------
S# 1. 타운하우스 단지.
밤이다. 타운하우스 단지 전경.
S# 2. 영운의 방안.
불이 꺼져 있고, 침대 위에 곤히 잠들어 있는 영운.
S# 3. 유리의 방 안.
불이 꺼져 있고, 침대 위에 곤히 잠들어 있는 유리.
S# 4. 안방.
불이 꺼져 있고,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영진.
그 옆에 누워 잠들지 못하고 있는 한영의 얼굴.
S# 4. 거실 (회상)
TV가 켜져 있고 거실 소파에 앉아서 보고 있는 한영.
한영은 와인잔을 들고 와인을 마시며 갓잖다는 듯 쳐다보고 시선들 따라,
영운과 유리와 다정하게 들어오는 한설, 손에 피자가 들려 있다. 피자를 식탁 위에 내려 놓는 한설.
영운과 유리는 한영의 눈치를 보더니 한설을 올려다보고 웃는다.
한설 : 이제 유치원 가방 내려 놓고, 씻을까?
영운과 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각자 방으로 들어간다. 한영을 쳐다보는 한설.
한설 : 애들이랑 외식하고 들어오면서 (피자를 가리키며) 한 판 사왔어. 먹으라고.
대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고 거실로 들어오는 영진, 한설을 본다.
영진 : 처제. 처제 맞지?
한설의 미소, 영진은 한설의 위 아래를 훑듯이 쳐다본다.
영진 : 거봐. 우리 처제 이렇게 예쁜데 (가만히 보다가) 그러고보니 이 옷이랑 액세서리들 다.
한영 : 맞아 내거야.
영진, 와인을 마시며 소파에 앉아 있는 한영을 쳐다본다.
한영 : 내가 입으라고 빌려줬어. 제일 맛있는 브런치 카페도 알려주고. 하루 휴가 즐기라고.
영진, 한설을 쳐다보며 미소.
영진 : 잘했네. 처제 그렇게 하고 다녀. 진짜 예쁘다.
S# 5. 안방.
한영의 얼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옆에 누워서 잠들어 있는 영진을 쳐다보고는, 등을 돌려 눕는다.
S# 6. 한설의 방안.
불이 꺼져 있고, 침대 위에 누워 있지만 잠들어 있지 않다.
영진 : (E) 내일 보자는데 어때?
복잡한 심정의 한설의 표정.
S# 7. 캠퍼스 잔디 (회상)
대학 캠퍼스 잔디, 벤치에 앉아 있는 여대생 한설의 모습.
초조하고 긴장되는 모습의 한설, 무릎 위에 올려 놓은 작은 가방의 앞 주머니를 자꾸 내려다본다. 손목 시계를 확인한다.
캠퍼스로 올라오는 길을 쳐다본다. 지나다니는 학생들 중 누군가를 찾는 거 같다. 없나보다. 무릎 위에 올려 놓은 작은 가방의 앞주머니의 자크를 연다. 아기집 초음파 사진을 살짝 꺼냈다 쳐다 보더니 얼른 집어 넣고 자크를 잠근다.
시간이 흐른 느낌,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학생들의 거의 안 보인다. 해가 지고 있는 시간이다.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한설의 모습.
S# 8. 한설의 방안.
생각하기 싫다는 듯 아주 작은 한숨을 쉬고는 두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한설.
-- 29화 --------
S# 1. 타운하우스 안.
빠르게 흘러가는 화면.
- 날이 밝아지고, 제일 먼저 일어나 부엌으로 나와 아침밥을 차리는 한설의 모습.
영운과 유리가 일어나 거실로 나오고 안방에서 나오는 영진,
한설은 식탁에 아침밥을 차리고, 영진은 영운과 유리를 데리고 욕실로 들어간다.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밥을 먹는 영진과 영운과 유리.
아이들을 챙겨 먹이는 한설의 모습.
영운이 가방을 들고 먼저 출근하고, 유치원 가방 맨 영운과 유리를 데리고 나가는 한설.
집에 돌아와 청소기를 돌리고, 잠시 후 다 치워진 식탁 위.
설거지하고 있는 한설의 뒤 모습. 안방에서 나와 한설을 힐끔 쳐다보고는 욕실로 들어가는 한영.
S# 2. 드레스 룸 안.
드레스 룸 안을 찬찬히 보는 한설의 얼굴.
한설 : (속엣말) 오늘은 월 입지?
S# 3. 현관.
영진이 신발을 챙겨 신고 있고, 한설이 유치원 가방 맨 유리와 영운의 손을 잡고 현관으로 나온다.
영진은 유리와 영운을 보고 미소 짓는다.
영진 : 우리 강아지들 오늘도 즐겁게 놀고 와.
영진과 유리는 웃으며 서로를 쳐다보더니 영진을 쳐다보며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영진은 대문을 열고 나가며, 애들 안 들리도록 소리는 거의 안나게 입 모양으로
영진 : 처제 이따가 12시 알지?
한설은 고개를 끄덕인다. 영진도 고개를 끄덕이고 대문을 닫고 나간다.
S# 4. 드레스룸 안.
한설의 표정, 한영이 옷들을 더 신중히 둘러보며 심란하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진다.
한설 : (혼잣말) 초라해 보이지는 말아야지.
한설, 세련되고 심플해 보이는 명품 옷을 골라 꺼낸다.
S# 5. 타운하우스 안.
혼자 식탁에 앉아 김이 나는 커피 잔과 토스트랑 오믈렛이 담긴 접시를 식탁 위에 내려 놓는 한영의 손.
의자에 앉더니 드레스 룸을 힐끔 쳐다보고는, 포크를 집어 한 입 먹는다.
한영 : (혼잣말) 당분간만이야. 당분간만 허락해 하는 거야. 네가 절대 내가 될 수 없으니 잠시 즐겨.
드레스 룸에서 나오는 한설.
애써 관심 없는 듯 무심하게 한설을 힐끔 쳐다보는 한영.
한영 : (속엣말) 뭐야 쟤? 저 옷은 내가 아끼는 옷 중에 하나잖아.
한영, 애써 속이 부글 끓어오를는 걸 참으로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내려 놓는다. 포크로 다시 오믈렛과 토스트를 집으며 비꼬는 말투로
한영 : 마음껏 해 보랬더니, 너 선 넘는다.
한설, 대답하지 않는다. 한영을 쳐다보며 지나서 현관으로 간다. 구두 신는 소리가 들러더니 대문 여닫는 소리.
한설, 포크를 짜증 난다는 듯 집어 던지듯 내려놓는다.
한설 : 저게 진짜.
S# 6. 카페 안.
카페 전경, 한쪽 테이블에 다리를 꼬고 앉아 카페 안을 휘 둘러보는 박성규.
영진 : (E) 유한설씨 형부 되는 사람인데요. 한 번 뵙고 싶어서요.
재밌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박성규.
잠시 후,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유한설과 박영진.
카페 입구 앞에서 카페 안을,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살피는 유한설과 박영진의 모습. 혼자 앉아 있는 남자는 박성규 뿐이다.
혼자 앉아 있는 박성규 쪽으로 다가가는 유산설과 박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