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 납골당의 비밀 '상'

영혼에게 의뢰 받은 주인공을 위한 판타지 활약 복수극

by OH 작가

(저작권을 존중해 주세요. 펌 하시거나 아이템 활용하실 수 없습니다. 이래도 쓰는 사람은 갖다 쓰지만)




학교 정문을 나와 골목을 걸었다.

“보광, 너 어디가? 너희 집 그쪽 아니잖아?”


보광은 돌아보지 않았다. 대답하지도 않았다. 집의 반대편으로 일단, 그냥 걷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집에 들어가봤자 이제 아무도 없다. 보광은 혼자 집에 있어야 한다. 좁은 반지하 바에서 핸드폰과 탭을 손에 쥐고 게임을 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 학원도 수강이 다 끊겼다.

이게 다 유만상, 그 인간 때문이다. 자기밖에 모르는, 생물학적으로 아빠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유만상, 그 인간 때문이다.

보광은 엄마가 자신을 쳐다보며 환하게 웃던 그 웃음이 자꾸 생각난다. 보광을 항상 넘치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보광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하여 뭐든 하려고 했던, 누구보다도 항상 꼭 안아 주며 ‘사랑해’라고 말해 줬던 엄마의 웃는 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





보광은 정류장에서 용인 쪽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찾았다. 정류장 위 쪽에 달아 놓은 전자 모니터에 6분이면 온다고 돼 있다.

보광은 정류장 의자에 앉았다. 책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진동을 소리로 바꿨다. 친구들에게 톡이 많이 와 있었다. 매일 점심시간이면 톡을 남겨 놓던 한 사람에게만 와 있지 않다. 하교하고 ‘응’이라도 답장을 남기면 항상 걸려 오던 전화도 걸려 오지 않는다.

보광은 프로필에 ‘아들바보맘’이라고 돼 있는 톡방을 열었다.

매일 점심시간에 ‘울 아들 점심밥 골고루 잘 챙겨 먹어 사랑해,’, ‘점심밥 든든히 챙겨 먹어, 사랑해.’, ‘학교 급식 편식하지 말고 챙겨 먹어야해. 사랑해.’, ‘학교 급식 잘 챙겨 먹고, 저녁엔 엄마 집밥 맛있게 같이 먹자, 사랑해.’ 등등의 톡을 하루도 빠짐없이 남겼던 엄마의 흔적이 남아 있다.

보광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광의 책가방 앞 작은 보조 주머니에서 진동 소리가 울렸다. 보광은 책가방 보조 주머니에서 진동을 울리고 있는 핸드폰을 꺼냈다. 엄마의 핸드폰이었다.

핸드폰 모니터에는 ‘세상 소중한 내 아들’이라는 발신자가 떠 있다. 그 발신자 명을 내려다 보는 보광의 두눈이 촉촉해진다. 보광은 전화 받기 머튼을 눌렀다.

보광이 손에 들고 귀에 대고 있는 보광의 핸드폰 안에서 울리도있던 신호음이 조용해졌다.


“엄마, 나 학교 끝났어.”


보광은 잠시 말이 없었다. 기다리던 버스가 정차했다. 보광은 한 손에 엄마의 핸드폰을 들고, 한 손엔 귀에 댄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시외버스에 올라탔다.

책가방의 앞부분 아래를 버스 결제기에 갖다 대고, 빈 뒷 자리로 가 앉았다.


“엄마, 나 지금 엄마한테 가.”


보광은 핸드폰 수화기에 대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끊겨서 띠 띠 소리를 내는 엄마의 핸드폰을 잠그고 다시 책가방에 넣었다.





보광은 납골당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른다. 돌아온 길을 돌아 보고 다시 남골당 건물을 본다. 납골당 건물이 오래된 공장 건물 같은 느낌이다. 납골당 마당은 정리가 되다 만 잔디밭 같다.


“구질구질, 구해도 꼭 이런 곳을.”


보광은 작은 한숨을 쉬며, 그래도 나무로 건물 계단 앞까지 매끄럽고 길게 이어 놓은 길 위를 걸어 납골당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보광은 납골당 입구 앞에 서서 납골당 안을 쳐다본다. 온 벽이 대리석으로 돼 있다. 안치단도 바깥에서 본 납골당 건물과는 달리 깔끔하고 은근 고급스러워 보인다.

천장에 걸려 있는 요란하고 엔틱한 큰 조명만이 안 어울려 보일 뿐이다.





보광의 두 눈에 활짝 웃고 있는 엄마의 사진이 가득 담긴다. 이제 그 웃음소리는 들을 수 없어도, 그 웃는 얼굴을 직접 볼 수는 없어도, 이렇게라도 쳐다보며 담는다.


“그냥, 그냥 어디 바다나 산에 뿌리면 되지.”


보광이 두 손에 든 엄마의 유골함을 쳐다보며 아무렇지 않게 내뱉던 유만상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개새끼.”


보광은 참을 수 없었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욕을 내뱉고는 미안한 표정으로 작은 액자 속에 가두어 놓은 엄마의 사진을 쳐다본다.


“알아, 아는데...”


보광은 엄마 사진과 유골함이 고이 모셔져 있는 안치단 아래 두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등은 안치단을 벽 삼아 기댔다.


“알아, 안다고. 욕은 안 할게”


보광은 책가방에서 MP3를 꺼냈다. MP3에 연결된 이어폰 하나를 귀에 꽂았다. 다른 쪽 이어폰은 엄마의 안치단 쪽으로 들어 올렸다.


“엄마가 좋아하던 노래야. 기억하지?”

이어폰을 통해 가요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보광은 두 눈을 감았다.

길게 직사각형으로 된, 납골당 벽과 벽 가운데의 창으로 흐려지는 하늘이 내다보인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보광이 엄마의 안치단 쪽으로 들고 있던 이어폰이 내려져 있다. 이어폰을 쥔 손이 허벅지 옆에 축 늘어져 있다. 보광은 어느새 잠들었는지, 고개가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다.

길게 직사각형으로 된, 납골당 벽과 벽 가운데의 창으로 내다보인다. 비가 내리고 있다.

저만치서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난다. 검은색 모자를 쓰고, 검은색 원피스에, 검은색 스타킹에, 검은색 구두를 신은 지아가 안치단 앞으로 다가온다. 등을 안치단에 기대고 바닥에 다리를 뻗고 앉아 잠들어 있는 보광을 본다. 큰 두 눈에 하얀 피부, 차가운 표정이 시크하다.

잠들어 있는 보광을 내려다보는 지아의 입을 삐죽이며 살짝 틀어졌다가 돌아온다. 그런 지아를 쳐다보는 사진 속 엄마의 얼굴이 지아를 향해 미소 짓는다.


“웃지마. 누가 나 쳐다보는 거 웃는 거 싫어하니까.”


지아는 사진 속 엄마의 얼굴을 똑바로 본다. 차가운 표정에 꼭 쏘아보는 거 같다.

지아는 고갯짓으로 잠들어 있는 보광을 가리킨다.


“얘야? 아줌마가 부탁한 애야?”


사진 속 엄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사진 속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는 지아, 사진 속 엄마의 표정이 제발 잘 부탁한다는 표정이다.

안치단 앞 바닥에 앉아 잠들어 있는 보광과 보광을 내려다보고 있는 지아의 모습 뒤, 길게 직사각형으로 된, 납골당 벽과 벽 가운데의 창밖으로 번개가 치고 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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